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한국전력공사 직원들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태양광발전소를 손쉽게 분양받고, 시공업자에게 공사대금을 깎는 수법으로 뇌물을 챙겨온 관행이 무더기로 드러났다.
전주지검 형사1부(신현성 부장검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상 뇌물·부정처사후 수뢰·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전 한전 지사장 A(60)씨 등 전현직 한전 간부직원(3급 이상) 4명을 구속기소하고 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시공업자 B(64)씨는 뇌물 공여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다른 1명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검찰은 또, 뇌물을 받지는 않았으나 현직 신분으로 태양광 발전사업에 투자한 전북본부 직원 30여명의 비위 사실을 한전 측에 통보했다.
'청렴 KEPCO'. (사진=한국전력공사 홈페이지 캡처)
검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 2013년부터 2018년 사이 한전 전북본부에 근무하면서 전북지역에 태양광 발전소를 분양받고, B씨 등 업자에게 공사대금 수천만원을 할인받아 뇌물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한전 직원들은 '한전 취업규칙 및 행동강령'에 따라 허가 없이 자기 사업을 차릴 수 없고, 지위를 이용해 부당 이득을 챙겨서는 안 된다.
그러나 A씨 등은 내부 정보를 이용해 태양광발전사업의 수익성·안정성을 예측하고, 부인·자녀 등 가족 명의로 발전소를 분양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향후 선로용량 부족으로 태양광발전소 허가가 점차 힘들어질 것을 예상한 A씨 등이 일찌감치 관련 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전은 태양광 발전소 허가·전력수급계약(PPA) 등 제반 과정 전반에 관여한다. 때문에 태양광발전소 시공업자와 한전 직원 사이에 유대관계 여부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좌우되고, 한전직원-업자 사이에 구조적 갑을관계가 형성되기 쉽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재판에 넘겨진 한전직원 중 일부는 공사 대금을 깎고도 막무가내로 수년간 공사비 일부를 지급하지 않고 버티거나, '발전소 부지에 응달이나 웅덩이가 있다'며 공사 대금을 후려치는 등 업자에게 갑질을 일삼았다.
또, 추첨을 통해 부지를 분양받는 일반적인 방식을 거부하고, 조건이 좋은 부지에 대한 우선권을 요청하는 등 공공연히 특혜를 받았다.
친한 간부직원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 내부 단속에 나선 한전 간부도 있었다. 감사 담당인 간부 C(46)씨는 감사원 감사에서 실무자들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해 마찬가지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관계자는 "수익 안정성에 현혹돼 가족까지 동원한 일부 한전 간부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보여준 사건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