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유성기업 노조 "인권위 늦장으로 또 한명 스러져"

노동

    유성기업 노조 "인권위 늦장으로 또 한명 스러져"

    지난해 12월 20일 조합원 또 한 명 극단적인 선택
    "마지막 희망으로 붙들었던 곳이 인권위"
    인권위 "이달 중 결정문 내놓을 것"

     

    8년 전부터 시작된 유성기업의 노조파괴 행위에 대해 국가인권위가 2년 가까이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자 노조가 이를 규탄하고 나섰다.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영동지회는 4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비판했다.

    노조 측은 기자회견문에서 "노조파괴로 더 이상 노동자가 죽는 일은 없도록 하기 위해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하기로 했는데 노동부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를 방기했다"며 "인권위가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책임을 지고 결과와 대책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도성대 유성아산지회장은 "지난 2011년부터 2016년까지는 지역 활동가들 중심으로 동지들의 정신건강상태를 꾸준히 관리했고, 면담치유 프로그램까지 받다가 인권위가 실태조사를 한다고 했다"며 "노동자들이 죽어간다며 빨리 결과를 내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는데 아직까지도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어렵게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했는데, 그나마도 나머지는 다 기각되고 특근과 성과급을 차별했던 것에 대한 내용이 인용돼 권고사항으로 나간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의 명숙 상임활동가도 "조사가 있으면 그 결과가 훼손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심리상담이나 치료를 받기가 어렵다"며 "조사를 했으면 빨리 결과를 공개해서 상담과 치료를 받게 해야 하는데 인권위가 늦장을 부리는 사이 또 한 명이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016년 3월, 노조 활동을 하다가 회사로부터 몇 차례 고소당하고 징계 통보를 받은 한광호(당시 42세)씨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를 계기로 고용노동부는 유성기업에 임시건강진단 명령을 내렸지만 사측은 이행하지 않았고, 노동자들의 진정 끝에 결국 인권위가 2017년 6월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인권위는 이 조사 결과를 1년 6개월 넘게 공개하지 않았고, 그러는 사이 28년 동안 유성기업에서 일했던 조합원 오모(57)씨가 지난해 12월 20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충남노동인권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한 해 동안 자살을 생각한 유성기업 노동자는 62명이고, 이를 계획한 노동자는 20명, 시도를 한 노동자는 5명이다. 정신건강 악화 정도는 일반인의 10~50배 높은 수준이었다.

    이에 대해 인권위 관계자는 "조사관이 중간에 바뀌는 등 실무적 문제로 늦어졌을 뿐, 고의로 조사를 늦추지 않았다"며 "이미 지난해 12월 28일 관련 소위가 의결을 마쳐 이달 중순 무렵에는 결정문을 공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 측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최영애 인권위원장과의 면담을 요구한다며 항의 서한을 인권위에 제출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