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간 레이더·초계기 위협비행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 일각에서 지난 2016년 맺어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최근 광개토대왕함 사격통제레이더 사용여부에 대한 논란과 관련해 "청와대 일각에서는 일본의 대응이 과도하다며 지소미아(정보보호협정)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외교안보분야 사정에 밝은 이 관계자는 "일본이 레이더 문제를 처음 제기할 때 국방부의 대응이 약했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라며 "대통령도 화를 많이 냈다"고 전했다.
국방부가 일본 초계기 촬영 영상 공개에 대응해 정부 입장을 담은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게재하는 등 강경대응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1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실무협의에서도 일본이 광개토대왕함의 사격통제용 레이더 주파수 전체 공개를 요구하는 등 무례한 주장을 했다는 것이 국방부의 입장이어서 갈등이 장기화되면 체결 당시부터 논란이 많았던 한일정보보호협정 문제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16일 "한일정보보호협정을 어떻게 할지 아직 검토한 것은 없다"면서도 "아직 시간이 많다"고 여지를 남겼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은 지난 2016년 11월 23일에 체결돼 발효됐다. 당초 2010년 6월 일본 방위상이 우리 측에 제안하면서 논의가 시작돼 2012년 4월 협정 체결안 가서명이 이뤄졌지만 밀실 추진이라는 비판 여론에 무산됐다.
이후 2016년 9월 라오스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에서 다시 논의를 재개해 야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같은해 11월 23일 협정이 체결됐다.
이 협정은 우리 정부가 일본과 처음 맺은 군사협정으로 두나라가 1급 비밀을 제외한 군사정보를 미국을 거치지 않고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따라 지금까지 일본은 주로 위성과 이지스함 , 지상레이더, 조기경보기, 해상초계기 등으로 획득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 관련 정보를 한국에 공유했고 우리 군은 탈북자나 북 · 중 접경지역의 인적 네트워크, 군사분계선 일대의 감청 수단 등을 통해 수집한 대북정보를 일본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때 일본이 공유한 정보가 도움이 된 것은 맞지만 국면이 바뀐 지난해부터는 주고받은 정보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래도 남북관계가 어떻게 될지 몰라 지소미아협정은 필요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이 일본을 우습게 알지만 중국에 맞설 수 있는 나라로 평가해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일정보보호협정은 해마다 연장여부를 결정하는 협정으로 3개월 전에 통보가 없으면 자동으로 연장된다.
협정 내용을 바꾸거나 연장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면 우리 정부가 3개월 전인 8월 말까지는 일본에 뜻을 전달해야 해 레이더·초계기 문제와 맞물려 어떻게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