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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제조업 위기, 해법은 결국 재벌개혁”

경제정책

    “대한민국 제조업 위기, 해법은 결국 재벌개혁”

    제조업 위기, 근본적으로는 '진화의 단절'
    대기업 중심, 단가 후려치기로 경쟁력 유지
    복잡하게 얽힌 재벌체제..진화 수용 못해
    혁신 일어나는 대부분의 한국 기업, 'B2C'
    구조 개혁으로 'B2B' 혁신도 유도해야
    문재인 정부 공정경제? 사실 한 게 없어
    모순 많은 신년사, 점수로 치자면 'C'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15~19:55)
    ■ 방송일 : 2019년 01월 07일 (월)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정관용> 문제는 경제다.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신산업 필요하고 혁신성장 필요하다. 또 일자리 창출이 가장 큰 과제다 이런 얘기들도 많습니다마는 뭐니 뭐니 해도 핵심 우리 제조업 지금 경쟁력이 굉장히 위축되고 있는데. 이 제조업에 대한 구조적인 접근. 그래서 구조조정을 과감히 하고 여기서 새로운 혁신이 가능하도록 하는 이 과제야말로 가장 큰 과제라고 하는 진단들 또 그런 목소리들이 높습니다. 그래서 평상시 이 점을 가장 또 강조해 오신 오늘은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의 박상인 교수를 스튜디오에 초대했습니다. 교수님 어서 오십시오.

    ◆ 박상인> 반갑습니다.

    ◇ 정관용> 지난해부터 신년 벽두에 이어서 우리 핵심 경쟁력 가졌던 자동차 산업. 현대자동차 위태위태하다더라. 그런 얘기 들리다가 요새는 그나마 잘 나가던 삼성전자 반도체 이것도 이제는 안 된다더라 이런 얘기도 막 들리고 그러잖아요. 벌써 오래전에 조선 한물갔다. 이런 얘기 들린 지 오래됐고. 지금 제가 아까 얘기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돼왔던 핵심 제조업들. 지금 어떤 상태입니까, 실제로?

    ◆ 박상인> 저는 우리 제조업 위기다 한마디로 진단을 합니다. 그런데 이 제조업의 위기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경제발전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이 위기를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고 또 이 위기에서 제조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진화가 일어나야 된다. 우리 제조업 위기의 근본은 다시 말하면 ‘진화의 단절’이다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사실 1990년대에 일본, 독일, 북유럽에 이른바 제조업 강국들이 있었죠. 한국이 쫓아오니까 가격 경쟁력 위주의 최종재 일반재에서 경쟁력을 잃기 시작합니다. 그 자리를 우리가 다시 차지하기 시작했고요. 그러면 이 당시에 이들 국가들은 어떻게 대응했는가. 제가 몇 년 전에 덴마크를 간 적이 있습니다. 거기 학자들하고 식사를 같이 할 때 이분들이 저한테 반 우스개로 하신 말씀이 한국 때문에 조선 다 망했다 이렇게 말씀하세요. 사실 맞습니다.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다 조선강국이었는데 한국 때문에 망했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조금 이따가 하는 말이 그래도 주요 부품이나 설계는 우리한테 한국이 아직 사가고 있다 이렇게 말합니다.

    ◇ 정관용> 조선에.

    ◆ 박상인> 이게 90년대 유럽의 제조업 강국들은 최종재나 일반재는 해외로 다 생산기지가 옮겨가고요. 국내 생산은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부품 소재, 특수재 중심으로 재편이 일어납니다. 그러면서 진화가 일어난 것이죠. 그런 식으로 진화가 일어났는데 지금 우리도 보면 중국이나 인도나 이런 신흥국가들이 쫓아오고 있고 그동안에 중화학 부품산업이 사실 가격 경쟁력 위주로 성장을 유지해 왔었는데 한계에 도달한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무슨 문제가 있냐 하면 유럽이라든지 일본과 달리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중간재 생산하는 기업들이 별로 없다는 것이죠. 그게 우리 제조업의 위기다. 그래서 이런 고부가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중간재를 생산할 수 있는 사업자들이 많이 올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사실 제조업 위기, 제조업 진화단절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고요. 정부가 거기에 집중을 해야 된다 지금. 그게 제가 평소에 늘 주장했던 바고요. 이번에 적어도 정부가 기존 제조업의 위기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문제는 진일보했다고 생각이 됩니다.

    ◇ 정관용> 말씀 들어보니까 경제 성장의 단계에 따라서 우리가 선진국을 쫓아와서 여기 온 것처럼 우리를 쫓아오는 나라들이 있으니까 기존 그대로 해서는 도저히 안 되는 거니까 변화해야 한다는 그 말씀이신 건데.

    ◆ 박상인>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핵심이 왜 우리는 고부가가치 그 중간재나 특수재를 만들어내는 그런 산업이 왜 비어 있습니까?

     

    ◆ 박상인> 그게 우리 이른바 재벌 중심 경제발전으로 재벌, 대기업 중심으로 하청 관계, 전속 계약관계, 수직계열화 이런 것들이 형성이 되면서 중간재 산업에서 경쟁이 없어져버린 것이죠. 그러니까 돈 되는 것은 계열사가 하거나 친인척 회사거나 가신기업이 합니다. 그리고 그 밑에 있는 2차 벤더, 2차 하청업체들은 주로 전속 계약관계죠. 사실 한국 경제를 보면 현대기아차 그룹 중심으로 블록이 하나 생기고 삼성전자 쪽 블록. 블록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죠. 각각의 블록 안에서는 내부 거래나 전속 계약이죠. 내부 거래나 전속계약이 있다는 것은 공정한 경쟁의 기회가 없다는 말이 되겠죠. 사실 1980년대 이후에 미국과 유럽에서 이른바 슘페터 성장주의론이라는 게 득세를 하고 있습니다. 혁신을 강조하는 성장에서 혁신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데 이론들을 종합해서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혁신성장을 위해서 ‘기회와 유인과 금융이 있어야 된다.’ 기회, 유인, 금융입니다. 우리는 중간재 생산에서 기회가 거의 없어요. 경쟁의 기회가 없습니다. 그리고 유인도 없어요. 많은 경우에 기술탈취가 일어납니다.

    ◇ 정관용> 기술탈취?

    ◆ 박상인> 보면 현대자동차가 왜 2015년쯤에 갑자기 어려워졌느냐 그전에는 잘 나갔습니다. 잘 나갔었던 이유는 한마디로 단가 후려치기에서 온 가격 경쟁력이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2014년쯤 자료를 보면 폭스바겐하고 비교해 보면 매출액 대비 부품단가 비중이 10%포인트 정도가 낮았어요. 엄청난 부품에서의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죠. 그게 이제 기본적으로 하청, 하청을 가면서 단가 후려치기를 해서 경쟁력을 유지했습니다. 그런데 2015년쯤 되면서 중국에서 갑자기 점유율을 잃어버리기 시작합니다, 현대차가. 그건 뭐냐. 중국 차들이 가성비에서 현대차를 쫓아오니까 가격 경쟁력, 부품 단계 후려치기로 유지하던 가격 경쟁력도 여전히 유지될 수 없는 수준으로 와버렸다라는 것이죠. 단가 후려치기를 하니까 하청기업들, 중간재 기업들이.

    ◇ 정관용> 유인이 없죠.

    ◆ 박상인> 유인도 없고 여력도 없어지는 거죠. 제가 2차 부품회사 얼마 전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요. 거기서 생산공정 자기들 나름대로 혁신을 해서 단가를 낮췄더니 단가 후려치기로 다 가져가버리고 또 기술탈취가 일어나요. 중소기업하시는 분들 들어보면 기술탈취 직간접적 경험 없는 분들이 없습니다. 혁신할 유인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기회도 없고 위기에서 혁신할 유인도 없고. 그런데 지금 정부가 주로 하는 금융지원정책을 계속하겠다. 기회와 유인이 없는데 금융지원정책으로는 성공할 수가 없고 그게 사실 우리가 20년간 경험한 것이죠.

    ◇ 정관용> 그 말씀 들으니까 갑자기 궁금해지는 게 그러면 현대나 삼성 같은 재벌, 대기업들은 이런 변화가 생길 걸 전혀 몰랐던 걸까요. 왜 자기들 스스로가 고부가가치 중간재나 특수재를 만드는 기업으로 자기들 스스로가 변하려고 하는 노력은 안 했을까요.

    ◆ 박상인> 첫 번째는 지금 혁신이 주로 일어나는 게 우리 재벌, 대기업들. 또 이 재벌, 대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수많은 계열사 간의 출정 한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요. 우리 재벌구조가. 거기서 보면 핵심이 되는 현대기아차 같은 경우 현대기아차고요. 삼성이라면 전자라든지 아주 큰 중화학공업 중심 기업들이 핵심입니다, 재벌그룹의. 그 기업 중심으로 해서 계열사들이 다 이렇게 묶여 있는데요. 그리고 또 보면 핵심적인 기업의 지배를 직접 하는 것이 아니고 계열사를 통해서 지배를 하는 구조를 갖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른바 90년대 전 세계 제조업에서 일어나는 탈수직 계열화가 우리 재벌체제에서 재벌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라는 것과 상충이 됩니다.

    자동차산업 같은 경우에 90년대 전 세계적으로 탈수직 계열화가 일어납니다. 즉 뭐냐 하면 1차 부품회사들을 다 독립시켜요. 도요타 같은 경우에는 덴쇼라는 자회사가 있었는데 독립을 시켜버립니다. 그러면서 이른바 오픈 이노베이션 시스템으로 가는 것이죠. 그래서 1차 부품이 특히 모듈 단위로 부품들을 모아서 그것을 최종 조립을 하는 식으로 1990년 이후로 자동차 공정이 다 바뀌었습니다. 그러면서 탈수직 계열화,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갔는데 현대기아차는 그때부터 훨씬 더 강하게 수직 계열화, 내부거래 그리고 전속계약으로 가버렸습니다. 그 체제에서 가격 경쟁력을 오히려 유지하면서 잘했던 거죠. 그러다 보니까 현대기아차 자체도 혁신에 대한 유인이 별로 없었어요. 가격 경쟁력으로 그렇게 쉽게 유지했었기 때문에. 그래서 지난 10년간 도요타에 비해서 R&D 반밖에 안 썼습니다. 폭스바겐 3분의 1밖에 안 썼어요. 그러니까 갑자기 최근에 나타나는 미래차 커넥티드카 이런 데서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거죠. 그러니까 이른바 샌드위치가 되고 있다라는 것이죠.

    ◇ 정관용> 그런데 삼성전자 같은 경우에 반도체에 있어서의 기술투자라든지 이런 것은 그래도 고부가가치 특수재 중간재라고도 볼 수 있는 거 아닌가요.

    ◆ 박상인> 사실 반도체 삼성이 갖고 있는 핵심적인 메모리칩은 어떻게 보면 고부가가치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지금 반도체 라인들 중에서 가장 대량생산을 통해서 가격 경쟁력을 가지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서 가격 경쟁력을 가지는 제품은 우리가 이른바 commodity. 범용재라고 부릅니다. 우리 포항제철, 포스코도 마찬가지죠.

    ◇ 정관용> 범용재에서 널리 쓰이는.

    ◆ 박상인> 그렇습니다. 규모의 경제를 최대한 이용해서 굉장히 효율적이고 아직까지 우리가 거기에 이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아주 오래 가기는 어렵다. 특수재 중심으로 변화가 일어나줘야 하는데.

    생방송 출연 중인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사진=시사자키 유튜브)

     

    ◇ 정관용> 아주 비싸게 소수가 팔리더라도 누구도 따라오지 못한 기술을 갖고 있는 그런 기업으로 현대, 삼성이 스스로 가지도 못했고 자기네들한테 부품 공급하는 회사들을 그런 회사로 키우지도 못했고.

    ◆ 박상인> 그렇습니다. 그게 왜냐하면 특수재라든지 중간재는 규모가 큰 기업들이 아닙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요.

    ◆ 박상인> 그렇죠. 그런데 우리 재벌체제가 대규모 큰 기업 중심으로 묶여서 또 소유지배구조가 복잡하게 얽혔다 보니까 이런 진화 자체를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그것을 오히려 그런 구조를 이용해서 단가 후려치기로 가격 경쟁력을 쉽게 유지하다 보니까 그게 단기적으로는 좋았는데 지금 장기적으로 오니까 독이 되고 있다는 것이죠.

    ◇ 정관용> 그러면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 제조업의 구조조정 그리고 혁신을 만들어내기 위한 방법이 어떻게 됩니까?

    ◆ 박상인> 우리 사실 혁신이 잘 일어나고 있는 분야도 있습니다. 한번 생각해 보시면.

    ◇ 정관용> 예를 들어서 어떤 분야?

    ◆ 박상인> 네이버, 다음 카카오톡 이런 거 생각해 보면 혁신 많이 일어났죠. 화장품 회사. 들어보니까 최근 10년 사이에 화장품 산업에서 혁신이 일어난 건 대부분 한국 기업에 의해서다라는 말을 할 정도입니다. 인터넷 게임 그렇죠. K-POP. 이런 분야들 보면 혁신이 많이 일어나고 있어요. 이게 공통점이 뭐냐.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라는 거죠. '비즈니스 투 컨슈머 (Business to Consumer)'. 소비자가 일반인들인 산업들. 거기는 단가 후려치기, 내부거래 이런 게 없죠. 그러니까 기회가 있고 또 기술탈취 가능성도 적으니까 유인도 있습니다. 그런 데서는 혁신이 일어나고 있어요. 우리 벤처 창업기업들의 한 80%가 B2C예요. 그런데 B2B(기업과 기업 사이의 거래), 비즈니스 투 비즈니스(Business-to-Business)라는 게 중간재 산업이죠. 중간재 산업에서 혁신이 없습니다. 그리고 벤처창업도 20%도 안 되는 기업들이 B2B 창업을 하고 있어요.

    ◇ 정관용> 나머지는 다 B2C예요?

    ◆ 박상인> 그런데 B2C하고 B2B 비중을 보면 B2B가 B2C의 4배 정도가 됩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 벤처기업들 보면 7~80%가 B2B입니다. 얼마나 우리가 B2B 분야에 혁신의 기회와 유인이 없어서 왜곡이 일어나고 있느냐. 또 달리 이야기하면.

    ◇ 정관용> 그것도 역시 재벌독점체제랑 떼려야 뗄 수 없는 거겠군요.

    ◆ 박상인>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달리 말하면 B2C에서 우리가 이렇게 활발한 혁신이 일어나는 거 보면 기회와 유인을 줄 수 있는 그런 제도적인 구조적인 개혁을 해 준다면 B2B도 우리가 빨리 혁신이 일어나면서 생산성 향상도 일어나고.

    ◇ 정관용> 그 기회와 유인을 줄 수 있는 개혁이 어떤 거냐고요, 구체적으로.

    ◆ 박상인> 첫 번째로 경제적 집중 문제죠, 기본적으로. 기회가 없다는 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지나치게 내부 거래를 많이 하고 있다. 친인척, 가신기업들에게 하나씩 다 주려고 하는 식으로 하는 거죠. 그게 기본적인 경제력 집중의 문제인데요. 이것을 해소할 수 있는 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고요. 두 번째는 기술탈취 관련해서는 이른바 징벌배상 디스커버리제를 도입하자는 겁니다. 기업들이 기술탈취 당해도 그런 단가 후려치기를 당해도 사업을 하고 거래를 할 때는 컴플레인을 안 해요.

    ◇ 정관용> 못하죠.

    ◆ 박상인> 이야기하면 망하니까요.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정관용> 아예 거래 관계가 끊어져버리니까.

    ◆ 박상인> 그러니까 지금 망한 기업들만 이야기해요, 사실. 그러면 망하지 않은 기업들 또 기술탈취나 단가 후려치기, 억울할 때 말할 수 있을 때는 언제냐. 비교형량을 하는 거죠. 내가 소송을 냈다든지 기술탈취. 그러면 망하는 비용이죠. 소송했을 때 이겼을 때 얻는 편익과 비용을 비교해서 편익이 더 크게 만들어줘야 되죠. 그 편익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승소 확률 곱하기 승소할 때 받는 배상액입니다.

    ◇ 정관용> 그게 징벌적 손해배상이다.

    ◆ 박상인> 징벌 배상을 하면 승소할 때 받는 배상액이 확 커지죠. 가해자의 경제적 능력에 비례해서 배상액을 때리는 거. 손실 보조라는 전부 배상 더하기 징벌 배상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잘못 알려져 있어요. 3배수가 마치 징벌배상인 것처럼 생각하는데. 그리고 말씀 하나 더 드리고 싶은 게 디스커버리제도라는 게 승소 확률을 높이는 제도입니다. 입증을 할 수가 없어요, 지금 우리는 원고 측에서. 원고 측 변호사가 마치 검사처럼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을 법원으로부터 부여받을 수 있는 게 이른바 디스커버리, 발견하는 그런 제도죠. 이것들이 도입된다면 사실 기술탈취 문제 상당히 저는 해소될 것이고요. 우리 벤처들이 왜 이른바 엑싯(exit)을 하는데 M&A를 통한 엑싯을 주로 합니다, 미국 이런 데는. 그런데 우리는 상장까지 가야만 성공할 수 있어요. 왜 M&A를 통한 엑싯이 안 일어나느냐, 기술탈취죠, 우리는 대부분. 그런데 미국은 기술탈취가 원천적으로 어렵습니다. 징벌배상 디스커버리 제도 때문에요. 큰 회사가 벤처회사 기술을 한번 들어보자 그러면 조그만 회사에서 변호사가 같이 가요, 미팅에. 그래서 모든 정보를 다큐먼트를 합니다. 그리고 나서 만약에 큰 회사가 기술을 들은 내용을 비슷한 걸 가지고 새로운 걸 만들었다. 소송을 해서 징벌배상을 받게 됩니다.

    ◇ 정관용> 미국이?

    ◆ 박상인> 그렇죠. 그러니까 큰 회사들이 프리미엄을 주고 M&A를 해서 사버리는 거죠.

    ◇ 정관용> 우리는 그런 게 없는 거죠.

    ◆ 박상인> 우리는 없죠.

    ◇ 정관용> 그런 제도가 없기 때문에 이 두 가지를 하면 돈은 좀 많이 있거든요, 시중에. 그래서 금융은 따라올 수 있다. 기회와 유인이 있으면 우리도 정말 B2C에서 본 것처럼 B2B의 불길 같은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 정부가 그걸 해야 되는데 그걸 안 하고 자꾸 지금 문제는.

    ◇ 정관용> 그리고 보통 우리가 중소기업 강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도 방법론은 방금 말씀하신 그 방법론 아니겠습니까?

    ◆ 박상인> 그렇습니다. 왕도가 있는 거는 아니고요.

    ◇ 정관용> 세계적 경쟁력을 갖는 중소기업은 그래야 만들어질 수 있다.

    ◆ 박상인> 당연히, 특히 보시면 B2B는. B2C는 문화적인, 언어적인 장벽이 있는데 B2B는 그런 게 없습니다, 중간재이기 때문에. 물론 세계적인 기업으로 나갈 수 있는 기업들은 B2B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1차 경제 활력 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기자)

     

    ◇ 정관용> 그런 기술 잠재력을 갖고 있는 중소기업도 우리나라에 많이 있는 거 아닙니까?

    ◆ 박상인> 그렇죠. 그런 중소기업 잠재력이 있는 기업들이 발휘를 못하는 것뿐만 아니고 점점 없어지고 있다는 거죠.

    ◇ 정관용> 재계에서도 제조업을 혁신해야 된다 이런 소리를 하면서 입만 벌리면 규제완화 해야 된다, 혁신적인 과감한 규제 철폐해야 된다 그러는데 오늘 교수님한테 쭉 공부를 해 보니까 제조업의 진짜 경쟁력 강화는 더 강력한 규제네요, 재벌에 대한.

    ◆ 박상인> 그렇죠. 그게 규제가 좋은 규제도 있고 나쁜 규제도 있죠. 나쁜 규제는 당연히 없애야 되지만.

    ◇ 정관용> 그런데 아무튼 부당한 내부거래, 기술탈취 같은 것을 과감하게 징벌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 박상인> 재계에서 말하는 규제 완화도 결국은 기회의 문제이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기회가 우리가 닫혀 있는 거지 사실 규제 때문에 닫혀 있는 부분보다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기술탈취 때문에 닫혀 있는 부분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이고요. 그다음에 재계에서 말하는 규제 완화는 많은 경우에 어떤 산업에서 갖고 있는 독점력을 레버리지로 이용해서 다른 쪽에 쉽게 들어갈 수 있는 문을 열어달라는 의미의 규제죠. 이건 반 혁신적인 규제 완화죠, 사실.

    ◇ 정관용> 정부도 최근에 아까 제조업의 위기나 문제점에 대해서 인식하고 있는 것이 반갑다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제조업 르네상스 보고서도 쓰고 있다고 하는데 얼마 전에 정부가 밝힌 내용을 보면 숙련노동을 통한 일터 혁신을 이룬다. 이런 얘기가 있었어요. 즉 숙련 노동자들한테 인사상 임금상 혜택과 베네핏을 줄 수 있는 그런 걸 통해서 숙련노동자들이 더 많이 자기 숙련도를 높여나갈 수 있도록 유의하겠다 이런 건데. 이거야말로 지금 박 교수님 진단하신 것에 비하면 구조가 아니라 그냥 이건.

    ◆ 박상인> 지원 정책이죠.

    ◇ 정관용> 그렇죠?

    (사진=청와대)

     

    ◆ 박상인> 정부가 아직도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해서 인식은 하는 것 같습니다만 내놓는 내용을 보면 구조를 바꾸는 내용이 아니고 구조는 두고 지원하겠다. 이것도 또 한편으로는 공급자적인 생각만 계속해요. 공급자적인 측면에서 공급을 어떻게 해 주면 된다는 식. 그런데 지금 우리가 수요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거죠. 그러니까 시장이 바라는 고품질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고 품질 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못 만들고 그러려고 하는 유인이 없는 게 문제인데 자꾸 그것을 풀어주지 않고서 노동 공급에서 월급을 올려주겠다라든지 지원을 더 해 주겠다라는 과거 발상을 아직도 하고 있다. 이게 참 한계인 것 같고요.

    ◇ 정관용> 답답하네요. 이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그리고 공정경제를 내세웠는데 지금 교수님 강조해 주신 건 다 공정경제 영역에 해당하잖아요.

    ◆ 박상인> 그렇죠.

    ◇ 정관용> 거기 진도 다 못 나가고 있죠?

    ◆ 박상인> 공정경제는 한 게 사실 없다고 생각되고요.

    ◇ 정관용> 겨우 그래도 입법하겠다고 내놓고 하는 것들도 보면 다 상권 개정안처럼 소유 지배구조 건드리는 건데 그게 아니라 말씀하신 중소업체, 중견업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잘못된 지배구조, 잘못된 수직 계열화 여기에 철퇴를 가하는 것은 아직 안도 없잖아요.

    ◆ 박상인> 안도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께서도 이번에 신년사에 공정과 일자리 강조를 하셨는데 사실 지금 가장 안 한 것이 공정과 일자리 부분이다. 그리고 일자리 부분도 역시 산업구조가 이렇게 바뀌어야만 양질의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길 수 있습니다.

    ◇ 정관용> 당연한 얘기죠.

    ◆ 박상인> 독일 같은 경우 생각해 보시면 중소기업이 대기업 임금의 80% 수준입니다, 보통. 그런데 임금 그런 인적자본 중심의 산업 구조죠.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그러다 보니까 생산량이 는다는 것은 인적자본에 대한 수요가 늘게 되는 것이고요.

    ◇ 정관용> 당연하죠.

    ◆ 박상인> 그러면 일자리, 좋은 일자리가 더 많이 생기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는 지금 물적자본 중심의 가격 경쟁적 중심의 최종재 산업을 계속해서 지원하고 키우겠다는 것으로 가니까.

    ◇ 정관용> 공정경제 한 게 없다.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 위원장은 이런 거 모르나요?

    ◆ 박상인> 참 답답합니다. 제가 늘 천천히 하시겠다고 그러는데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에서 가장 문제점은 신중하게 천천히 해야 될 것은 전광석화처럼 하고, 전광석화처럼 빨리 해야 될 것은 굼벵이처럼 안 하니까 앞뒤가 바뀌었고 순서가 바뀌었다. 속도가 바뀌었다. 그런 의미에서 참 답답하고요. 이번에 신년사 좋은 말씀들 많이 하셨는데 어떻게 보면 제가 정말 리포트로 학생들 기말논문 심사를 하면 C를 줄 내용이다. 일관성 없이 그냥 좋은 말만 갖다놓고 그 안에서 모순들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참 한마디로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경제팀이 왜 이렇게 나쁜 평가를 시중에서 받는가를 이번 신년사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정관용> 이렇게 계속 저희가 문제제기하면 조금 귀가 따가워서라도 바뀌고 변화하기를 기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박상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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