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KT&G 사장교체를 지시하는 등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청와대가 불필요한 적자 국채 발행을 지시했다는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주장에 기댄 가짜 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4일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국고채 매입에 쓰지 않은 예산이 세계잉여금으로 들어가면 이 돈은 국가재정법상 국회 동의를 받지 않아도 쓸 수 있다'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돌고 있다. 세계잉여금은 예상보다 많이 걷힌 세금(세입)과 쓰고 남은 예산(세출불용액)을 합한 금액이다.
이들의 주장은 바이백하지 않고 남은 1조원이 '정부 대북 지원금'이라거나, '청와대 비자금' 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국가재정법 제 90조(세계잉여금 등의 처리) 등 그럴싸한 근거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제2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세계잉여금의 사용 또는 출연은 그 세계잉여금이 발생한 다음 연도까지 그 회계의 세출예산에 관계없이 하되,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취소된 1조원 규모의 바이백 자금을 두고 일간베스트저장소, 트위터 등과 같은 SNS에서 가짜뉴스가 나오고 있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및 SNS 캡처)
바로 이 대목을 근거로 정부의 뜻대로 세계잉여금을 마음껏 쓸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과는 달리 세계잉여금은 법으로 사용 용도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4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세계잉여금은 국가재정법에 근거해 세부적인 금액까지 관리되는 사항"이라며 "(정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세계잉여금은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승인을 거친 후에 국가재정법에 따라 지방교부세 및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산, 공적자금상황기금 출연(지방교부세를 제외한 금액의 30%), 국가채무 상환(지방교부세와 공적자금상환기금을 제외한 금액의 30%) 등에 차례대로 쓰인다.
국회의 동의를 받는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안도 앞서 언급된 지방교부세 정산,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국가채무 상환을 하고 나서야 사용할 수 있다. 남은 예산은 다음 연도의 세입으로 들어간다.
한 마디로 법이 정한 대로 금액을 배분하고 빚을 갚아나가는 구조인 셈이다.
그러나 SNS에서는 법령의 일부분만을 발췌해 만든 '대북 지원설'과 같은 가짜뉴스가 횡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행정연구원 권오성 선임연구위원은 "세계잉여금과 같은 정부 예산은 현금주의로 기록되기 때문에 행정부에서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여지가 없다"며 "전체적인 시스템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밝혔다.
한편, 차현진 한국은행 부산본부장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바이백은 정부가 일시적으로 남는 돈으로 국채를 만기 전에 되사는 조치인데 보통 바이백한 만큼 다시 국채를 발행한다"고 주장했다.
차현진 본부장은 "신 전 사무관이 주장한 내용에도 다시 국채를 발행한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어 바이백을 취소했건 말건 국가채무비율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재정법 제90조(세계잉여금 등의 처리) |
① 일반회계 예산의 세입 부족을 보전(補塡)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당 연도에 이미 발행한 국채의 금액 범위에서는 해당 연도에 예상되는 초과 조세수입을 이용하여 국채를 우선 상환할 수 있다. 이 경우 세입·세출 외로 처리할 수 있다. <신설 2008.12.31="">
②매 회계연도 세입세출의 결산상 잉여금 중 다른 법률에 따른 것과 제48조의 규정에 따른 이월액을 공제한 금액(이하 "세계잉여금"이라 한다)은 「지방교부세법」 제5조제2항의 규정에 따른 교부세의 정산 및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제9조제3항의 규정에 따른 교부금의 정산에 사용할 수 있다. <개정 2008.12.31="">
③제2항의 규정에 따라 사용한 금액을 제외한 세계잉여금은 100분의 30 이상을 「공적자금상환기금법」에 따른 공적자금상환기금에 우선적으로 출연하여야 한다. <개정 2008.12.31="">
④제2항 및 제3항의 규정에 따라 사용하거나 출연한 금액을 제외한 세계잉여금은 100분의 30 이상을 다음 각 호의 채무를 상환하는데 사용하여야 한다. <개정 2006.12.30,="" 2008.12.31="">
1. 국채 또는 차입금의 원리금
2. 「국가배상법」에 따라 확정된 국가배상금
3. 「공공자금관리기금법」에 따른 공공자금관리기금의 융자계정의 차입금(예수금을 포함한다)의 원리금. 다만, 2006년 12월 31일 이전의 차입금(예수금을 포함한다)에 한한다.
4. 그 밖에 다른 법률에 따라 정부가 부담하는 채무
⑤제2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에 따라 사용하거나 출연한 금액을 제외한 세계잉여금은 추가경정예산안의 편성에 사용할 수 있다. <개정 2008.12.31="">
⑥제2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세계잉여금의 사용 또는 출연은 그 세계잉여금이 발생한 다음 연도까지 그 회계의 세출예산에 관계없이 이를 하되,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개정 2008.12.31="">
⑦제2항부터 제5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세계잉여금의 사용 또는 출연은 다른 법률의 규정에 불구하고 「국가회계법」 제13조제3항에 따라 국가결산보고서에 대한 대통령의 승인을 얻은 때부터 이를 할 수 있다. <개정 2008.12.31="">
⑧세계잉여금 중 제2항부터 제5항까지의 규정에 따라 사용하거나 출연한 금액을 공제한 잔액은 다음 연도의 세입에 이입하여야 한다. <개정 2008.12.31=""> 개정>개정>개정>개정>개정>개정>개정>신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