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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모이' 윤계상 "'범죄도시' 인기? 마치 god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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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모이' 윤계상 "'범죄도시' 인기? 마치 god 같은 것"

    [노컷 인터뷰 ②] "나는 실력으로 주인공하는 것 아냐"
    "'범죄도시'로 함께하는 작업 의미 깨달아"
    "god 20주년은 너무 기적 같고 감사한 일"

    영화 '말모이'에서 조선어학회 대표 류정환 역을 연기한 배우 윤계상.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윤계상의 필모그래피를 돌이켜보면 '범죄도시'는 그야말로 폭발적인 변곡점이 된 작품이었다. 이로 인해 전성기를 맞이한 마동석 못지 않게 윤계상은 범죄 조직의 잔혹한 수장 장첸 역으로 뇌리에 깊게 박혔다. 수많은 유행어가 패러디 되기도 했지만 정작 윤계상은 이에 덤덤한 모습이었다.

    "'범죄도시' 이후에 들어오는 작품들에 다양성은 생긴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한 일이죠. 특히 남자 분들을 만나면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제가 싸움을 진짜 잘하는 줄 알기도 하시고…. 재미있어요. 그렇지만 결국 잊혀질 것이고 다음으로 나아가야 하고 저는 거기에 머물러 있지 않으니까요. 지오디(god) (전성기 시절의 인기)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당시에도 '범죄도시' 인기에 흔들림은 없었어요. 물질적인 건 소모돼 없어지고 그냥 제가 갖고 있는 것만 남는 거니까요."

    '범죄도시'로 인해 무명에서 대중에 알려진 배우들도 많다. 특히 그와 함께 호흡을 맞췄던 진선규는 최근 여러 영화들에서 눈길을 끄는 조연으로 왕성하게 활약 중이다. 이야기를 꺼내자 윤계상은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숨은 보석들이 정말 너무 많아요. 저는 기회가 좋아서 하는 거지 실력으로 주인공 하는 게 아니잖아요. 더 발견되고 나와야 재미있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런 배우들의 재발견은 정말 '범죄도시'니까 가능했어요. 정말 저 혼자 잘해서 됐다고 생각했다면 거만해졌겠죠. '말모이' 류정환 역할도 화려한 다음 행보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의문일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 역시 혼자서는 불가능한 영화거든요. 윤계상이 혼자 돋보이는 것보다 그런 메시지가 지금 제기는 절실해요."

    처음부터 윤계상이 공동 작업을 즐겁게 여기며 소통과 연대감을 가졌던 건 아니었다. 스스로를 전부 보여주는 것이 어려워 그렇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범죄도시'를 거치면서 생각이 뒤바뀌었다.

    "'범죄도시'를 통해 배우들과 같이 소통하며 작업해야 한다는 신념이 생겼어요. 너무 나 자신을 다 보여주기가 쉽지는 않죠. 그렇지만 내가 '저 사람에게 신뢰도가 깨지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보다는 그런 것까지 노출하면서 같이 채워 나가는 작업이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마음을 '범죄도시'가 만들어줬어요. 촬영이 힘들었지만 진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잖아요. 작품이 잘되면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빛난다는 걸 알게 됐고요."

    영화 '말모이'에서 조선어학회 대표 류정환 역을 연기한 배우 윤계상.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말모이'처럼 쉽지 않은 작업 속에서도 결국 윤계상은 끝까지 연기에 대한 답을 찾았다. 말로는 우는 이야기를 해도 실제로는 '풀지 못하는 숙제'를 받았을 때 해결을 위해 몰입하는 것이 그의 즐거움 중 하나다.

    "연기를 대충할 수는 없어요. 열심히 해도 이 정도밖에 못하니까요. (웃음) 저는 지독하게 몰아붙이는 기운, 풀지 못하는 숙제를 좋아해요. 게임을 해도 한 번 잡으면 끝내야 하거든요. 그렇게 집중해서 했을 때가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해도 해도 다른 사람이고 끝이 없으니 연기가 얼마나 재미있겠어요. 결국 그 진정성인 것 같아요. 간절하게 그 캐릭터가 되고 싶은 마음에 집착과 끈기가 생길 수밖에 없는 거죠."

    가수로서의 윤계상은 이제 데뷔 20주년을 맞은 지오디(god) 멤버다. 그는 무탈하게 맞이한 20주년을 '마치 기적 같은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팬들은 여전히 이들을 존재하게 하는 원동력이나 다름없다.

    "너무 감사하고 우리 멤버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지금 함께라서 감사하고요. 콘서트를 할수록 이건 기적 같은 일이라는 걸 느껴요. 늙고 있고, 그 때보다 못하는데도 한 번 사랑해줬기 때문에 그 마음으로 더 응원해 주는 게 기적 같죠. 지금은 제가 가진 실제 모습이랄까요, 좀 쑥스러운 모습도 다시 꺼낼 수 있는 용기가 생겼어요. 팬 분들도 그 모습을 많이 좋아하시더라고요. '같이 걸을까' 때문에 변한 것 같아요."

    사춘기 같았던 '예민한 시절'을 지나 이제 윤계상은 세상을 재미있게 살고 있다. 자연스럽게 삶의 일부를 받아들이니 더 이상 감당 못할 무게감 속에서 몸부림치지 않게 됐다. 인터뷰를 유쾌하게 이끌어가는 그에게서는 인생의 한 문턱을 무사히 넘어선 단단함이 엿보였다.

    "삶의 순간 순간이 지속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삶에 대한 여정을 재미있게 잘 보내고 싶어요. 더 부지런해지니까 세상이 재미있더라고요. 힘든 일이 찾아와도 잘 버텨서 지나가자는 생각도 들고요. 한 군데 머물 수 있는 건 결국 제 자신이 만드는 것 같아요. 미궁 속에 한 번 빠져봤기 때문에 다시는 빠지지 않을 자신이 있어요. 너무 절실하면 무게감 때문에 그렇게 되더라고요. '같이 걸을까'를 보면 제 행복의 표현들이 있어요. 정말 소중하더라고요. 산티아고는 꼭 한 번 걸어보세요. 정말 귀중한 시간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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