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업이 커가는 나라, 함께 잘사는 나라'라는 슬로건으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참석 기업인의 발언을 듣고 있다. 문 대통령 뒤쪽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이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올 해 들어 처음으로 연 '2019 기업인과의 대화' 자리는 닷새 전 있었던 신년 기자회견을 방불케하는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대표,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 관계자 130여명이 청와대 영빈관을 가득 메운 가운데 약 120분간 진행된 토론회에서, 문 대통령과 정부부처 장관들은 기업인들의 건의사항을 청취하고 곧바로 답변에 나서는 등 현장소통이 돋보였다.
고용창출과 혁신사업 발굴,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적극적 투자 등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이 끝나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재인 정부와의 질의응답 사회자를 자처했다.
박 회장은 문 대통령을 향해 "기업인들의 삶과 마음을 헤아려주시고 가끔 좀 불편한 이야기가 있으시더라도 경청해주시길 부탁을 드리겠다"고 운을 뗐다.
기업인들을 향해서도 "건설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만들기 위해 어렵사리 만들어진 자리인 만큼, 사적인 이해에 국한된 개별 기업의 소원수리 형식의 제안은 지양해달라"고 선을 그었다.
박 회장은 허심탄회한 토론을 위해 문 대통령에게 "상의를 탈의하고 진행하자"고 제안했고, 문 대통령은 흔쾌히 "좋습니다"라고 답하며 정장 상의를 벗었다.
첫 질의자로 나선 KT 황창규 회장은 "지금 5G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앞서있는 기술"이라며 "4차 산업의 가장 중요한 핵심 인프라이기 때문에 기업과 사회 전반에 대변혁을 일으킬 수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라 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에서 쌀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2015년과 달리 2018년 메르스가 발생했을 때 조기에 진압된 것은 정부가 KT에 개인정보인 로밍 데이터를 쓸수있게 허락했기 때문"이라며 "저희들이 빅데이터와 AI를 돌려서 환자가 접촉한 모든 사람들을 조기에 격리시켰기 때문에 이런 성공 거뒀다고 생각한다. 전세계 인류에 공헌할 수 있는 AI(인공지능)나 빅데이터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이 부분에서 좀더 규제를 풀어주셨으면 한다"고 건의했다.
이때 사회를 보던 박용만 회장이 "(질문 예정 2분) 시간이 지났습니다"라며 제지에 나서기도 하는 등 일반 토론회와 비슷하게 진행됐다.
박 회장은 황 회장의 질의가 마무리되자 "시간이 이렇게 가면 너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조금 더 짧게 말씀해 주시길 부탁드리겠다"고 다시 공지하기도 했다.
황 회장의 질의에는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답변자로 나서 "데이터 부분을 우리가 어떻게 산업 측면에 연결할 것이냐에 대해 지금까지 여러 발표한 부분들이 있다. 기업과 정부, 또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걸린 당사자들이 같이 우리 미래 먹거리 산업 측면에서 같이 머리를 맞대야한다"며 "더욱 긴밀하게 잘 준비해서 조기에 성과를 내도록 지원을 잘 하겠다"고 말했다.
사회자인 박 회장이 "다음에는 어느 분이 말하겠냐"고 묻자 중간쯤 앉은 송무석 삼강M&T 대표이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송 대표는 "대만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 발주 계획이 환급보증 서류 요구로 깨질 위기에 몰렸을 때 경상남도 지방정부의 도움으로 다음주 쯤 계약이 성사될 것 같다"며 "정부와 민간기업의 모범적 사례가 될 것 같아서 널리 알리고 싶다. 대통령께서 경상남도 관계자들에게 치하와 격려의 말씀 꼭 좀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웃으면서 "고맙습니다. 여러분 박수 한번 보내주십시오"라고 말했고 참석자들 함께 박수를 쳤다.
중견기업 퍼시스의 이종태 회장은 "현재의 규제혁신 방식을 공무원이 규제를 왜 유지해야하는지 입증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며 "공무원이 입증에 실패하면 규제가 자동 폐기되도록 하면 기업 자율, 시장감시, 정부 감독에 맡겨도 될 사전 규제의 일괄 정비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입증 책임을 공직자가 갖도록 하자는 것도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며 "일부 영역에 대해 시도를 해보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도 "방금 이 회장님의 중요한 말씀 가운데 하나가 규제혁신을 위해서 법률의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입법절차상 시간이 걸리겠지만, 행정명령으로 이뤄지고 있는 규제같은 경우는 정부가 보다 선도적으로 노력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또 "그 부분에 대해서 좀 집중적으로 노력해 주시기 바란다"고 주변 참모진들에 지시했다.
다음 질의자로 나선 SK 최태원 회장은 정부가 강조하는 혁신성장 실패가 용납되는 분위기 조성, 혁신성장을 위한 비용 문제 해결, 글로벌 인재 확보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또 돈으로 환산되는 혁신성장에 대한 접근뿐 아니라 협동조합 등 사회적기업 육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잠재력도 언급하면서 각종 통계도 인용하는 등 상당히 긴 질의를 해 주목받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선느 기업인들 17명이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날선 질의와 건의사항을 내놨다.
토론회를 마친 문 대통령과 일부 기업인들은 영빈관에서 나와 청와대 내 불로문과 소정원을 거쳐 녹지원까지 약 25분간 함께 산책하기도 했다.
산책에는 박용만 상의회장, 4대 기업 회장(삼성, 현대차, SK, LG),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이 ㅣㅇ함께했다.
기업인들은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 글자가 세겨진 텀블러에 담긴 차를 마시며 산책을 즐겼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회용 컵 사용을 자제하자는 의미에서 준비한 텀블러"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