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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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이 검찰 소환 조사에 앞서 '대법원 기자회견'을 추진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발언 내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6월 이른바 '놀이터 기자회견'을 통해 여러 의혹에 대한 해명을 내놨지만, 역풍을 몰고 온 당시 상황과 비교해 입장 변호가 있을지 주목되기 때문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9시 대법원 앞에서 대국민 성명을 밝힐 예정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법원노조)가 양 전 대법원장 기자회견을 원천 봉쇄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양 전 대법원장 측은 강행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의 본격 수사를 앞둔 지난해 6월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자신의 집 앞에서 24분간 입장을 밝혔다.
당시 그는 "두 가지는 명백히 선을 긋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며 하급심 재판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고, 사법 정책에 반대하거나 특정 성향을 나타낸 법관에게 인사불이익을 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 독립 원칙을 금과옥조(金科玉條·소중히 여기고 지켜야 할 규칙이나 교훈)로 삼는 법관으로서 42년 살아온 사람이 어떻게 남의 재판에 관여하고 간섭하고 그런 일을 꿈을 꿀 수 있겠습니까"라고 되묻기까지 했다.
특정 법관에 대한 인사불이익,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서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런 정책에 반대한 사람이나 어떤 일반적인 재판이나 특정한 성향을 나타낸 법관에게 편향된, 아니면 불이익을 준 적이 전혀 없다"며 "이 두 가지는 제가 양보할 수 없는 한계점"이라고 강조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자신의 결백을 강력히 주장하며 적극 해명했지만,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오히려 역풍을 몰고 온 패착이라는 목소리가 대다수였다.
법원 내부에서조차 양 전 대법원장의 발언을 믿고 싶지만, (재판개입 의혹 등으로) 재판 외관의 공정성이 흔들린 상황에서 오히려 재판개입을 의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이 이날 내놓을 입장도 지난해 6월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법농단 의혹이 불거진 경위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을 내놓기보다는 국민과 법원 구성원들을 향해 '참담하고 송구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지난해 6월 "사법행정의 총수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도의적 책임을 인정하는 수준의 발언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