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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와집 열채값 내고 지킨 고려청자…'간송'의 특별한 콜랙션 속으로

공연/전시

    기와집 열채값 내고 지킨 고려청자…'간송'의 특별한 콜랙션 속으로

    서울디자인재단 <삼일운동 100주년 간송특별전, 대한콜랙숀>개최
    간송의 일대기 재조명, 고려상감청자 등 귀한 간송 소장 작품들 한자리에

    간송이 사들인 국부 270호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 (사진 = 조은정 기자)

     

    일제강점기 말인 1935년, 간송 전형필 선생(1906~1962)은 고려상감청자를 대표하는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을 일본의 골동상 마에다 사이이치로에게서 거금 2만원을 주고 구입했다. 당시 2만원은 기와집 스무채 값이었다. 고려 청자의 정수를 보여주는 이 매병은 개성 근교에서 호리꾼에 의해 발굴돼 일본인 거물급 수장가에게 팔릴 뻔 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간송의 품에 들어가 후세에 국보 68호가 됐다. 당시 총독부박물관도 탐을 냈지만 가격이 비싸 군침만 흘리고 있던 이 작품을 삼십도 채 안된 새파란 식민지 청년이 "마치 청과시장에서 사과 몇 알 사듯이 가격도 한 푼 깎지 않고 냉큼 사버렸다"고 이영섭씨는 전한다.

    간송은 일제강점기 우리 문화재를 온 몸으로 지켜온 콜렉터이자, 최초의 사립미술관을 세우고 민족사학을 양성하기 위해 보성학교를 인수한 인물이다.

    서울디자인재단은 간송미술문화재단과 공동으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박물관에서 <삼일운동 100주년="" 간송특별전,="" 대한콜랙숀="">을 개최한다.

    국보 68호인 <청자상감운학문매병> (사진= 조은정 기자)

     

    이번 전시에는 간송이 기와집 열채를 살 수 있는 2만원의 거금을 주고 사들인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을 비롯해 경성미술구락부 경매에서 일본 금융가와 치열한 경합 끝에 구매한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 등 간송미술관의 귀한 작품 60여점이 대거 전시된다.

    전시 작품 중 국보가 6점, 보물 8점에 이를 만큼 역사적으로 가치가 높은 작품들이다.

    13세기에 제작된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은 고려 시대 화려한 문화를 응축한 작품이며, 18세기 <백자청화철재동채초충난국문병>은 화려한 채색과 디자인으로 조선 사대부의 품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백자청화철재동채초충난국문병> (사진 = 조은정 기자)

     

    이번 전시에서는 영국 귀족 출신 변호사 존 개치비가 일본에 머무는 동안 수집한 도자기를 간송에게 넘긴 도자기 스무점 중에 상당수도 전시된다.

    '갇스비 콜랙숀'이라고 이름붙인 전시관에서는 새끼를 품고 있는 어미 원숭이의 모습을 형상화한 고려시대 연적은 물론 고려 전기 수작으로 알려진 <고려청자기린형향로> 등을 볼 수 있다.

    겸재 정선의 그림과 침계 윤정현의 회화 작품도 볼 수 있다. 특히 회화 작품들은 3개월 전시를 거치면 2년간 보관 문제로 빛을 볼 수 없어 이번 전시는 작품을 접할 소중한 기회다. 거문고와 한 권의 책을 가지고 폭포에서 더위를 식히는 고사 한유(閑遊)를 소재로 겸재 정선이 그린 그림 <고사관폭>은 간송이 1936년 경매에서 낙찰받았다.

    겸재 정선의 <고사관폭> (사진 = 조은정 기자)

     

    이번 전시에서는 문화재 지킴이었던 간송의 발자취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특히 삼일운동 중심에 있던 민족사학보성학교가 위태로웠을 때 재단을 인수해 후학양성에 힘써온 간송의 교육자적 면도 부각된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귀한 보물들을 지켜낸 간송의 생생한 이야기와 함께 간송컬랙션의 귀한 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 전시이다. 전시는 3월 31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배움터 2층 디자인박물관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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