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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리뷰] '한반도 비핵화'는 정말 동상이몽인가

통일/북한

    [한반도 리뷰] '한반도 비핵화'는 정말 동상이몽인가

    ■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대담 : 홍제표 기자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한반도 국제 정세의 단면을 살펴보는 '한반도 리뷰', 오늘은 '한반도 비핵화는 정말 동상이몽인가'란 제목으로 통일외교안보팀 홍제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임미현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고,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곧 미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런데 정작 '한반도 비핵화'가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언뜻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남과 북, 또는 미국이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는 건가?

    ◇ 홍제표 > 간단한 문제가 아니어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긴 힘들다. 다만 표면상으로 보면 분명 그렇다.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라고 하면서 사실상 북한 비핵화를 지칭하지만 북한이 말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는 '미국의 핵우산 제거'가 포함된 개념이다. 우리가 수용하기 힘든 주장이다.

    ◆ 임미현 > 그렇다면 비핵화 협상이 쉽지도 않겠지만 설령 합의가 이뤄진다고 해도 문제 아닌가?

    ◇ 홍제표 >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계약서에 서명은 했는데 가장 핵심적인 용어부터 흔들리는 셈이다.

    ◆ 임미현 > 하지만 북한 입장도 과거와는 좀 달라지지 않았나? 김정은 위원장도 주한미군 존재를 용인한다고 했다는데.

    ◇ 홍제표 >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김 위원장이 자신에게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했고, 그뿐 아니라 트럼프, 시진핑, 푸틴 등 강대국 지도자들에게도 똑 같이 말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같은 표현만 쓰지 않았을 뿐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에 부합한다.

    물론, 그래도 북한은 믿을 수 없는 존재라고 할 사람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 러시아까지 포함해 국제사회 전체를 상대로 사기극을 벌인다는 가정은 현실성이 없다.

    ◆ 임미현 >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나?

    ◇ 홍제표 > 지난해 9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나온 얘기다. 문 대통령은 며칠 뒤 미국에서 회담 결과를 설명하며 "주한미군의 주둔은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과 무관하게 한미동맹이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그리고 "이 같은 종전선언 개념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도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느냐는 외신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다.

    "주권국가로서 한국과 미국 간 동맹에 의해서 미군이 한국에 와있는 것이라 남북 간, 북미 간 종전선언이 이뤄지고 심지어 평화협정 체결 이후에도 주한미군 유지 여부는 한미 양국의 결정에 달려있는 문제고, 그렇다는 사실을 김정은도 잘 이해를 하고있다" (1월10일 신년기자회견)

    ◆ 임미현 > 이런 걸 보면 큰 문제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어떻게 봐야 하나?

    ◇ 홍제표 > 김 위원장의 발언만 놓고 보면 문제가 없다. 사실 북한 체제 특성상 최고 지도자의 말은 가장 중요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김 위원장이 이런 내용을 공개적,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오히려 올해 신년사에서는 사뭇 다른 입장을 취했다.

    "북과 남이 평화번영의 길로 나가기로 확약한 이상 조선반도 정세 긴장의 근원이 되고 있는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을 더 이상 허용하지 말아야 하며 외부로부터의 전략자산을 비롯한 전쟁장비 반입도 완전히 중지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2019년 신년사)

    김정은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사진=미국 백악관)

     

    ◆ 임미현 > 그런데 신년사는 북한의 대내용 메시지라는 점은 감안해야 하지 않을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무리 아닌가?

    ◇ 홍제표 > 맞다. 북한이 핵·경제 병진노선을 폐기한 사실을 내부적으로 설명하는 단계인 만큼 메시지 관리 필요성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대외 메시지도 대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북한 대남기구 등의 공식 입장은 여전히 "조선반도 비핵화는 결코 우리 공화국의 일방적 핵포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0일 "미국은 조선반도 비핵화를 '북한 비핵화'로 어물쩍 간판을 바꿔 놓았다"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 임미현 > 우리 정부 입장은 무엇인가?

    ◇ 홍제표 > 이것도 애매하고 복잡한 측면이 있다. 일단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최근 국회 답변에서 "북한이 계속해서 주장하는 조선반도 비핵화와 우리가 목표로 하는 북한 비핵화에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발언 자체만 놓고 보면 문 대통령의 설명과도 배치된다.

    조 장관은 다만 "목표를 향해가는 과정에 있어서 일단 북한으로 하여금 협상장으로 나오게 하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접근"이라면서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강조하며 이해를 구했다.

    ◆ 임미현 > 복잡한 문제인 만큼 이해하는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오해의 소지가 많을 것 같다.

    ◇ 홍제표 > 그렇다. 최근에 나타난 대표적인 현상이 '북핵 묵인론'에 대한 우려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궁극적 목표는 미국 국민에 대한 위협 감소"라고 말한 것이 발단이 됐다.

    즉 미 본토에 직접적 위협인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정도에서 협상을 일단락 짓고, 사실상 북핵을 묵인하거나 기껏해야 핵군축 협상에나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이는 미국이 다음 단계의 비핵화를 요구하면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핵우산 철폐로 받아칠 것이란 추론에서 비롯됐다. 결국 대북 압박카드를 잃은 미국과 기사회생한 북한이 협상을 질질 끌면서 죽도 밥도 안 될 것이란 비관적 시나리오다.

    이런 우려를 하는 전문가들은 협상 초기에 비핵화 개념을 정확히 정의하지 않은 탓이라며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고 비판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의미있는 비핵화가 지난 1년간 아무 것도 된 게 없고, 북한에 대한 압박은 느슨해졌고, 그렇다보니 미국과의 협상에서 버티기를 시도할 수 있게 됐고, 미국은 싱가포르 회담이 성공적이라고 얘기하기 위해 또다른 합의를 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거고,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2차정상회담을 하자고 하니까 폼페이오는 그것을 이행하기 위해 북한에 대해 기존 입장을 바꿔서 기준을 유연하게 낮추는 과정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임미현 > 일리는 있지만 너무 비관적으로 보는 것 같기도 하다.

    ◇ 홍제표 > 그렇다. 반론의 여지가 많다. 대표적인 게, 미국이 본토 위협이 사라졌다고 특정국가 핵을 용인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점이다.

    물론 이스라엘이나 파키스탄 등의 예가 있다. 그러나 매우 특수한 경우이며 미국의 국익에 저해되지 않는 상황이었기에 가능했다. 미국 뿐 아니라 심지어 중국이나 러시아 등 다른 핵클럽 국가들도 비확산 차원에서 용납하기 힘든 문제다.

    설령 북핵이 묵인된다 해도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한국과 일본의 연쇄 핵무장으로 미국의 동북아 전략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 임미현 > 그에 대한 재반론도 가능한가?

    ◇ 홍제표 > 물론이다. 중국이 북핵을 용인하고 이를 발판 삼아 미군 철수 등으로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고 역내에서의 미국 영향력을 축소시키려 할 것이란 전망이다.

    적어도 중국은 북미 간에 ICBM 폐기와 상응조치 교환이란 '스몰 딜'이 일단 이뤄지면, 비핵화 협상이 후퇴하더라도 북한의 명시적 도발이 없는 한 더 이상의 제재 동참은 거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여기에도 한국과 일본, 특히 한국의 역할을 너무 가볍게 본다는 맹점이 있다. 일례를 든다면, 만약 북미 협상의 중간 단계 상응조치로서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가 이뤄졌을 때 한국으로선 대북 지렛대가 생기는 셈이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완결 짓지 않으려는데 개성공단 등을 유지할 하등의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비핵화는 불가역적으로 진행되지만, 제재는 이에 비하면 훨씬 가역적이다.

    ◆ 임미현 > 생각할수록 오히려 더욱 복잡한 문제인 것 같다. 하지만 어찌됐든 남과 북, 그리고 미국도 동상이몽을 하고 있다는 결론은 내릴 수 있는 것 아닌가?

    ◇ 홍제표 > 다시 맨 처음 답변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맞다. 표면적으로는 확실히 그렇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각각 다른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비핵화 협상이 이렇게 오래 끌었고 앞으로도 쉽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비핵화 개념을 둘러싼 해석 차이는 현실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서로의 차이를 조금이라도 줄여나가려는 실질적 노력이다. 비핵화 개념부터 따지기 시작했다면 과거 수십년의 실패 경험에 비춰 협상은 첫 걸음도 내딛기 힘들었을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금 상황에선 (비핵화에 대해)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규정하는 것이고, 중요한 것은 한반도에서 핵전쟁 위협이 사라지는 상황, 즉 실질적 비핵화가 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라며 "개념이 맞느냐 틀리냐 하는 것은 어쩌면 부질없는 말장난과 같다"고 했다.

    비핵화를 둘러싼 간극을 좁혀나가는 핵심 요인은 '신뢰'가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의 대남·대미 언동이 과거에 비해서는 한결 온건해진 것도 그나마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첫 북미정상회담 등을 통해 쌓은 신뢰가 바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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