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보건복지부로부터 발송된 공문을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에게 전달했다. (사진=독자 제공)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이 올해 책정된 운영비에 대해 반대 집회 참석을 예고한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아동센터를 휴원하고 집회에 참석한 종사자들의 운영비를 환수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해 논란이 일고 있다.
11년 째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한 송 모씨는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말도 안 되는 (지역아동센터 운영비) 예산을 세워놓고는 그 것에 항거해 정당하게 시위를 하려고 하니, 보건복지부가 '휴원'하고 시위하러 오면 운영비를 환수하겠다는 공문을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 씨는 "부족한 예산으로 매번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에서 아이들 프로그램비마저 1인당 1만9000원에서 9500원으로 줄어들었다"며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이 그 답답한 마음을 마음껏 소리라도 질러보고, 같이 울어도 보고, 세상에 말 한마디 해보겠다는데 그걸 향해서 환수 등 행정적 조치를 하겠다고 (복지부가) 협박을 한다"고 호소했다.
논란이 된 복지부의 공문은 지난 4일부터 각 지방자치단체로 발송됐다.
관련 안내문에는 "집회에 참석한 종사자들이 아동보호조치 위반(방임행위) 등 관령 법령 및 제도 위반을 주의하고 종사자들의 집회 참석으로 이용 아동들에 대한 돌봄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라고 적혀있다. 그 아래에는 1일 8시간 이상 상시 운영이 원칙이고 종사자의 (하계)휴가 등의 사유로 임시 휴원이 불가하다는 내용도 적혀있다.
그러면서 아동복지법 제 17조(금지행위)‧제51조(휴업‧폐업 등의 신고), 보조금관리법 제 18조(보조금의 교부조건), 공정거래법 제26조(사업자 단체 금지행위)를 근거로 들며 위반내용을 명시했다. 이를 어길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과 휴원일수 만큼의 보조금 반환명령을 하겠다는 제재 내용이다.
사실상 1월 15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집회에 지방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의 참석은 불가능한 것이다.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이 집회를 갖는 배경에는 인상된 최저임금보다 낮게 책정된 운영비에 있다. 이 운영비는 인건비와 아동 프로그램비, 관리운영비에 쓰인다.
송 모씨는 부족하게 책정된 예산에 대해 "이 예산으로 문화활동하고 캠프하고 예능프로그램하고 안전교육하고, 성교육하라는데 터무니 없는 짓을 하는 게 아니냐"고 강조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한국지역아동센터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지역아동센터 운영비는 지난해보다 2.8% 오른 1259억5500만원으로 책정됐다. 여기에 실제로 지원받는 기본 운영 지원비는 지난해 월 516만원에서 올해 월 529만원으로 2.5% 소폭 올랐다. 같은 기간 최저임금이 10.9% 인상됐지만, 그보다 낮은 비율로 책정된 것이다.
공과금 외 임대료를 스스로 부담하는 상황에서 인상된 인건비까지 맞추다보니 자연스레 아이들의 프로그램 서비스 또한 낮아진다는 주장이다.
한국지역아동센터연합회 옥경원 대표는 10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역아동센터가 법제화 된 2004년 이후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은 15년 동안 최저시급만을 받으며 일하고 있는데 올해 인상된 최저임금 법으로 아이들의 프로그램에서 비용을 빼와야 한다"며 "아이들에게 하루에 들어가는 단가가 560원 꼴로 되는데 여기에 (지원금을) 더 빼오면 아이들에게 쓸 돈이 없게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이 아이들의 돈을 더 뺏어서 종사자들의 인건비로 채우라는 게 복지부의 궁여지책"이라며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종사자들이 많은데 내가 먹고 살기 위해서 아이들에게 직접 들어가는 비용을 뺏으라고 하니 자존심의 상처가 많이 난다"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이날 "아동복지시설의 휴원은 법적으로 3개월 전에 신청을 해야 한다"며 "(발송문을 보낸 이유는) 휴원하면서 아동에게 돌봄 공백이 발생되면 안 되기 때문에 이런 조항이 있다고 (종사자들에게) 안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예산 편성에 관해서는 "관련 부처에서 지역아동센터 운영비 인상안을 만들어 기재부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기재부가 정부안을 만들고 국회에 제출한 뒤에도 (국회에) 인상 조정을 한 번 더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날 "지역아동센터 운영비 예산은 2004년부터 '정액'으로 지원되는 체계인 만큼 최저임금 인상과는 별도로 봐야 한다"며 "인건비, 물가 인상 등 다양하게 고려해서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