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정한 구속 기간이 남아있는데도 2심이 선고한 징역형의 형기가 만료됐다는 이유로 구속취소가 결정되는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자, 형기만료를 구속취소 사유로 인정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법원과 법조계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재판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은 지난 6일 형기만료로 석방됐다.
당초 그가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을 기간은 올해 5월까지였다. 하지만 항소심 형량인 징역 1년을 이미 채웠다는 사유로 석방된 채 상고심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도 법으로 정한 구속 기간이 남아있는데도 2심에서 선고한 징역 1년6개월의 형이 만료됐다는 이유로 지난해 11월 15일 석방됐다. 장씨는 삼성그룹을 압박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금을 내게 한 혐의를 받는다.
법원이 이들의 구속을 취소하면서 명시한 사유는 '형기가 만료됨에 따라 구속 사유가 소멸했다'는 점이었다.
장 전 지검장 사건을 재판 중인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피고인에 대한 구속의 사유가 소멸해 구속을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장씨를 석방한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도 "피고인에 대한 구속의 사유가 취소돼 구속을 취소한다"고 판단했다.
2심에서 선고한 형의 형기가 상고심 재판 중 만료됐기 때문에 피고인을 구속해야 할 이유가 사라져 구속취소를 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상당수 법조인들은 2심에서 선고한 형의 형기가 만료됐더라도 당연히 구속을 취소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법원이 구속재판 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다.
법원이 선고한 징역형을 집행하는 '구금'과 재판을 위해 피고인을 '구속'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므로 2심에서 선고한 형의 형기가 만료됐더라도 이와 상관없이 구속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형기만료를 구속취소 사유로 규정하거나 형기가 만료되지 않음을 구속할 사유로 규정한 법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형기만료는 재판을 위한 구속과 전혀 상관이 없는데도 법원이 부당하게 이를 이유로 구속을 취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변호사도 "형사소송법이 무죄가 확정된 경우 재판 중 구속된 '미결구금' 일수를 보상하라고 하면서도, 유죄가 확정된 경우는 미결구금 일수가 확정된 형보다 길어도 이를 보상하라는 규정은 없다"고 언급했다. 재판을 위한 구속 기간과 형기(刑期)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반면 법령에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 오히려 구속취소를 해야 하는 근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형사소송법상 법원의 재판은 피고인에게 불구속 상태로 충분히 방어권을 주는 것이 원칙"이라며 "형기만료를 구속취소 사유로 인정하지 않으면 재판이 길어진 피고인만 불리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형기가 만료되면 피고인에게 더 이상 도주 우려나 증거인멸 등의 구속 사유가 없다고 봐 구속을 취소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구속취소는 법원의 재량사항이기 때문에 반드시 법령에 규정돼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