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청와대가 최근 불거진 '설 연휴 전 개각' 가능성에 대해 물리적 시간이 많지 않아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설 전 개각을 하려면 청와대 검증 시스템에 비춰볼 때 이미 유력 주자들이 언론에 다 나와야 한다”며 “검증 과정에서 언론이 (유력 주자) 하마평을 다 실을 정도가 돼야 할 수 있을 것인데 설 연휴가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 검증 절차 등을 고려할 때 설 연휴 전 개각은 쉽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역시 이날 신년 기자회견 뒤 이어진 간담회에서 "(장관들은) 청문회를 거쳐야하니까 검증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금방 하긴 쉽지 않을 거다. 설 연휴 동안 장관 자리 비어있는 것도 안 좋다"고 말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출범 첫 해인 지난 2017년 초기 내각 구성을 놓고 야당과 거세게 충돌하며 최대 6개월이나 걸리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에 취임했지만, 초기 내각 구성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직에 당시 홍종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종 임명되면서 11월이 되서야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올해 설 연휴 이후로 2기 내각 구성을 늦춘 것은 임사검증 부실 논란을 최소화하려는 고민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청와대는 현재 공석인 청와대 비서관 자리를 채우며 2기 청와대 참모진 구성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현재 과학기술보좌관과 고용노동비서관, 의전비서관 등이 공석이 아니냐"며 이른 시일 내 추가 인선을 시사했다.
청와대가 2기 내각 구성에 신중한 자세를 취한 또다른 이유는 최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청와대 비서진 개편을 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출신 국무위원 교체가 내년 총선을 겨냥한 '바닥다지기' 차원인 것 아니냐는 야당의 공세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노영민 신임 대통령비서실장 (사진=청와대)
교체대상으로 이름을 올린 1기 내각 장관들은 김부겸 행정안전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김현미 국토교통부, 김영춘 해양수산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이다.
국회의원 출신이 아닌 유영민 장관과 초선 출신인 홍종학 장관을 제외하고 모두 재선, 3선의 중진으로 분류된다.
당장 내년 총선에서 야당 후보들과의 '격전지'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돼 이번에 청와대에서 물러난 임종석 전 비서실장, 한병도 전 정무수석,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 권혁기 전 춘추관장 등과 함께 야당으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이 대표는 "우리 당 소속 장관들이 대부분 출마할 생각을 가진 것 같다"며 "한꺼번에 다 움직일 순 없을 거고 먼저 들어가신 분들은 먼저 나오고 나중에 들어가실 분들은 나중에 나오는 식으로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또 "이번에 (내각에) 들어가면 다음 총선에는 못 나오니까 비정치인들이 들어갈 것 같다"고 언급했다. 시기상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할 의원들이 입각할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내년 총선용 '짜맞추기식' 포인트 개각이라는 야권의 프레임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는 청와대 내부 판단도 2기 내각 구성 시기 저울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차기 장관 후보들에 대한 인사검증이 일부 시작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특정 시기를 목표로 검증이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