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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메이스' LG는 언제까지 지켜볼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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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욕의 메이스' LG는 언제까지 지켜볼 건가

    '죽어도 내가 넣을 거야' LG 센터 제임스 메이스(오른쪽)가 구랍 31일 열린 kt와 홈 경기에서 상대 겹수비에도 무리하게 슛을 시도하고 있다.(창원=KBL)

     

    프로농구 창원 LG가 의욕적으로 준비한 송구영신 경기에서 아쉬운 패배를 안았다. 2018년 마지막 경기를 아쉽게 내주면서 7위로 내려앉아 봄 농구를 장담하기 쉽지 않게 됐다.

    LG는 2018년 12월 31일 경남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시작된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부산 kt와 홈 경기에서 70 대 79로 졌다. 최근 3연패 수렁에 빠졌다.

    무엇보다 올 시즌 최다 관중이 운집한 안방에서 뼈아픈 패배를 안았다. 이날 경기는 두 해에 걸쳐 열린 특별한 매치였다. 2018년 팁오프돼 2019년 새해를 맞으며 끝나는 일정으로 5300석이 매진됐고, 입석까지 7511명의 팬들이 빼곡히 경기장을 메웠다.

    하지만 인기 구단 LG의 경기력은 팬들의 기대감을 채우지 못했다. 외국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LG는 이날도 국내 선수들이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한 채 패배를 안았다. 외국 선수 1명이 부족한 kt에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특히 제임스 메이스(199.9cm)가 이기적인 플레이만 고집한 것이 뼈아팠다. 물론 득점 욕심이 많은 것은 승리로도 연결되지만 지나친 경우가 많아 팀의 조화를 깨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날 메이스는 33분10초를 뛰며 양 팀 최다 21점에 15리바운드를 올렸다. 한국농구연맹(KBL)이 집계한 공헌도에서도 24점으로 상대 마커스 랜드리(23.3점)보다 높았다. 랜드리는 20점 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겉으로만 보면 활약도가 높은 것처럼 착각할 수 있다.

    '김종규는 비었는데...' LG 메이스(40번)가 구랍 26일 현대모비스와 원정에서 상대 빅맨들의 더블팀에도 슛을 시도하는 모습.(사진=KBL)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날 메이스는 2점슛 성공률이 양 팀 선수 중 가장 낮은 38%에 머물렀다. 이날 두 팀 선수 중 최다인 21개의 2점슛을 시도해 8개만 넣었다. kt의 전체 2점슛 시도는 34개였다. 골밑이 위주인 선수임을 감안하면 턱없이 낮은 성공률이다. 반면 랜드리는 2점슛 63%(8개 중 5개), 3점슛 33%(6개 중 2개) 등 나쁘지 않은 야투율(50%)을 보였고, 특히 4쿼터 3점포 등 승부처 결정적인 득점을 책임졌다.

    메이스는 특유의 저돌적인 골밑 공격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미 노출이 많이 이뤄진 만큼 kt 빅맨들은 협력 수비로 메이스를 막아냈다. 이날 kt는 블록슛에서 7 대 2로 LG를 압도했다. 거의 대부분 메이스를 상대로 만든 블록슛이었다. 그나마 외인 신장 제한으로 메이스는 KBL에서 가장 큰 키에 속하지만 윙스팬이 썩 길지 않고 타점도 높지 않아 곧잘 막히는 편이다.

    상대 겹수비에도 메이스는 패스보다는 자신의 공격에 집착했다. 속공 상황에서도 가드에게 주고 뛰기보다 혼자 드리블하며 욱여넣는 모습을 보였다. 아무리 하드웨어가 좋아도 예상되는 공격이면 막히기 마련. 빡빡한 겹수비에 어쩔 수 없이 나온 패스는 뺏기거나 죽어 있어 공격의 흐름을 끊는다.

    결국 메이스는 양 팀 최다 5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4쿼터 승부처에서는 벤치에 앉았다. 이런 경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센터임에도 도움 2위(5개)를 달리는 고양 오리온 대릴 먼로(196.6cm)와 비교는 무리지만 그래도 더블팀이 오면 빼줄 줄 아는 센스가 너무 부족하다. 이런 점에서 볼 소유욕이 강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울산 현대모비스 라건아(199cm)가 메이스보다는 낫다.

    메이스는 올 시즌 득점 2위(26.7점)에 리바운드 3위(13.7점)를 달린다. 표면적으로 보면 괜찮은 수치다. 그러나 야투 성공률은 49.3%로 전체 40위권 밖이다. 경기당 20번 정도의 야투를 시도하는데 공격 리바운드 2위(5.2개), 수비 리바운드 5위(8.5개)의 차이는 공격 위주의 플레이에서 나오는 것이다.

    물론 메이스는 헐거운 수비보다 공격에 장점이 있는 선수다. 저돌적 골밑 플레이가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그러나 볼 소유욕이 강하다. 자기 득점에 골몰해 외곽 찬스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다른 팀에서는 LG와 상대할 때 아예 메이스에게만 점수를 주는 전략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한 베테랑 감독은 "메이스만 득점하면 다른 선수들이 죽기 때문에 LG와 경기가 오히려 편하다"고 말한다.

    LG 슈터 조성민은 올 시즌 수비와 함께 공격 전술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며 데뷔 시즌 이후 최악의 시즌을 치르고 있다. 사진은 전자랜드와 경기에서 슛을 시도하는 모습.(사진=KBL)

     

    메이스가 볼을 독점하니 LG의 다른 선수들은 감을 잡을 기회가 별로 없다. 그러니 외곽슛이 살아날 리가 없다. LG는 국가대표 출신 슈터 조성민을 보유하고도 3점슛 성공률이 29.3%로 겨우 9위다. 3점슛 성공도 6.1개로 8위다. 3점 성공률 1위(36.5%) 울산 현대모비스와 성공 1위(10.3개) kt가 정규리그 1, 2위를 달리는 이유가 있다.

    더군다나 LG는 조쉬 그레이라는 외인도 있다. 돌파는 현재 리그 최고지만 역시 볼을 갖고 플레이를 해야 한다. 메이스에 그레이까지 국내 선수가 볼을 소유할 시간이 적은 만큼 역할도 적어진다. 국가대표 출신 가드 김시래가 지난 시즌 12.2점 6.5도움에서 올 시즌 9.5점 3.4도움으로 기록이 준 것도 이런 까닭이다. 다른 이유도 있지만 조성민은 데뷔 시즌이던 2006-2007시즌 3.6점 이후 최저인 4.6점에 그쳐 있다.

    외국 선수들이 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내 선수들과 조화를 이뤄야 좋은 성적이 나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그러나 LG는 현재 메이스와 그레이(18.2점) 외에 두 자릿수 득점 선수가 김종규(12.1점)뿐이다. LG의 외인 득점 비중은 53.3%로 10개 구단 중 가장 높다. 볼 흐름이 원활하지 않으니 경기가 뻑뻑하다.

    이날 패배 뒤 현주엽 LG 감독은 "최근 경기력이 좋지 않다"면서 "다방면으로 변화를 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외국인과 국내 선수 모두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면서 "구체적인 건 팀에서 상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연 LG가 높은 외인 의존도를 줄여 새로운 전술 변화를 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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