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혐의를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검찰 출석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정점'에 서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친정' 대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후 검찰에는 '묵묵부답'으로 출석한 상황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검찰 수사에 대한 항의라거나, 대법원을 향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 아니냐는 취지다.
양 전 대법원장은 11일 오전 9시쯤 검찰 조사에 앞서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했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은 '기자회견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있는데 굳이 강행한 이유'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전 인생을 법원에서 근무한 사람으로 수사를 받으러 가는 과정에 법원을 들르고 싶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재판개입과 인사개입이 없었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나' 묻는 질문에 "그건 변함없는 사실"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대법원 앞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밝힌 양 전 대법원장은 정작 검찰청에 모습을 드러내서는 아무런 입장 발표 없이 곧장 청사로 들어섰다.
오전 9시 10분쯤 청사에 들어선 양 전 대법원장은 '강제징용 소송 개입이 사법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 안했나', '공식적으로 검찰 피의자 신분이신데 한마디 해야하는 것 아닌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검찰 포토라인도 무시한 채였다.
법조계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이 조사를 앞두고 검찰에 일종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 기자회견을 통해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이 사건을 봐주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에서 관련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는 질문에는 "누차 얘기했듯 그런 선입견을 갖지 말아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검찰 수사에 대해 일종의 '의사 표시'를 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사실상 검찰 수사가 '공정'하지 않고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는 생각을 돌려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굳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지 않고 대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것은 일종의 '프레임 싸움'을 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며 "자신이 '피의자'로 보이는 게 부당하고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제스쳐로 보인다"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