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뒤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사진=박종민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르면 14일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을 상대로 2차 조사를 진행, 혐의 입증에 주력할 전망이다.
지난 11일 검찰의 첫 소환조사에 이어 주말 동안 2차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이 토요일인 12일, 검찰 청사에 나와 조서 검토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미뤄진 것으로 보인다.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2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11일 조사받은 내용을 기록한 피의자신문 조서를 면밀히 검토했다.
그는 직접 자신이 답변한 취지가 제대로 기록돼 있는지 꼼꼼하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에 시작한 조서 열람은 저녁 식사를 마친 이후에도 상당시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대법원장 변호를 맡으며 1차 소환조사 당시 동석한 법무법인 로고스의 최정숙 변호사도 함께 자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 11일 양 전 대법원장을 상대로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으로 꼽히는 일제 강제징용 소송 등 재판개입과 정책에 반대하거나 특정 성향의 판사들에게 인사불이익을 줬다는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이번 사태의 핵심 실무진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드러난 40여 개가 넘는 혐의 가운데 양 전 대법원장이 개입한 정황이 상대적으로 뚜렷한 혐의사실을 우선 조사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소송 개입 의혹과 관련해 일본 전범기업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측 변호사를 접촉하거나 자신의 자필 서명이 적힌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 등장이 변수로 꼽힌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런 변수가 단순한 정황을 넘어 의혹을 뒷받침할 '결정적 증거'로 작용할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양 전 대법원장은 첫 검찰 조사에서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거나 지시·보고받은 기억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내용이 기억나지 않고 실무를 맡은 법관들이 알아서 했다는 의미다.
한편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진술 내용을 검토하며 다음 소환 조사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2차 조사에서는 옛 통합진보당 지방·국회의원 지위 확인 관련 소송 등 재판개입,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수집 등 헌재 관련 사건, 전 부산고법 판사 비위 은폐 축소 의혹,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사용 등이 주요 조사대상으로 거론된다.
검찰은 2차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두 차례 더 양 전 대법원장을 불러 조사할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이 조사한 기록 검토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조사 일정이 다소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