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윙키즈'에서 비공식 통역사 양판래 역을 연기한 배우 박혜수.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20대 초반까지 일반인으로 살아 왔기에 대중의 관심이나 주목이 버겁게 느껴지지는 않을까. 'K팝스타'까지만 해도 박혜수는 그런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필모그래피를 쌓아 갈수록 좋든 나쁘든 관심이 늘어났고 이제는 어떻게 수용해야 할지 가닥을 잡았다.
"'스윙키즈'를 통해서는 작품에 대한 무게감을 처음 느끼게 된 거 같아요. 사실 세상에 알려지고 저라는 사람이 노출된다는 것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거의 없었어요. 'K팝스타' 때는 그게 와닿거나 실감나지도 않았고요. 작품이 쌓일수록 많은 분들이 알게 되니까 너무 감사하면서도 책임감이 느껴지고 두렵기도 해요. 이걸 건강한 원동력으로 생각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도경수에게는 존경을 표했다. 그룹 엑소 활동과 연기 활동을 병행하며 바쁘게 살아가면서도 중심을 잘 지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관심과 시선을 견뎌 온 건 끊임없이 단단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또 그 무게를 견디기 위해 노력했다는 걸 증명하는 것 같아요. 연기 외적으로도 존경스럽더라고요. 촬영할 때 선배(도경수)가 정말 바빴어요. 저는 영화 스케줄만 소화했지만 선배는 다른 스케줄도 많았거든요. 그런데도 현장에 오면 집중력이 너무 좋아서 저런 게 바로 프로의식이구나 싶었어요. 배울 점을 굉장히 많이 찾았어요."
영화 '스윙키즈'에서 비공식 통역사 양판래 역을 연기한 배우 박혜수.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영화 촬영이 끝나고는 '스윙키즈' 팀을 이끄는 잭슨 하사 역의 자레드 그라임스를 만나기 위해 뉴욕으로 향했다. 원래 뉴욕 여행을 가보고 싶었는데 '스윙키즈'를 통해 더 흥미가 생겨 곧장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촬영 현장에서 실제 통역사를 자처한 박혜수였기에 자레드 그라임스와도 돈독한 친분을 쌓았다.
"외국 배우들이 낯선 한국 땅에 와서 촬영한 경험이 행복한 추억으로 남길 바랐아요. 그래서 촬영 초반부터 계속 귀찮을 정도로 말을 걸고 그랬던 것 같아요. 촬영 끝나고 영화에 나오는 '카네기홀'을 너무 가보고 싶어서 뉴욕에 혼자 여행을 갔어요. 거기서 자레드 그라임스 공연을 보러 갔다왔죠. 길게 만나지는 못했지만 인사도 나눴어요. 단체 톡방에 '판래가 모두를 대신해서 다녀왔다'고 인증샷도 보냈죠."
배우라는 직업을 제외한다면 박혜수는 그저 기말고사 성적을 걱정하는 평범한 대학생이다. '스윙키즈' 홍보 일정과 기말고사 일정이 겹쳐 그야말로 연예인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상황이 됐다. 그런 와중에도 열심히 노력한 바가 있어 '시험 잘 봤냐'고 물어보니 '망했다'면서 멋쩍은 웃음이 되돌아왔다.
"인터뷰 사이사이 5분 시간 남으면 책 보고 집에 가서 과제하고…. 영화 개봉하니까 시험을 더 잘봐야 할 거 같은 책임감도 있었어요. 정말 힘들었어요. 친구들은 그냥 예전이랑 똑같아요. 다만 동기들 단체 톡방에 제 관련 기사나 소식을 주기적으로 올려요. 막 '하트' 누르러 가자고. (웃음) 새내기 때는 학생회도 하고 밴드부 부장도 하면서 '핵인싸'로 학교를 다녔지만 이제는 학번이 높아서 조용히 학교 생활 중이에요. 아마 평생 먹을 술도 그때 다 먹었을 걸요. 소주 2병 정도가 주량이었는데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마지막 질문은 '글쓰고 노래하기를 꿈꾸던' 박혜수가 현재 꾸고 있는 '꿈'이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는 거요. 사실 그게 너무 당연하고 기본적인 건데 제게는 가끔 거창하게 느껴지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