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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정당

    한국당 '룰 전쟁' 가열…핵심은 공천권

    '승자독식' 단일 VS '나눠먹기' 집단, 지도체제 비대위 일임
    김병준 비대위 단일지도체제 선호…통과되면 당권 '양자대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 (자료사진=연합뉴스 제공)

     

    자유한국당은 10일 의원총회를 열고, 2‧27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 꾸려지는 지도부의 지도체제를 논의했다. 현행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일반적인 집단지도체제로 변경할지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였지만, 총의를 모으지 못했다.

    현행 단일지도체제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 이렇게 될 경우 당 대표의 강한 권한이 유지되면서 당권 경쟁은 친박계 대(對) 비박계의 '1 대 1' 양자대결 구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도체제에 대해서 의원들의 의견을 취합했다"며 "취합된 의견을 비대위 측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표면적으론 의원들의 의견을 전하겠다는 말이지만, 사실상 비대위에 결정 권한을 존중하겠다는 얘기다. 나 원내대표는 "의총은 보고를 받는 그런 곳이고 결정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에선 단일지도체제와 집단지도체제를 놓고 어떤 체제를 선호하는지에 대해 종이에 적도록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선 집단지도체제로 변경하자는 요구다 더 많았고, 실제 바깥으로 전해진 내부 분위기 상 발언 의원 중에서도 집단을 선호한다는 주장이 다수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나 원내대표는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결과를 보고받지 못했다"면서도 "비율이 거의 비슷했다. 집단(에 대한 선호)이 더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이날 의원들이 모은 결과를 토대로 오는 14일 전후로 지도체제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고, 17일 전국위원회 소집을 시도한다.

    지도체제 변경과 같은 당헌‧당규 개정에 있어서 당규 변경의 최종 의결 기구는 상임전국위원회이고, 당헌의 경우 전국위에서 의결한다. 전국위 소집을 상임전국위에서 해야 하기 때문에 17일에 두 위원회가 순차적으로 소집될 전망이다.

    그러나 의원 다수가 반대하는 단일지도체제에 대해 비대위가 결정을 강행할 경우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친박계 유기준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의총에서 많은 사람들이 얘기한 안과 다른 안이 올라간다면 상임전국위의 개최부터가 어렵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비대위와 의원들 간 지도체제 문제에 대한 이견이 발생하는 이유는 공천권 때문이다. 한국당 당 대표의 임기는 2년이다. 2‧27 전대를 통해 당권을 잡고, 또 이를 유지한다면 2020년 4월 치러지는 21대 총선 때 공천권을 행사하게 된다.

    단일지도체제의 경우 1인 1표제로 당 대표 선거와 최고위원 선거를 분리해서 실시한다. 반면 집단지도체제는 1인 2표제로 최고 득표자가 당 대표에 선출되고, 차점자부터 4~5위까지 최고위원이 된다. 단일체제는 당권이 강한 반면 당 대표에서 낙선하면 지도부에 입성할 수 없기 때문에 출마 자체에 위험 부담이 따른다. 하지만 집단체제의 경우 1위를 특정 계파에서 차지해도 다른 계파가 2위 최고위원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단일지도체제로 선거를 치러 비박계가 당선되면 친박계는 공천에서 학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친박계의 당권 접수 경우에도 비박계는 배제될 수 있다.

    때문에 '인적 쇄신'의 대상이 되는 중진급 의원들은 계파를 막론하고 집단지도체제를 선호한다. 당 대표가 안 되더라도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에 입성, 자신의 공천을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지난 9일 심재철‧조경태‧주호영‧김문수‧김진태(선수 순서) 등 중진급 전‧현직 의원들은 "총선 승리의 길은 합의형 집단지도체제"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단일형 집단지도체제는 당 대표의 독주와 전횡이라는 위험 요소를 안고 있는데다 1부 리그와 2부 리그로 나뉠 수밖에 없다"며 "비대위 산하 정당개혁위원회가 공개한 당원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4%가 집단지도체제를 선호한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당초 집단지도체제를 단일지도체제로 변경한 장본인인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달 26일 한 간담회에서 "집단지도체제로 가는 것은 계파 간 공천 나눠먹기를 하자는 것"이라며 중진급 인사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중진들의 주장은 사실관계와도 맞지 않는다. 집단지도체제 아래서 공천 및 선거가 치러졌던 지난 20대 총선에서 옛 새누리당은 더불어민주당에 원내 1등 지위를 빼앗기는 식의 패배를 맛봤다.

    당시엔 전대 1위 득표자였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2위 득표자인 서청원 의원이 각각 비박계와 친박계의 수장 격 인사를 자임하며 갈등을 반복해 '봉숭아 학당'이란 당내 자조섞인 비판이 나왔었다. 반대로 홍 전 대표의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 강제 출당처럼 이견이 있는 사안을 밀어붙여 사당화(私黨化) 비난을 자주 들었다.

    홍 전 대표가 도입한 단일체제가 고수될 경우, 당 대표 출마 인원이 줄면서 양자 내지 3자 대결구도로 당권 경쟁이 압축될 전망이다. 이럴 경우 출마가 예상되는 인물은 홍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태호 전 경남지사, 정우택 의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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