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아이콘' 또 현 정권의 '적폐청산 대상 1호로 불리기도 하는 박승춘 전 보훈처장의 보훈심사가 지연되면서 최근 논란이 빚어졌다.
젊은 시절 군에서 고엽제 피해를 당한 박 전 처장이 보훈대상자(국가유공자)신청을 한 것인데 국가보훈처 산하 보훈심사위원회(위원장 정진)가 의도적으로 박 전 처장의 보훈심사를 미뤄 정치보복을 하는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의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문제와 편향된 안보교육 등으로 진보와 보수 진영에 숱한 논란을 일으켰던 박 전 처장은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1호로 교체됐다.
국가보훈처는 재발방지위원회를 꾸려 박 전 처장 재임기간 동안 이뤄졌던 과거사에 대한 조사와 반성 그리고 대책을 마련 중인 상태로 박 전처장에 대한 보훈심사 지연도 이와 연관된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만했다.
이에 9일 박 전 처장에 대한 보훈심사를 중단시킨 당사자인 정진 보훈심사위원장의 얘기를 직접 들어봤다.
'현 정권 입장에서 박 전 처장이 아무리 미워도 공이 있다면 평가를 해줘야하는 거 아니냐'는 질의에 정 심사위원장은 "박 전 처장이 전방근무 당시 고엽제 피해를 본 것은 확실하다. 절차의 문제로 심사가 지연된 것 뿐"이라며 "사실 가슴이 짠하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보훈처 공무원들이 스스로 유공자가 되는 셀프 심사를 막기 위해 2014년부터 보훈처 소속이었던 공무원들은 별도의 심사를 받도록 규정이 강화됐는데 이것이 지켜지지 않아 이 문제를 확인하느라 심사가 늦어진 것"이라며 "전 정권 인사에 대한 정치보복 등은 정말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에 따르면 2014년 보훈처 출신 공무원들의 보훈심사 규정을 강화한 당사자가 박승춘 전 차장이었다.
박 전 처장같은 전 보훈공무원의 경우 보훈심사위원회 운영세칙에 따라 국가보훈대상자 등록 신청을 하면 심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심사위원을 중심으로 보훈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심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박 전 처장은 일반적인 분과회의 절차로 심의가 이뤄진게 문제의 핵심이었다.
박 전 처장은 지난해 7월 서울북부보훈지청에 고엽제후유(의)증 등록신청을 하면서 지청장에게 '장,차관에게 부담이 안됐으면 좋겠다. 조용히 처리됐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보훈신청을 한 사람이 박승춘 전 보훈처장인지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고 일반적인 절차에 따라 심의가 이뤄지다가 최종 보훈대상자 결정 전에 당사자가 박승춘 전 보훈처장인 것임이 확인된 것이다.
정 위원장은 "절차에 문제가 있었고 이를 다시 확인하다보니 한두달 늦어진게 된 것"이라며 "건강도 좋지 않은 분에 대해 사람의 도리로서 어찌 그러겠나. 보훈처 과거사 문제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였다"고 밝혔다.
박 전 처장은 2017년 이후 암이 발병해 투병중인 상태다. 정 위원장은 첫 심사당일 박 전처장에 대한 보훈심사의 절차 문제와 그의 와병사실 등을 피우진 보훈처장에게 보고했고 피 처장은 '잘 해드리라'고 당부하면서 실국장들에게는 문병 필요성을 거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위원장은 "보훈심사문제가 불거진 뒤 박 전 처장이 항의하러 온다고 해 설명준비까지 마쳤으나 오시지는 않았다"며 "절차 외에 고엽제 피해에 따른 보훈사실은 전혀 흠결이 없는 만큼 설 전에 가급적 결정이 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건강이 나빠지신 분이 가족 등 여러가지를 감안해 보훈대상자 신청을 한 것일텐데 논란이 빚어져 안타깝다.그분이나 우리(보훈처)나 딱하게 됐다"고 말했다.
보훈처는 현재 서울북부보훈지청이 박 전 처장의 보훈대상자 신청을 제대로 접수받지 않아 문제가 불거진 경위 등을 조사하는 중이지만 박 전 처장은 이와 상관없이 무난히 국가유공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