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3명의 부원장보를 바꾸는 소폭의 인사였지만 업계와의 유착을 경계하는 윤 원장의 의지가 드러난 것이라는 게 금감원 안팎의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은 18일 보험담당 부원장보에 이성재(56) 전 여신금융검사국장, 은행담당 부원장보에 김동성(56) 전 기획조정국장, 공시 조사 담당 부원장보에는 장준경(55) 전 인적자원개발실장을 임명했다. 인사 시행일은 오는 21일로 부원장보 임기는 3년이다.
윤 원장은 당초 지난 해 말 9명의 부원장보에게 인사 적체 해소와 후배 직원들을 위한 용퇴를 내세우며 전원 사표를 요구했다. 대다수 부원장보들은 사표 제출에 응했지만 보험 담당 설인배 부원장보가 사표 제출을 거부하면서 임원 인사에 제동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은행권역 출신의 이성재 전 여신금융검사국장이 보험담당 임원에 유력하게 거론되고 보험라인을 물갈이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보험권역 직원의 내부 반발은 거셌다. '왜 유달리 보험권역만 비리집단으로 몰아가냐'는 불만도 잇따랐다.
하지만 윤 원장이 이성재 전 국장을 눈여겨 본 이유는 2016년 자살보험금 사태 당시 보험준법검사국장을 맡아 보험사 제재를 이끈 점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 보호에 중점을 두고 즉시연금 과소지급 문제를 해결하려는 윤 원장에게 이 전 국장이야말로 보험 담당 임원으로서 제격이었던 셈이다.
이를 풀기 위해 윤 원장은 '권역 파괴'라는 카드를 썼다. 보험담당 부원장보에 자신이 눈여겨 보던 은행권역 출신인 이 전 국장을 앉히면서, 은행담당 부원장보에는 보험감독원 출신의 김동성 전 국장을 임명한 것이다.
보험 출신이 은행 담당 임원 자리로 가는 것은 금감원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신임 김 부원장보는 전주 신흥고등학교,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에 보험감독원에 입사해 보험검사국, 보험계리실 등을 거쳤다. 국실장에 승진한 이후로는 금융상황분석실, 감독총괄국 등을 역임했다.
공시·조사 담당 부원장보에는 장준경 전 인적자원개발실장이 맡는다. 증권감독원 출신인 신임 장 부원장보는 증권검사 1국, 총괄조정국, 자본시장조사1국 등을 거쳤다. 국실장으로는 자산운용감독실장, 기업공시국장, 자본시장감독국장 등 증권 권역을 두루 맡았다.
이로써 오승원 은행담당 부원장보, 조효제 공시조사 부원장보는 물러난다. 보험담당 설 부원장보는 막판까지 사표 제출을 거부해 직무에서 배제됐다. 다만 임원 직급은 유지하면서 '직무전문가 연수 관리 및 원장 특명사항 처리 등 담당'이라는 직무를 임시로 맡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윤 원장이 첫 임원 인사를 통해 자신의 소신을 지키면서도 업권 교차 인사를 통해 갈등을 풀어낸 것은 성과"라면서도 "종합검사, 공공기관 지정 논의 등 풀어야 할 숙제는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