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의 컴퓨터에서 사내 메신저 대화내용을 몰래 복사해 다른 사람에게 전송했다면 정보통신망법 위반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 모(28)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유예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선고유예란 비교적 경미한 범죄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처벌하지 않고 있다가 2년이 지나면 없던 일로 해주는 일종의 '선처'다.
조씨는 2015년 신천지예수교 신자인 회사 선배의 컴퓨터에 들어가 사내 메신저 대화내용을 복사해 텍스트 파일로 변경한 뒤 이 파일을 팀장에게 전송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씨는 피해자와 강제 종교포교 문제로 다툰 후 이에 대한 증거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고의로 피해자 컴퓨터에 접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에서는 컴퓨터에 저장된 메신저 대화내용이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타인의 비밀'에 해당하는지, 피해자가 로그인해 둔 상태의 컴퓨터를 사용한 것도 '침해·누설'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2심은 "사적으로 나눈 메신저 대화내용은 3자와 공유하기 힘든 내용으로 메신저 프로그램의 보관함 기능을 이용해 저장한 대화내용은 타인의 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피해자 컴퓨터에서 대화내용을 열람·복사한 뒤 전자파일을 3자에게 전송한 행위는 '타인의 비밀을 침해·누설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다만 "종교포교 행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것으로 범행동기와 경위를 참작할 사정이 있다"며 벌금 50만원 형을 선고유예하기로 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에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선고유예를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