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여성을 떠나 소방관이라는 자세로 근무하며 끝까지 버티면 좋은 날이 있을 겁니다."
이원주(56) 신임 중랑소방서장은 8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후배 여성 소방관들을 향해 차분한 어조로 당부했다. 이날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1972년 출범 이후 그를 47년 만의 첫 여성 소방서장으로 인사발령 냈다.
이 서장은 전형적인 남성 조직인 서울 소방에서 36년간 근무하며 유리천장을 깨 온 인물이다. 그의 프로필엔 여성 첫 소방경, 여성 첫 간부후보, 여성 첫 현장지휘관 등 최초라는 이력이 빼곡하다.
1982년 그가 임용됐을 당시 여성 소방관 선배는 단 1명에 불과했다. 소방서에는 여자 화장실도 따로 없었다. 이 서장은 "어느 직장이든 어려움이 없었겠느냐"며 "그때는 불편한 것을 몰랐다. 당연한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강남소방서, 성동소방서 등에서 건축허가, 구급 등 대민업무를 주로 맡으며 꼼꼼한 일 처리를 인정받았다. 이후 여성 최초 야간 당직관을 지내며 화재 등 사고 현장을 지휘하는 '야전사령관' 역할까지 너끈히 소화해냈다.
그는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회피하지 않고 버티면 나아질 거라 생각했다"며 동료와 가족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현재 서울시 여성 소방공무원은 총 624명으로 전체 6천954명의 8.9%를 차지한다. 이 서장은 "화재진압은 강인한 체력이 우선시되지만, 현장 응급처치나 환자 대응은 여성이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9일부터 42만여 중랑구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