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윙키즈'에서 비공식 통역사 양판래 역을 연기한 배우 박혜수.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처음 박혜수라는 배우를 만난 건 이영애 아역을 연기한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에서였다. 사극톤은 다소 어색했지만 맑은 눈빛에는 '연기'에 설레는 신인 배우의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로부터 3년 후 영화 '스윙키즈'에서 만난 박혜수는 작은 씨앗을 움틔워 튼튼한 줄기를 가진 묘목으로 자라났다. 거제포로수용소 댄스팀 '스윙키즈' 비공식 통역사 양판래 역을 맡아 춤·통역·액션까지 안되는 것 없는 다재다능한 배우로 거듭난 것이다. 박혜수는 자칫 잘못하면 산만해 보일 수 있는 캐릭터 성격을 영화 속에 녹여내면서도 톡톡 튀는 개성을 살려 연기했다.
"선택받는 입장이었지만 배우로서 보여드릴 부분이 많다는 게 즐겁고 매력적이었어요. 작품이 끝나기 전까지는 소심하고 수줍음도 많았는데 이제 양판래와 가깝게 당당해지고 그렇게 변한 것 같아요. 앞으로 '스윙키즈'처럼 주체적인 여성을 그린 캐릭터가 많이 생기지 않을까요? 전 그렇게 믿고 있어요. 양판래라는 인물은 너무 소중한 캐릭터이고 이만큼 사랑할 수 있는 캐릭터를 또 만날까 싶어요."
데이빗 보위 곡 '모던 러브'를 배경음으로 로기수 역의 도경수와 함께 다른 장소에서 교차하듯 탭댄스를 추는 신은 '스윙키즈'의 대표적인 명장면으로 꼽힌다. 두 사람이 꿈과 자유를 향한 열망을 뿜어내는 그 장면에서 박혜수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그 장면에서 판래의 감정은 시대 속에서 겪는 현실에 대한 억울함과 답답함을 춤으로 승화시키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동시에 이기적일 수도 있지만 춤이 정말 좋고 추고 싶다는 복합적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죠. 현장에 나가서 딱 춤을 추니까 정말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판래와 맞닿아 있는 박혜수의 감정도 계속 차올라서 하나로 이어지더라고요. 해소된 것 같으면서도 묘한 느낌이 들었고 후반에 가니 눈물이 막 났어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었어요."
영화 '스윙키즈'에서 비공식 통역사 양판래 역을 연기한 배우 박혜수.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3년 만에 이만큼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건 공부에 매진하는 박혜수의 근성이 발휘된 덕분이었다.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인 박혜수는 마치 고등학교 시절 공부하듯이 연기도 꾸준히 '팠다'.
"본능적으로 연기라는 것을 이해하고 싶었지만 3년 안에 살아 온 방식을 바꿀 수는 없었어요. 생각을 바꿔서 내가 제일 가깝게 해 온 게 공부라면 그 강점을 살리기로 했고 연기 오답노트를 만들었어요. 끝나면 전작을 다시 봐요. 우울하고 고통스럽지만 얼마나 많은 부족함이 있었는지 드러나고 현장에서의 기억은 제가 제일 잘 알잖아요. 그걸 노트에 다 적어요. 다음에는 그 가짓수라도 줄여보자는 거죠. 대사도 다시 해보고 분석을 해요. 그리고 현장에서는 감각을 많이 열어서 새로운 걸 찾으려고 노력하고요."
처음부터 박혜수가 연예인을 꿈꿨던 것은 아니었다. 그가 국어국문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글을 쓰고 노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밴드부 활동을 계기로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에 출연해 처음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그의 연기 인생은 'K팝스타'에서 탈락한 후에 비로소 시작됐다.
"탈락하고 복학해서 평범한 대학생으로 돌아왔는데 지금 소속사에서 연기를 제안했어요. 연기가 뭔지도 몰랐고 배우라는 직업에 어떤 이해도 없었어요. 글을 계속 만날 수 있고 글을 읽어서 말로써 감정을 전달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냥 연기가 뭔지 궁금했던 거 같아요. 막상 해보니 꿈꿨던 게 연기를 통해 충족이 되더라고요. 어쨌든 창작하는 과정이고 그 안에서 누군가에게 위로와 감동을 줄 수 있으니까요. 아무것도 몰랐지만 시작해서 다행이에요."
[② '스윙키즈' 박혜수 "새내기 시절 '핵인싸'…술자리 즐겼죠"]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