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박종민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첫 인사를 단행했다. 통상 임원 인사를 낸 이후 부서장 인사를 실시한 것과 달리, 부서장 인사를 먼저 실시했다. 업계 유착 관계를 깨겠다는 원장이 임원 교체를 요구했지만 반기를 들면서 진통이 있어서다.
금감원은 지난 10일 부서장 인사를 내면서 '세대 교체'를 강조했다. 1966~68년생 부국장과 팀장 22명을 중심으로 30명을 승진시켰다. 국실장을 80% 교체하는 최대 물갈이로 분위기 쇄신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상 금감원의 인사는 부원장보 이상 임원부터 인사를 진행한 뒤 부서장급, 평직원 순으로 인사를 진행해왔다. 임원 인사가 정해져야 각 부서장 인사부터는 각 담당권역 임원의 의사도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순서가 뒤바뀐 것.
임원 인사보다 부서장 인사가 먼저 단행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임원 인사가 진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내부의 공통된 의견이다. 앞서 윤 원장은 지난해 말 부원장보 9명 전원에게 인사 적체 해소와 후배 직원들을 위한 '용퇴'를 내세우며 사표를 요구했다.
대다수 부원장보들은 사표 제출에 응했지만 일부 부원장보 등 일부가 사퇴를 거부하며 부원장보 인사가 늦어지고 있어서다. 진통의 핵심은 보험 쪽이다. 소비자 보호 강화에 방점을 찍고 있는 윤 원장이 보험라인을 물갈이 하려고 하자, 보험 담당 부서가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윤 원장은 지난해 즉시연금 사태 당시 금감원 보험부서 임직원들이 보험사들을 압박, 제재하는데 소극적이었다는 문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와의 유착 관계를 깨기 위해서라도 보험국 인사를 비보험 부서 출신으로 물갈이 하려고 했는데 이 과정에서 진통이 생긴 것이다.
실제로 보험 담당 임원인 설인배 부원장보가 사표를 거부하는 데 이어 내부 게시판 등에는 "보험업계와 보험국이 유착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프레임이 내부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보험권역이 비리집단도 아니고 타권역 사람을 계속 임원으로 앉히는 것인가. 그래서 문제가 개선됐습니까. 조직 내 갈등만 유발할 뿐"이라는 등의 반발이 지속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유달리 보험사 출신들이 금감원에 경력직으로 많이 근무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보험권역 직원들의 반발은 있겠지만 '보험사와 금융당국의 유착관계를 깨겠다'는 명분이 워낙 세기 때문에 윤 원장의 뜻대로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고 말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보험 부원장보 자리에는 이성재 여신금융검사국장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2016년 자살보험금 사태 때 보험준법검사국장을 맡아 보험사 제재를 이끌었다는 점이 즉시연금 사태를 해결해야 하는 윤 원장으로선 매력적으로 보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 국장은 당시 소멸시효가 지난 미지급 보험금은 주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는데도, 금감원이 보험사들에게 중징계를 하겠다고 압박해 보험사들이 전액 지급을 결정하도록 이끌었다.
부서장 인사가 마무리 된만큼 윤 원장이 오는 13~17일 스위스에서 열리는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회의에 다녀온 뒤 임원 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국·실장 인사에서 부원장보 검증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5명 중 이창욱 보험감독국장이 유임되고, 이진석 은행감독국장이 감찰실 국장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나머지 김동성 기획조정국장, 이성재 여신금융검사국장, 장준경 인적자원개발실장 등이 승진 인사 물망에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