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서 공직·기업비리 등 굵직한 특수사건 수사의 대표선수 격인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머지않아 '특수'라는 이름을 뗄 가능성이 커졌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시대 분위기에 맞춰 특수수사과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고 보고 수사국 등 관련 부서를 통해 새 명칭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대안으로는 '중대범죄수사과'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특수'라는 부서명에 과거 시대의 느낌이 많고, 마치 다른 범죄를 '일반범죄' 정도로 취급하는 듯한 오해를 줄 수 있어 좀 더 보편성을 띤 이름을 찾아보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특수수사과는 1972년 치안본부 소속 '특수수사대'로 출발해 1976년 특수수사1대(일명 '사직동팀')와 2대(일명 '신길동팀')로 나뉘었다. 1991년 특수수사1대는 조사과로 이름이 바뀌고 2대는 수사2과로 소속을 옮겼다. 이어 1994년 수사2과가 특수수사과로 개칭됐고, 조사과는 2000년 폐지됐다.
과거에는 공직자 비위 등과 관련한 청와대의 '하명' 사건을 주로 다루는 부서로 알려졌다. 오늘날에도 정부에서 수사의뢰한 사건을 특수수사과에서 맡는 경우가 있지만, 그밖에 자체 첩보를 토대로 공직자·기업의 뇌물이나 횡령·배임, 조세포탈 사건 등을 활발히 수사하고 있다.
현재는 경찰청 수사국 소속으로, 과장(총경)과 팀장 4명(경정 2명·경감 2명) 등 29명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기존 수사국 수사과 소속인 별도 수사부서 지능범죄수사대가 최근 직제개편으로 특수수사과 소속 1개팀으로 편입될 예정이어서 전체 규모는 5개팀으로 확대된다.
특수수사과가 맡은 대표 사건 중 가까운 것을 꼽자면 삼성·한진그룹 총수 자택공사비 횡령 의혹이다. 수사 과정에서 과거 삼성특검 당시 확인되지 않았던 삼성그룹의 4천억 원대 차명계좌가 드러나기도 했다. 2016년 국내를 떠들썩하게 한 공무원 시험 준비생의 정부서울청사 침입사건도 특수수사과가 담당했다.
2013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연루된 성접대 의혹 수사에서 특수수사과를 주축으로 수사팀이 구성됐고, 지난해에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변호사 시절 '몰래 변론' 의혹을 수사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하는 등 유력인사들까지 수사선상에 올린 경험이 있다.
경찰 조직에서 특수사건 전문성을 인정받는 수사관들이 근무해 자존심 강한 부서 중 하나다. 고위공직자나 재벌 총수 등과 관련한 각종 영장을 신청하면 검찰이 보강수사 필요 등을 이유로 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돌려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어 검-경간 신경전을 자주 겪는 부서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청와대 특별감찰반 관련 의혹을 제기한 검찰 소속 김태우 수사관이 특수수사과를 찾아가 자신의 지인이 연루된 사건 수사 진행상황을 물었다는 의혹이 불거져 때아닌 관심을 받기도 했다.
경찰청은 검토를 거쳐 이르면 올 3월께 '경찰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개정을 통한 명칭 변경을 추진할 계획이다.
소식을 접한 일부 경찰관들은 "특수수사과는 이름 자체로 대중적 인지도와 무게감이 크고,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되는 '중대범죄수사과'는 줄여서 '중수과'로 불릴 텐데 과거 폐지된 대검 중수부(중앙수사부) 느낌이 있는 데다 마치 다른 범죄는 중대범죄가 아니라는 오해를 줄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새 명칭과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고 여러 가지를 고민해볼 것"이라며 "필요하면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명칭을 공모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