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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치료 명령제 강화, '임세원 사건' 재발 막을까

보건/의료

    외래치료 명령제 강화, '임세원 사건' 재발 막을까

    [낙인 없는 정신과 치료②]
    현행법에 외래치료 명령 제도가 명시돼 있지만 유명무실
    보호자 동의 없으면 의사 판단만으로는 치료 명령 심사조차 못해
    "퇴원 후 치료 중단해 정신질환 악화되는 게 더 큰 인권 침해"

    글 싣는 순서
    ①'보험 거절'‧'취업 걱정'…낙인이 두려운 정신과 환자들
    ②외래치료 명령제 강화, '임세원 사건' 재발 막을까


    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중 의사를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 박 모(30) 씨가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미리 준비한 흉기로 임세원 교수를 숨지게 한 피의자 박모(30)씨는 정신과에서 퇴원한 뒤 이른바 관리 사각지대로 숨어든 조현병 환자였다.

    2015년 9월 20여일간 병원에 머물다 퇴원한 뒤 그는 정기적인 외래진료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2017년 1월에 한 번, 지난해 12월 범행 당일 임 교수를 마주한 게 전부였다.

    ◇환자 인권 보호도 좋지만 관리 사각지대 넓혀

    정신건강복지법 64조에 외래치료 명령 제도가 명시돼 있지만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법은 정신의료기관의 장이 보호자 동의를 받아 시·군·구청장에게 외래명령치료 심사를 청구한 뒤, 지자체에서 심사위원회를 열고 명령 여부를 결정한다.

    환자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의사 판단만으로는 외래명령 치료 심사를 요청하지 못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은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을 4일 발의했다. 개정안은 의료기관 장이 보호자 동의없이 심사위원회에 외래치료 명령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환자 인권을 침해한다는 우려에 정 의원은 퇴원한 정신질환자가 지속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보호자들이 정신 질환에 대한 인식이 떨어지거나 치료를 제대로 할 수 있게 지원하기 어려운 경우, 보호자 동의없으면 사실 환자가 치료를 못 받는다"며 "퇴원한 환자가 치료를 중단해 정신질환이 악화돼 사회적으로 고립되거나 다시 강제 입원되는 게 더 큰 인권 침해"라고 했다.

    2016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중증 정신질환자 5만4152명 중 퇴원한 지 한 달 안에 한 번이라도 정신과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는 3만4303명에 불과하다.

    ◇'낙인 떼기 운동' 등 인식 개선해 치료 부담감 덜어야

    치료가 낙인이 될까 정신과 진료를 꺼리는 사회 분위기가 관리 사각지대를 넓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종익 강원대 정신과 교수는 "옛날보단 많이 나아졌지만 정신과에 대한 편견이 아직도 많은데 치료를 쉽게 받겠느냐"며 "(퇴원한 환자들은) 내가 괜찮아졌는데 약을 왜 먹어야 되지,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울증, 공황장애 등 조금씩 오픈하는데 갈 길이 멀다"며 "안티 스티그마 무브먼트(낙인 떼기 운동)처럼 유명한 사람들이 나서서 무슨 병을 앓아서 치료했고 좋아졌다는 캠페인을 하면 대중에 영향을 많이 줄 수 있다"고 했다.

    '낙인 떼기 운동'은 2007년 영국에서 벌인 '타임 투 체인지(Time to Change)' 캠페인의 일환이다.

    영국 보건복지부 등에서 자금을 모은 이 캠페인엔 유명 가수와 권투선수 등이 참여해 자신의 정신질환을 고백하기도 했다.

    영국 학계는 이 캠페인이 정신 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임 교수가 생전 자신의 우울증 극복기를 담은 저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를 낸 것처럼 유명인들이 나서 정신질환 치료를 공론화한 게 사회적 낙인을 떼는 데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임 교수의 여동생 임세희씨는 2일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의료진의 안전과 모든 사람이 정신적 고통을 겪을 때 사회적 낙인 없이 적절한 정신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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