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대법원 기자회견'에 사실상 협조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전관예우' 논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 전 대법원장은 11일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을 위한 포토라인은 대법원에서 제공됐다.
뿐만 아니라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평소보다 1시간여 늦은 오전 9시 50분쯤 출근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으로 교통과 대법원 정문이 통제된 상황에서 극도의 혼란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이 시각 양 전 대법원장은 유유히 대법원 정문 앞에 주차를 하고 포토라인에서 5분 동안 기자회견을 벌였다.
'제왕적 대법원장'으로 군림하며 사법농단의 정점에 선 양 전 대법원장이 사실상 50분 동안 주도권을 틀어쥔 셈이다.
마치 죽은 제갈량이 살아있는 사마의를 쫓아내는 모양새가 되며 양 전 대법원장의 '노림수'가 적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모든 책임은 제가 지는 것이 맞다"면서도 혐의는 전면 부인했다. 이 과정에서 대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의 배경 역할로 전락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저지른 사법농단 의혹으로 내홍을 겪으면서도 김명수 대법원이 '전관예우'를 다한 것으로 비쳐지는 이유다.
이날 50분 늦게 출근한 김 대법원장은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그 외에 다른 말씀을 드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짧게 말했다.
한편 대법원 관계자는 "포토라인은 경찰에서 설치한 것이지 대법원이 관여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