가수 겸 배우 김동완 (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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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김동완이 밤샘 촬영, 성 상품화가 '비자발적 선택의 결과'라는 점을 강조하며 개선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밝혔다.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에 출연 중인 김동완은 지난 21일 퇴근길에 팬과 대화를 나누던 중 '밤샘 촬영'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날 퇴근길 영상이 SNS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김동완의 '소신 발언'이 주목받았다.
김동완은 "드라마 촬영을 하면 한 시간도 못 자는 일이 많다. 스태프들은 나보다 더 못 잔다. 내가 6시간을 자면 스태프들은 4시간 잔다. 나 같은 사람들이 잠을 못 잔다고 말을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처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자꾸 말해줘야 한다. (스태프들을) 잠도 못 자게 하는 건 정상이 아니"라며 "이런 일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자꾸 말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정상에 가까워지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김동완은 이후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밤샘 촬영'과 '성 상품화'에 관한 견해를 다시 강조했다.
김동완은 "언뜻 보기에는 두 이야기가 조금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이는 사람을 지나치게 도구로 취급한다는 점에서 결을 같이 한다"고 밝혔다.
김동완은 "이 같은 도구화가 본인이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계약 관계와 갑을 관계 속에서 비자발적으로 '선택해야만' 하는 환경이 되었다는 점에서 큰 문제의식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밤샘 촬영과 성 상품화가 자신의 이익을 위한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라, 갑을 관계 속의 구조적 문제라면 분명히 논의하여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이고 진짜인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될 때까지 작은 목소리라도 내어 힘을 보태고 싶다"고 전했다.
다음은 김동완 페이스북 글 전문.
밤샘 촬영과 성 상품화 그리고 선택.
최근 밤샘 촬영과 성 상품화를 언급하면서 뜻하지 않게 이슈가 되었습니다. 오랜 기간 방송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자연스레 접하였던 사안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저의 생각을 짧게나마 글로 전하고자 합니다.
밤샘 촬영은 주로 현장에서 일어나는 노동 착취에 대한 문제입니다. 짧은 일정에 맞춰야 하는 상황이 올 때 누군가 밤을 새서라도 끝을 맺자고 종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갑의 위치인 사람이 제안하는 경우 스태프들은 쉽게 거절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되고 이는 고된 밤샘 촬영으로 이어집니다. 갑은 제작자나 작가 혹은 피디와 주연급 연기자가 되기도 하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낮은 위치에 서게 되는 것은 그들에게 고용된 스태프들입니다.
성 상품화는 그 대상이 남녀인지를 불문하고 각종 광고, 의상, 자극적인 모든 장면들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방송산업에서 성적 소구는 보편적으로 사용된 표현의 수단이었고 다양한 예술 활동의 소재가 되기도 하였으므로 정확히 어떤 상품화가 문제인지의 여부는 저 개인이 판단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원하지 않는 경우의 성 상품화가 문제임은 분명합니다. 특히 어린 연기자들이나 신인 연기자들은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나 권한이 매우 적은 것이 현실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두 이야기가 조금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이는 사람을 지나치게 도구로 취급한다는 점에서 결을 같이한다고 생각합니다. 밤샘 촬영은 사람을 노동하는 도구로서만, 성 상품화는 사람을 성적 소구로서만 취급할 때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특히, 이 같은 도구화가 본인이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계약 관계와 갑을 관계 속에서 비자발적으로 '선택해야만' 하는 환경이 되었다는 점에서 큰 문제의식을 느낍니다. 이러한 시각 아래에서 기존의 관행이 답습되기만 한다면 '네가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자유와 노동의 가치가 보호되기 어려운 환경이 지속될 것이고, 장차 선택의 폭은 더 좁아질 것입니다.
한때는 밤샘 촬영과 성 상품화가 오로지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저 역시 자아실현과 목표를 향한 열망, 때로는 경제적인 이유로 기꺼이 이를 자처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때 누군가의 희생과 좋지 못한 선례가 따랐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밤샘 촬영과 성 상품화가 자신의 이익을 위한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라, 갑을 관계 속의 구조적 문제라면 분명히 논의하여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저의 일을 사랑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와 함께 일하는 동료, 스태프들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이고 진짜인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될 때까지 작은 목소리라도 내어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