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16일 대북 경협 사업과 관련, "중국이 여러 측면에서 우리보다 경쟁력이 우위에 있다"며 남북간 경협 여건이 예상보다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북한 경제 실상과 경협 여건 콘퍼런스'의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 9월 평양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참가와 지난해말 북중 접경지역 방문 등을 소개한 뒤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우리에게는 남북간 동일 민족, 동일 언어 등 문화적 동질성과 같이 분명한 강점이 있다"면서도 중국이 여러 측면에서 우리보다 경쟁력이 우위에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회장은 "중국, 특히 동북 3성에 있는 조선족 기업가들도 북한과의 경협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면서 "중국은 사업경험이 풍부하고 북한식 말투를 가진 조선족 기업가들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사회주의 체제적 동질성, 막대한 자금력 등에서 우리보다 앞선 경쟁요소를 갖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한 중국 전문가들도 남북 경제협력 과정에서 중국과 조선족 기업가라는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톈진(天津) 난카이(南開)대학 이춘복 교수는 "북한 경제개방은 북중 접경지역 중심으로 중국의 특구개발을 모델로 삼아 전개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북중 관계가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중 3자 협력 모델' 개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옌볜(延邊)대학 안국산 조선반도연구원 경제연구소장은 "중국 내 조선족 기업가들이 대북사업과 관련한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면서 "이들은 대북제재가 완화될 경우 북한 시장에 단독 진출하거나 중국 대기업과 동반 진출하는 데 가교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패널로 참석한 국내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경협 추진에 앞서 기반을 닦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최장호 통일국제협력팀장은 "대외 여건상 한반도 신경제 구상을 추진하기 어렵다면 경협 기반을 닦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면서 "현재 남북 간에는 주로 '상품' 분야의 협정만 체결돼 있는데, 이를 노동과 자본, 서비스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 이석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과학기술 중시 정책에 따라 남북간 기술 협력 등을 강화해 북한 산업 전반의 기술 수준, 설비 경쟁력을 높이고 우리가 새로운 사업기회를 포착하는 방식으로 서로 '윈윈'하는 경협구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행사는 지난해 3월 이후 대한상의가 개최한 3번째 남북관계 토론회로, 300여명의 기업인이 참석해 남북 경협에 대한 큰 관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