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유도선수 신유용 씨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고교 코치로부터 성폭행 피해 사실을 공개하며 현재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성폭력 피해 신고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노컷뉴스DB)
"나는 종이었다."
자신의 소속 고교 유도부 코치로부터 성폭행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전 유도선수 신유용 씨가 자신이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이유를 공개했다.
신 씨는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용기 있는 고백을 한 이유와 피해 전후 상황 등에 대해 털어놨다.
"지난해 11월에도 실명으로 피해 사실을 공개했지만 일부 유도계 인사로부터 유도계 이미지를 훼손시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힌 신유용 씨는 "작년에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는데 이번에 다시 한다고 해서 달라질까 생각했다. 그런데 혹시 있을 추가 피해자의 일이 조용히 묻혀지는 것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다시 대중에게 피해 사실을 공개하는 직접적인 이유를 소개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그것도 실명과 얼굴까지 공개하며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2차 피해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신 씨는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이 당연히 있었지만 그것보다도 뭔가 저를 포함한 많은 혹시 있을 많은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고 이다음에 있는 체육계에 있는 후배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제일 컸다"고 밝혔다.
5살 때 아버지의 권유로 유도를 시작한 신 씨는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해당 코치와 처음 만나 잦은 폭행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유독 제게만 예민하게 반응하며 체벌했다"며 "같이 있던 동료들도 너한테만 너무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몽둥이로 엉덩이를 때려 피멍이 심하게 들고 운동 시간에 목조르기로 기절시켰다가 풀어주는 단계를 반복했다. 그래서 운동을 하기 싫을 정도였다"고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
신유용 씨는 자신을 성폭행한 코치가 뒤늦게 해당 사실이 가족에게 알려지자 금전으로 회유하려는 시도를 했던 문자 메시지도 공개했다.(사진=연합뉴스)
해당 코치의 폭력 행위는 결국 성폭행으로 이어졌다. 그 시작은 신 씨가 코치의 '따까리'로 지목을 받으면서부터였다. 따까리는 '코치의 빨래와 방 청소, 잔심부름을 24시간 도맡는 담당이었다. 신유용 씨는 자신의 당시 상황에 대해 "종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발단은 고등학교 1학년 여름 전지훈련이다. 신 씨는 "강원도 철원에서 훈련하며 숙박업소를 숙소로 썼다. 운동 시간 전에 코치를 깨우러 갔다가 강제로 입맞춤을 당했다. 이후 침묵하고 있는데 어느 날 '야간 운동을 쉬어주겠다. 신유용은 방 청소하러 와라'고 해서 저녁 식사 후 청소하러 갔다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1학년 어린 학생이었던 신 씨는 "문을 다 잠그고 불을 다 끄고 매트리스로 올라오라고 했는데 여기서 나가버리면 내가 진짜 이상한 사람이 되겠지 뭔가 나가면 안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 이후에 울었는데 '너 어디 가서 누구한테 말할거야? 말하면 너 유도 인생 끝이야. 너만 끝인 줄 아냐, 나도 끝이다. 우리 같이 끝이니까 같이 한강을 가야 되고 이 나라를 떠야 한다'는 협박을 했다. 그리고 너를 좋아해서 그런 것 같다.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피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렇게 시작된 성폭행은 20여 차례나 됐고, 신 씨는 대회 중 성적이 나지 않자 임신을 의심하며 임신 테스트와 산부인과 진료까지 받아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던 이유는 자신의 유도 인생이 끝날 수 있다는 두려움이었다.
2015년 유도를 그만둔 신 씨는 한동안 해당 코치와 연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해당 코치는 아내가 남편의 외도와 함께 과거 성폭행 사실까지 알게 되자 신 씨에게 연락을 취해 자신을 돈으로 회유하려는 모습에 고소를 결심했다.
성폭행 피해 이후 불면증과 무기력증, 우울 등에 시달려 결국 운동을 그만뒀다는 신유용 씨는 현재 문화체육관광부가 체육계 성폭력 근절을 위해 피해자의 제보를 받는 현 상황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제보 이후에 적절한 보호 조치는 마련되지 않은 채 제보만 받겠다고 하는 건 사실 좀 무책임한 말이라고 생각했다"는 신 씨는 "조용히 묻히는 사건만이 아닌, 폭력이나 성폭력이 정당화되는 체육계가 아닌 쪽으로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