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를 마친 뒤 기업인들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광모 LG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최태원 SK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문 대통령, 노영민 비서실장,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2019 기업인과의 대화' 토론회를 마친 뒤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며 기업인들을 격려했다.
토론회가 열린 영빈관에서 청와대 내 본관과 불로문, 소정원을 거쳐 녹지원까지 약 25분간 진행된 산책 도중 문 대통령은 개별 기업인들에게 업황을 묻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이날 서울 지역을 강타한 미세먼지가 회제가 된 듯 동행한 김수현 정책실장은 문 대통령에게 "삼성과 LG는 미세먼지연구소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에어컨, 공기청정기 때문에 연구소를 세웠다"며 "미세먼지연구소는 LG가 먼저 시작했다"고 소개했고, 옆에 있던 구광모 LG 회장은 "공기청정기 등을 연구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옆에 있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요즘 현대그룹은 희망 고문을 받고 있다. 무엇인가 열릴 듯. 열릴 듯하면서 열리지 않고 있지만 결국은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다음달 2차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동결과 미국의 대북제재 일부 완화 등 '원패키지 딜' 성사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전제조건 없는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재개' 등을 염두한 언급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산책을 마치고 현 회장과 악수를 나누면서도 "속도를 내겠습니다"라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지난번 인도 공장에 와주셨지만 저희 공장이나 연구소에 한번 와주십시오"라고 제안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얼마든지 가겠다.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해서 공장을 짓는다거나 연구소를 만든다면 언제든지 갈 수 있다"며 "요즘 반도체 경기가 안 좋다는데 어떻습니까?"라고 되묻기도 했다.
이에 이 부회장은 "좋지는 않습니다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고 답했고, 옆에 있던 최태원 SK 회장은 "(반도체) 가격이 내려가서 생기는 현상으로 보시면 된다. 반도체 수요는 계속 늘고 있고 가격이 좋았던 시절이 이제 조정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반도체 비메모리 쪽으로 진출은 어떻습니까?"라고 묻자, 이 부회장은 "결국 선택과 집중의 문제"라며 "기업이 성장을 하려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세계 바이오시장이 1500조원인데 한국이 10조원 정도 밖에 못한다"며 "저희가 삼성 등과 같이하면 몇백조는 가져올 수 있다. 외국 기업들은 한국을 바이오 산업의 전진기지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우리 이공계 학생들 가운데 우수한 인재가 모두 의대와 약대로 몰려가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는데 이제는 바이오 의약산업 분야의 훌륭한 자원이 될 수 있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날 산책에는 격의없는 대화를 위해 토론회에 참석한 기업인 들 중 박용만 대한상의회장, 삼성과 현대차, SK, LG 회장단,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만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추운 바깥날씨를 고려해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 문구가 적힌 보온 텀블러에 든 커피를 마시며 문 대통령과 산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회용 컵 사용을 자제하자는 의미에서 준비한 텀블러"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