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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미 "세상에 쓸데없는 짓이란 없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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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영미 "세상에 쓸데없는 짓이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노컷 인터뷰] '계룡선녀전' 조봉대 역 안영미 ①

    tvN 월화드라마 '계룡선녀전'에서 조봉대 역을 맡은 안영미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2004년 KBS 19기 공채 코미디언으로 데뷔한 안영미는 '개그콘서트', '코미디빅리그', '코미디쇼 희희낙락', 'SNL코리아' 등 수많은 무대에 서며 '연기'를 해 왔다. 주어진 설정에 맞춰 연령대, 성별, 인물 특성을 자유자재로 오간 'Go Go 예술 속으로!'부터 후배 쪼는 것과 선배에게 아부하는 것 모두 일등인 캐릭터를 소화한 '분장실의 강선생님', 외양부터 말투까지 불량 청소년을 빼다 박은 '김꽃두레' 캐릭터까지.

    '빌리진 날 봐요', '최고의 사랑', '응답하라 1997', '도도하라', '떴다! 패밀리', '나는 길에서 연예인을 주웠다' 등 드라마로도 시청자를 만났으나, 대부분 특별출연이거나 짧게 나온 편이었다. 2015년 웹드라마 '먹는 존재'에서 유양 역을 맡은 게 첫 주연작이었다.

    지난달 25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계룡선녀전'은 안영미의 첫 '정극'이었다. 그동안 일반적인 드라마를 거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극 흐름에 영향을 줄 만큼 비중 있는 캐릭터를 TV 드라마에서 선보인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안영미는 원작 웹툰에서는 분량이 그리 많지 않아 제안을 수락했는데, 드라마에선 매회 등장한다고 해 당장 연기 선생님을 알아봤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본인의 걱정과 달리 그는 붉은 머리에 점프수트를 입는 독특한 터주신 조봉대 역을 제대로 소화해냈다.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안영미를 만났다. 이틀 동안 진행한 인터뷰의 영향인지 조금 잠긴 목소리였지만, 이내 유쾌하고 신나는 분위기로 인터뷰를 이끌어나갔다. 드라마 종영 인터뷰의 공식 첫 질문인 종영 소감을 묻자 "만 번 얘기하는 것 같다"고 답해 모두를 폭소케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첫 질문은 종영 소감으로 시작하겠다.

    만 번 얘기하는 것 같다. (일동 폭소) 작년 한 해 동안 계속 드라마 준비, 촬영까지 거의 1년을 드라마에 보낸 것 같아서 끝난 게 사실 확 오지 않는 것 같다. 드라마는 끝났는데 저는 꿈속에서 촬영하고 있더라. 계속 꿈을 꿨다. 끝났는데 나는 안 끝난 거 같은 느낌?

    ▶ '계룡선녀전'에 1년이나 썼는지 몰랐다.

    작년 초, 1월에 캐스팅됐고 2월에 감독님이랑 미팅하고 대본 받아서 준비하다가 이게 4월인가 5월부터 촬영을 시작해서 12월에 끝났다. (2018년이) 이 드라마로 시작해서 이거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뭔가 좀 '끝난 건가?' 자꾸 이렇게 된다. 저는 끝나고 나서 속 시원할 줄 알았다. 1년을 투자했으니까. 근데 시원하지도 않다, 심지어. (웃음) 기분이 묘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정말 솔직하게.

    안영미는 '계룡선녀전'으로 본격적으로 정극에 도전했다. (사진=tvN 제공)

     

    ▶ '계룡선녀전'에서 집터를 지켜주는 터주신 조봉대 역을 맡았다. 역할 제안 왔을 때부터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던데, 어떤 점에 끌렸나.

    처음에 제안을 받았을 때는 서열 두 번째 신이라는 말만 듣고서는 겁이 났다. 너무 중요한 역할이라는 거다, 저희 매니저가. '내가 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이거 연기 잘못했다가 큰일 나!' 하면서 겁을 되게 먹었다. 웹툰을 보니까 그렇게 무겁지만은 않은 캐릭터여서, '오~ 요정도면 괜찮겠다' 했다. 선옥남(고두심/문채원 분)의 조력자 역할이자 전체를 아우르는 캐릭터지만 너무 무겁진 않았고, 계속 나오는 게 아니니까. 웹툰에선 처음하고 끝만 나오지 않나. 요정도면 할 수 있겠다고 했는데 드라마 대본을 받았는데 매회 나오는 거다! 아차차, 했다.

    감독님이 매회 조봉대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미팅 끝나고 '연기 선생님 좀 알아봐봐'라고 했다. 치고 빠지는 거면 어떻게든 숨기겠지만 매회 나오면 언젠가 연기가 탄로 날 테니까 연기 선생님 붙여달라고 했다. 다들 의아해하더라. 진짜 붙여주냐고. 진짜 필요해서 제안한 건데, 안 되겠더라. 제가 먼저 계산을 하면서 하려니까 이게 더 어렵더라. 상대방 대사를 듣고 내가 연기를 해야 하는데 주거니받거니가 더 어려워진 거다. 미리 계산해놓지 말아야겠다, 대사만 자연스럽게 내 입에 붙게끔만 연습하자는 쪽으로 갔다. 왜냐하면 (감독님이) 현장에서 디렉션 주실 때가 많아서.

    저는 이때 이렇게 하겠다고 호흡과 감정을 잡아갔는데 그게 혼선을 빚을 것 같아서 아예 (미리) 정해놓지는 말자는 생각으로 갔다. 연습은 하루 했다. 전체 리딩하기 전에 선생님이랑 연습했는데, 여기서 호흡하고 여기서 끊어야 하고 이런 스킬을 알려주셨다. 그 스킬을 갖고 가니 주거니 받거니가 안 돼서 더 어색해졌고. '그냥 영미 씨 그동안 하셨던 대로 편하게 하셨으면 좋겠다, 너무 부담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재밌게 해 달라'는데 그게 더 부담됐다. (웃음) 이 선을 모르니까! '코빅' 스타일대로 해 달라는 건지 'SNL' 스타일로 해달라는 건지 어떤 유로 웃겨달라는 건지 모르겠으니까 그게 더 부담스러웠다. (웃음)

    ▶ 연기할 때의 방향성을 결국은 찾았나.

    그렇다. 첫 촬영 때 감독님의 성향을 알게 됐다. 제가 약간 '아 나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닌가' 하면 바로 OK 나오는 거다. 저도 어디서 본 건 있어서 (웃음) 힘 빼고 눌러서 연기하려고 하면, 컷! 하고 '너무 다운돼 있는 것 같아요. 업(Up)하셔도 돼요' 하셨다. '이거 아닌데… 너무 오버한 거 아닌가?' 하면 OK 하시니까 감독님 성향이 이런 쪽이구나 싶어서 그쪽 계열로 갔다. 나중에 감독님이 편집하는 과정에서 너무 튄다 싶은 건 편집해 주셨다.

    ▶ 조봉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화려한 스타일이었다. 어떻게 준비했나.

    머리는 제가 웹툰과 똑같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가발은 싫은 거다. (가발로 가면) 진짜 콩트 하는 것처럼 보일 거 같았다. 조봉대로 자연스럽게 묻어나왔으면 좋겠단 생각에 머리는 제 머리로 했고, 감독님이 의상은 나올 때마다 튀었으면 좋겠다, 재미있는 옷이면 좋겠다고 하셨다. 뭔가 (구체적인 상은) 없으셨던 것 같아서 저도 초반엔 어려웠다. 전신 수트를 입고 나와달라고 하셔서 알겠다고 했는데 시안을 보니 그냥 쫄쫄이더라. (웃음) 잘못하면 골룸 되는데 어떡하지 싶었다. 제가 예전에 누드 화보를 찍은 적이 있는데 그게 최근인 줄 알고 작가님이 무조건 이걸 입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는 거다. 누드 화보 때 그 몸을 생각하시고 강추하셨다고. 준비하는 동안에 다이어트를 했다. 술도 끊었고. 나잇살, 뱃살이 있으니까. 운동 열심히 해서 몸에 탄력을 주려고 했고, (셀럽파이브의) '판벌려'를 하면서 본의 아니게 빠진 것도 있었다. (웃음) 그렇게 관리했다. 의상은 색도 튀는 걸 해 줬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좀 어려웠다. 조봉대라는 캐릭터가 원작의 역할을 늘린 거라서 헷갈리는 거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몰라서 좀 어려웠다.

    안영미가 맡은 조봉대는 개성 넘치는 외양이 인상적인 캐릭터였다. 원작 웹툰에 나온 붉은색을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머리카락을 물들였다. (사진='계룡선녀전' 캡처)

     

    ▶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런 혼란스러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연습을 많이 했다. 어색한 게 티가 나버릴까 봐. 대사가 너무 어려운 거다. 웹툰 상의 대사톤 그대로를 언어로 하려니까 자칫 잘못하면 책 읽는 것처럼 보일 수가 있어서 그걸 자연스럽게 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연습밖엔 없더라. 들키지 않으려면 정말 연습뿐이었다. 씻을 때도 계속 (대사를) 읊고 평상시에 (사람을) 대할 때도 조봉대 말투로 했다. 조봉대로 살았던 것 같다.

    ▶ '계룡선녀전'은 일부 사전제작으로 이뤄졌다. 배역 몰입하기에 여유가 있었나.

    촬영 들어갈 때까지 기간이 좀 오래 있었고, 대본이 4~5회 정도 나와 있어서 연습을 많이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초반에 좀 덜 어색하지 않았나 싶다.

    ▶ 연기를 겸하는 개그우먼, 개그맨들도 여럿 있다. 주변에 혹시 도움을 구한 적이 있나.

    일부러 주변 분들에게 조언을 구하진 않았다. 여기저기에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이러면 제가 (캐릭터를) 잡지 못한 상태에서 더 혼란스러울 것 같았다. 누가 이렇게 하라고 했지, 저렇게 하라고 했지 이런 게 많아지면 더 자연스럽게 못 할 것 같았다.

    ▶ 코믹한 느낌을 강조하다 보면 콩트 하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반응이 나올 수도 있었을 텐데.

    제가 여기서 콩트 연기를 해서 평이 안 좋으면 앞으로도 개그우먼을 안 쓸 수 있지 않나. (개그우먼들도) 다양한 장르로 갈 수 있다는 걸 너무 보여주고 싶었고, 후배들한테도 부끄럽지 않으려고 더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다. '개그우먼은 저래서 안 돼. 저러니까 감독들이 안 쓰지' 하는 편견을 제가 없애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더 신경 썼다.

    ▶ 드라마 현장에서는 대사나 상황이 즉흥적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다. 그동안 다양한 무대에 서 온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을 것 같다.

    'SNL'이 진짜 도움이 많이 됐다. 그건 거의 즉흥극이다, 즉흥극. 그날 아침 10시에 모여갖고 그날 대본을 받고 '저 이거 하라고요? 갑자기요?' 이런다. (웃음) 어느 날은 신구 선생님을 하라는 거다. 성대모사 한 적도 없는데 절 보고 하라는 거다. 그럼 선생님 영상 보면서 표정 연기 따라 하고 그런다. 1차 공연하고 2차 공연을 한다. 2차가 생방인데 그때 1차 공연 반응 보고 수정한다. 이거 빼고 저거 빼면서. 프롬프터가 있지만 현장에서는 (내용이) 잘못 넘겨질 수도 있어서 거기에만 의지할 순 없다. 안 터졌을(반응이 좋지 않았을) 경우에 생방 때 즉흥극을 하는 거다. 이걸 한 7년 해 오다 보니 많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순발력 면에서.

    내가 준비한 연기는 이건데, 내가 준비한 대사는 이건데- 하면 대사가 바뀌면 안 들어오는 거다. 오히려 현장에서 어버버 거릴 때도 있었고. 근데 어느 순간 단련이 됐다. 3개월 동안 연습했는데 갑자기 감독님이 '그렇게 말고 이렇게 해 주세요' 했을 때, 순간 아찔했다. 옛날의 안영미였다면 분명히 못 하고 NG 냈을 텐데… 'SNL' 했던 게 진짜 도움이 많이 됐다. 정말 너무 감사했다. 거긴 정말 전쟁터다. 그래서 배우분들이 잘 안 오려고 했다. 보통은 오랫동안 작품 분석하고 연습해야 하는데, 여기는 대본 주고 이 역할입니다- 하니까 '네? 여기서요? 이걸요?' 이렇게 돼 버리니까. (웃음) 1차 공연하고 나서 싹 다 바뀐 적도 있고 코너를 아예 새로 짜기도 하니까 다들 혼란스러워하시더라. '크루분들한테 맡기겠다. 의지하겠다' 이러셨다.

    개그우먼, 방송인, 팟캐스트와 라디오 진행자, 배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안영미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 미래를 예견한 건 아니지만, 마치 이번 정극 도전을 위해 'SNL코리아'에서 스파르타 훈련을 한 것 같다.

    세상에 쓸데없는 짓이란 없구나, 하는 걸 이번에 진짜 깨달았다. 와, 정말 'SNL' 안 했으면 어쩔 뻔했나 싶더라. 전 대본 같은 거 받으면 제 대사만 봤다. 그러니 전체적인 흐름이랑 안 맞는 경우도 있었다. 신동엽 선배님은 회의할 때 '왜 이 대사를 해야 하는지'를 늘 물어보셨다. 그래야 코미디가 가능하다고. 그냥 제 대사만 하면 억지스럽기도 하고 관객들 절대 안 웃는다고. 되게 디테일하게 잡아주셔서, 그때 '아, 남의 대사도 중요하고 그걸 들어주는 것도 중요하구나'라고 느꼈다. 아침에 전체 리딩을 항상 하셨다. 흐름을 알아야 하니까. 그걸 모르면 책 읽는 거랑 다를 바가 없지 않나. 누가 책 잘 읽는다고 연기 참 잘하네, 이러지 않으니까. 신동엽 선배님 덕분에 진짜 많이 배웠다.

    ▶ '계룡선녀전'을 마치고 나서 드라마 작업을 더 해 보고 싶단 생각이 드는지.

    저는 재밌었다. 또 도전해 보고 싶다. 그전에는 카메오 식으로 많이 갔었고 '먹는 존재'라는 웹드라마도 했었는데 그때도 사실 제가 뭘 알고 연기한 게 아니었다. 저는 그게 잘하는 건 줄 알았는데… 모니터하면서 너무 손발이 오그라드는 창피했던 경험이 있었다. 알면 알수록 어렵긴 한데 재밌기도 한 것 같다, 연기라는 게.

    ▶ '계룡선녀전'을 무사히 마쳤다. '셀프 칭찬'을 한마디 해 보자면.

    셀프 칭찬이요? 그래도 참 자제하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든다. (웃음) 술이라든지 웃음 욕심이라든지, 그전엔 과했었는데 많이 많이 자제한 게 그래도 한 몫을 한 게 아닌가 싶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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