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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에 쫓겨나"…용산참사 대책에도 여전한 겨울 철거

인권/복지

    "찬바람에 쫓겨나"…용산참사 대책에도 여전한 겨울 철거

    [벼랑끝 철거③] 겨울철 강제철거 금지대책 있지만…
    금지기간 직전 철거, 임대료 인상 등으로 서울시 조례 틈 파고들어
    "법의 울타리로 철거민 보호 필요"

    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모두 6명이 숨진 '용산 참사'가 10주기를 앞두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그날 이후 뿔뿔이 흩어진 세입자의 현실을 조명하고, 곳곳에서 반복되는 강제철거의 실태를 되짚는 연속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용산참사 10년…가죽공장 사장이 일용직 배관공으로
    ② 소화기에 쇠파이프…'강제철거' 전쟁은 진행형
    ③ "찬바람에 쫓겨나"…용산참사 대책에도 여전한 겨울 철거
    (끝)

    용산참사 이후 제시된 대책에도 겨울철 강제철거가 끊이지 않고 있어 법의 울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0년 전 1월의 용산. 당시 강제철거로 쫓겨난 전재숙(74)씨는 남편의 장례를 치른 뒤 발걸음이 닫는 어디에서도 빈방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한겨울, 비수기여서였다. 전씨는 망루에서 화재가 발생한 남일당 건너편 건물 3층에 살고 있었다.

    전씨는 최근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나 "절박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녀 봤지만 들어가서 다리를 뻗을 방 한 칸 찾기가 힘들었다"며 "내쫓는 사람들은 우리가 방을 구하든 못 구하든 상관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용산참사를 계기로 서울시는 12월부터 2월까지 겨울철에는 강제철거를 금지하는 행정지침(2013년)과 조례(2018년)를 차례로 마련했다. 주거지와 상가가 모두 포함됐다.

    하지만 강제철거는 그 틈을 비집는다.

    서울 마포구 아현2구역 철거민대책위 이광남 위원장이 현장에서 자신의 집 쪽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형준 기자)

     

    실제로 서울 마포구 아현2구역은 금지 기간을 하루 앞둔 지난해 11월 30일 집행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철거민 고 박준경(당시 37세)씨가 용역들에게 끌려 나왔고, 사흘도 안 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아현2구역 철거민대책위 이광남 위원장은 "박씨가 추운 날 찜질방이나 PC방 등을 전전하면서 돌아다녔던 것 같다"며 "지금 사는 집 유리창도 파손돼 스티로폼으로 막아 놨지만, 찬바람이 매섭게 들어온다"고 말했다.

    청계천 공구거리에서 수십년 동안 특수공구 등을 만들어 온 한 장인의 손 (사진=김광일 기자)

     

    청계천 공구거리는 올겨울 임대료를 높이고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는 식으로 상인들을 몰아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취재진을 만난 상인들은 사실상 강제퇴거나 다름없이 쫓겨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곳에서만 40여년 동안 공구를 만들었다는 한 상인은 "내용증명이나 수억, 최대 30억의 손해배상청구서가 상인들 집에 끊임없이 날아들었고, 월세가 2배까지 오르기도 했다"며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억울했다. 그런 심리적 압박 때문에 사실상 쫓겨난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겨울철 금지원칙은 서울시 조례일 뿐 다른 지역에는 해당하지 않고, 그 역시도 법원에서 명도집행 판결이 나오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입법을 통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도시연구소 이원호 책임연구원은 "신도시 등을 개발할 때 주로 적용하는 도시개발법에는 겨울철 퇴거를 금지하는 조항이 있다"며 "도심 개발에 적용하는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도 이같이 적용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국회에서는 제대로 논의조차 못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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