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심석희(21·한국체대) 선수가 지난해 12월 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의 항소심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쇼트트랙 여자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의 추가 성폭력 고소로 조재범 전 코치의 상습폭행 사건의 항소심 선고가 연기된 가운데 향후 재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조 전 코치의 성폭력 의혹 중 한 건이 사실로 드러나도 처벌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원지법 형사4부(문성관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수원지검 공판부의 변론재개 신청을 받아들여 오는 14일로 예정된 선고 공판을 미루고 23일 속행 공판을 열기로 했다.
검찰이 변론재개 신청을 한 이유는 심 선수가 추가로 고소한 성폭력 피해 가운데 한 건이 이미 기소된 상습폭행 사건과 동시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다음 공판 때 재판부에 선고기일을 최대한 늦춰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성폭력 고소사건에 대한 수사 후에 항소심에서 진행 중인 상습폭행 등 사건과 같이 판단을 받았으면 하는 취지다.
◇ 최악의 경우는 법원이 그대로 선고하는 것검찰에서는 현재 상습폭행 사건 항소심에 성폭력 고소 사건을 병합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하고 있다. 상습폭행 사건은 현재 2심에서 선고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성폭력 고소 사건은 아직 경찰에서 수사 중인 단계다.
법원이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여 선고 기일을 미뤄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피고인의 구속기한은 6개월이다. 조 전 코치는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항소심 선고가 구속기한을 넘기면 오는 3월 석방된다. 대표적인 예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들 수 있다. 우 전 수석은 지난 3일 2심 재판 중 6개월의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장은 다음 달 인사도 앞두고 있다. 예외적으로 3년을 할 수 있지만, 인사이동 원칙은 2년이다.
만약 재판부가 선고 기일을 늦춰준다면 검찰은 성폭행 연관성이 높은 한 사건에 대해 성폭력으로 공소장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피고인은 방어권 보장에 문제가 생긴다. 더 무거운 죄를 1심 선고도 받지 않고 2심에서 다퉈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문제가 된 사건을 빼서 따로 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공소 취소는 1심 선고까지만 가능하다는 형사소송법에 따라서다.
최악의 경우는 법원이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선고해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문제의 사건이 기판력(旣判力)에 걸린다. 동일한 사건으로 두 번 처벌하지 못한다는 일사부재리 원칙에 해당하는 것이다.
만약, 여기에 더해 성폭행 고소사건 중 항소심에서 문제가 되는 사건만이 드러나면 처벌도 못 하고 끝나버린다.
검찰 관계자는 "법률적인 논란이 많아서 사실관계를 확정한 다음에 항소심 판결을 선고받았으면 좋겠는데 법원이 과연 받아줄지는 아직 모르겠다"며 "선고 연기를 해줘도 과연 법원에서 공소장 변경을 허가해 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법조계 "문제의 사건, 공소 취소 아닌 철회가 최선"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사진=연합뉴스)
법조계에서는 오히려 검찰이 항소심에서 공소장을 변경하는 방안이 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1심 판단이 없어져 버리기 때문에 피고인의 방어권을 너무 제한한다는 것이다. 법원에서도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선의 경우로는 공소 철회를 꼽고 있다. 문제가 되는 사건을 항소심에서 공소 취소할 순 없지만, 공소 철회는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공소 철회가 가능하면 항소심 선고도 신속히 할 수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2심 선고까지 온 상태에서 피고인에게 더 불리하게 성폭행으로 공소장을 변경하는 것은 공소사실 자체의 동일성이 없기 때문에 법원에서도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문제의 사건을 빼서 공소장을 변경한 뒤 따로 기소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상습폭행죄는 포괄일죄이고, 공소사실의 철회는 포괄일죄인 여러 공소사실 중 일부를 철회하는 것에 불과해 공소 취소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항소심에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조 전 코치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해 1월 16일 훈련 중 심 선수를 수십 차례 때려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히는 등 2011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총 4명의 선수를 상습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심 선수는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4년부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2달여 전까지 조 전 코치로부터 수차례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당했다며 지난해 12월 중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