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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이 겨우 '나쁜 손'? 피해자 사생활까지 캐는 언론"



사회 일반

    "성폭력이 겨우 '나쁜 손'? 피해자 사생활까지 캐는 언론"

    자극적 흉기범행 영상 19차례 반복 재생하기도
    성범죄 피해자 부각시키는 언론보도 관행 여전
    서지현 검사 폭로 대상인 안태근 이름은 가려져
    사건과 관계없는 피해자 사진, 사생활 공개까지
    성범죄에 '몹쓸 짓', '나쁜 손' 표현도 고질적 문제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15~19:55)
    ■ 방송일 : 2019년 1월 18일 (금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


    ◇ 정관용> 우리 언론 보도의 문제점 살펴보는 시간 미디어포커스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언경 사무처장 어서 오십시오.

    ◆ 김언경> 안녕하세요.

    ◇ 정관용> 이번 주에는 어떤 소식 가지고 오셨나요?

    ◆ 김언경> 이번 주는 체육계 미투에 대한 언론 보도들이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또 이번에도 관련 보도의 문제점을 정리해봤고요. 그리고 그전에 간단하게 사건사고를 보도하면서 충격적인 영상을 보여주는 문제에 대해서 좀 짚어보려고 합니다.

    ◇ 정관용> 충격적 영상이라면 어떤 거예요?

    ◆ 김언경> 사건사고에서 살인사건, 이런 것이 영상이 확보됐을 때 이것을 가지고 이제 언론에서 너무 선정적으로 그대로 보도해 버리는 경우가 있어요. 최근에 암사역 인근에서 10대 친구 둘이 쌍방폭행을 주고받다가 커터칼로 찔러서 상해를 입히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 정관용> 아주 검색어에도 오르고 그랬잖아요.

    ◆ 김언경> 그런데 13일 일요일 밤에 유튜브에 이 사건 영상이 공개가 됐거든요.

    ◇ 정관용> 그랬어요?

    ◆ 김언경> 그러자 흉기를 이용한 상해 과정이 담긴 영상이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언론에서 이것을 그대로 보여주려는 그런 유혹에 빠지게 된 것이라고 보는데요. 최근에 우리 언론은 영상이 확보된 사건은 매우 주요하게 보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정관용> 그림이 있다, 이렇게 보통 표현하죠.

     


    ◆ 김언경> 그렇죠. 영상이 없으면 더 큰 사건이어도 보도가 안 되는데 영상만 있으면 갑자기 시청률이나 클릭 수를 높이려고 해서 이것이 이제 화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 김언경> 특히 채널A의 김진의 돌직구쇼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1월 14일 방송에서 이 관련 내용을 보도를 했어요. 그런데 이미 영상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퍼진 다음이었는데도 이 사건을 단독이라고 전하면서 상세하게 다뤘습니다. 그런데 왜 단독이냐. 대부분이 단독으로 붙였는데 단독이 아닌 경우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그 이유가 그중 일부 어떤 한 가지가 단독으로 자신들이 취재했으면 단독으로 붙여요. 그런데 이 보도의 경우에는 가해자의 범행 동기를 자신들이 단독으로 밝혔다는 겁니다. 채널A에 따르면 절도 공범인 친구를 경찰이 밝힌 데 따른 보복 심리에 따라서 범행을 저질렀다, 그러니까 보복 심리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 이런 내용이 담겨 있었어요. 그런데 단독으로 사건의 경위를 밝혀냈다 이거 자체는 사실 문제가 있습니다. 오히려 채널A가 노력을 기울였다고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것을 전하는 방식에서 범행 영상을 과도하게 반복 노출했습니다. 이게 이 사건을 6분 20초간 다뤘는데요.

    ◇ 정관용> 6분 20초나?

    ◆ 김언경> 그런데 그 과정에서 6회에 걸쳐서 총 4분 19초간 범행 영상을 보여줬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 김언경> 더 충격적인 장면은 가해자가 흉기로 피해자를 찌르는 동작을 수차례 반복 노출한 것인데요. 물론 영상에서 보면 텔레비전 영상에서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찌르는 장면에서 흉기가 피해자에 닿기 직전에 멈춤 화면으로 처리를 합니다. 그러니까 최소한의 처리를 한 거죠. 찔러서 이렇게 살에 들어가는 건 안 나온다는 소리예요. 그러나 가해자가 피해자를 찌르는 멈춘 화면, 그 자체를 19번이나 반복해서 보여줬습니다.

    ◇ 정관용> 19번이나? 모자이크 처리 같은 것도 안 하고요.

    ◆ 김언경> 모자이크 처리는 블러 처리는 그 사람의 얼굴이 특정되지 않도록 해 놨어요.

    ◇ 정관용> 칼 부분도 블러 처리는 했고요? 했지만.

    ◆ 김언경> 했지만 찌르는 그 장면을 멈춤, 이걸 19번이나 보여줬다는 것이죠.

    ◇ 정관용> 이런 걸 뭘 19번씩이나 보여줍니까?

    ◆ 김언경> 계속 보여주면서 뭔가 자극적인 얘기를 했는데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 37조는 충격 혐오감이라는 것을 담고 있는데요. 방송은 시청자에게 지나친 충격이나 불안감, 혐오감을 줄 수 있는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내용을 방송해서는 아니 된다 하면서 단 내용 전개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표현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했습니다. 특히 규정에서 하지 말라는 것은 총기, 도검, 살상도구 등을 이용한 잔학한 살상 장면이나 직접적인 신체의 훼손 묘사 그리고 범죄, 또는 각종 사건사고로 인한 인명피해 발생 장면의 지나치게 상세한 묘사를 금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채널A가 이렇게 장시간 반복 노출한 이 영상은 사실은 문제입니다. 한 번만 보여줬으면 그래도 봐줄 수 있는데.

    ◇ 정관용> 심해도 너무 심하네요.

    ◆ 김언경> 많이 좀 보여줬습니다.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요즘 CCTV가 많아지면서 영상이 너무 많이 텔레비전에 나오거든요, 사건사고 영상이. 그런데 이 욕심을 버리고 정말 블러 처리 많이 하고요. 그냥 말로 설명도 해도 되는 것은 그냥 그대로 드라이하게 전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 정관용> 그래야죠. 또 영상이 없으면 삽화도 그리고 막 그러잖아요. 참 문제 커요. 그나저나 제대로 분석할 것은 체육계 미투에 대한 보도의 문제라고요. 우리 그동안에도 이 코너에서도 여러 번 다뤘는데 여전히 나아진 게 없습니까?

    ◆ 김언경> 별로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SBS가 지난 8일에 단독으로 관련 소식을 알린 이후에 많이 화제가 되었죠. 그런데 이번에도 성폭력 사건의 전형적인 문제점들은 거의 비슷하게 드러났습니다.

    ◇ 정관용> 성폭력 사건 보도의 전형적인 문제점.

    ◆ 김언경> 그렇죠.

    ◇ 정관용> 제일 첫 번째 전형적인 문제가 뭐예요?

    ◆ 김언경> 우선 지난해 미투 운동이 사회 전반에 퍼져가면서 동시에 문제가 되었던 것이 대부분 보도에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중심으로 보도하는 것은 문제다라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한국기자협회와 여성가족부가 만든 성폭력, 성희롱 사건 보도 공감기준 및 실천요강이라는 가이드라인이 있어요. 그런데 여기에는 피해자를 중심으로 사건을 부르는 것은 피해자를 주목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2차 피해를 입힐 소지가 있으므로 피해자를 전면에 내세워 사건에 이름을 붙이는 등 피해자 중심으로 사건을 보도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번 사건에서 대부분 언론이 심석희 성폭행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 정관용> 피해자 이름으로 제목을 붙이는군요.

    ◆ 김언경> 저희가 온라인 보도들을 살펴보니 거의 대부분의 보도에서 심석희 성폭행이라고 말을 합니다. 그러니까 조재범 성폭행 이렇게 이름 붙여지지 않더라고요. 예를 들면 KBS도 저녁 종합뉴스는 아니지만 저녁 7시에 방송하는 뉴스7에서 심석희 성폭행 본격 수사, 곧 조재범 조사라는 제목을 썼더라고요. 이게 일상적입니다. 꼭 KBS만 그런 건 아니었어요.

    ◇ 정관용> 그런데 최근에 프레시안의 한 보도에서 성폭행 폭로를 한 용기 있는 사람들을 알리기 위해서 그 피해자의 이름으로 사건 이름을 부르는 것이 오히려 더 좋다 이런 주장을 펼친 변호사도 있었어요.

    ◆ 김언경> 그런데 저도 관련 기사를 읽어봤는데요. 이분은 본인이 미투의 당사자입니다.

    ◇ 정관용> 그런 분이죠.

    ◆ 김언경> 이 보도는 삼성전기 근무 시절 상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했고 이에 문제를 제기하자 인사불이익 등 부당한 처우를 받았던 이은의 변호사의 인터뷰였는데요. 이 변호사는 본인은 결국 삼성과 싸워서 이겼고 이후에 로스쿨에 진학해서 변호사가 돼서 지금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변호를 주로 하고 있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이 기사에서 전직 유도선수 신유용 씨가 언론 인터뷰를 하면서 더 이상의 17살의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없었으면 좋겠다. 신유용 사건으로 기억해 달라라고 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은의 변호사가 그 이야기를 언급하면서 나도 이 사건을 이은의 사건으로 기억해 달라고 말하고 싶다.

    ◇ 정관용> 자신의 사건은.

    ◆ 김언경> 그렇게 말했고요. 그 취지는 ‘코치한테 당한 성폭행이나 직장 내 성희롱 같은 피해자가 아니라 구조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이 문제를 꺼내놓은 사람으로서 우리 사회에 기여한 빛나는 이름을 기억해 달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했습니다. 굉장히 좋은 취지라고 생각하고 저도 그 취지에는 굉장히 공감하거든요. 그런데 저는 이 글을 보면서 자칫 이 글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피해자 본인이 성폭력 피해자가 아닌 미투 폭로자로서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 한 말인데. 이 말은 이것을 가지고 아, 이제부터 피해자 이름으로 그냥 써도 되는구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주장하는구나 그렇게 오해하시지는 않아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본인이 그렇게 원할 때에만 그 피해자 이름을 따는 것이 옳다?

    ◆ 김언경> 저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성폭력 사건은 대부분 피해자 이름을 붙이면서 사건명이 지어졌고 나영이 사건처럼 가명이지만 피해자가 부각돼서 오히려 피해가 오랫동안 고통을 받은 경우들이 있습니다. 서지현 검사의 경우에도 서지현 성추행 폭로보도라도 주로 말하고 있지 안태근 검사라는 그 당사자 가해자 당사자가 주목이 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래서 아직까지도 우리는 사건명으로 사건명을 정할 때 피해자보다는 가해자 중심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렇습니다.

    후배 여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준 의혹을 받고 있는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사진=이한형기자)

     


    ◇ 정관용> 또 한편에서는 나는 피해를 당했다라고 자기 이름을 걸고 누군가를 고발했는데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법정 다툼이 이어지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 경우라도 가해자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 옳습니까?

    ◆ 김언경> 그렇죠. 의혹보도라고 이렇게 붙이니까요.

    ◇ 정관용> 아무튼 피해자의 이름을 부각시키는 보도는 2차 피해를 낳을 수 있다. 그래서 2차 피해가 실제 발생하는 보도들이 또 있나요?

    ◆ 김언경> 이번에도 좀 몇 가지 있었는데요. 전 유도선수 신유용 씨의 폭로가 화제가 됐던 14일에 채널A 저녁종합뉴스 뉴스A에 입막음 시도의 폭로라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 보도는 어떤 계기로 폭로를 결심했는지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미투 이후 주변의 반응 등을 앵커가 묻고 기자가 정리를 해 주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보도에서 김승련 앵커가 첫 질문으로 폭로 계기를 묻자 기자가 이렇게 말합니다. “신유용 씨는 사실 성폭행 피해를 숨기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데 가해자의 가족들이 우연히 알게 되었고 먼저 신 씨에게 연락을 해 옵니다”라고 말해요. 그런데 이 말을 할 때 동시에 옆에서 화면이 뜨는데요. 12초가량 기자가 설명하면서 신유용 씨 개인 SNS에 올렸던 셀카라고 하죠. 셀피 사진이 굉장히 여러 장이 전파를 탔습니다.

    그런데 이 SNS 셀피는 과거의 사진이고요. 이 성폭력 사건과 본질이 없는 그 사람의 사생활을 올린 사진입니다. 그의 모습을 소개하고 싶었다면 그냥 신유용 씨가 인터뷰를 하는 그러니까 폭로하는 인터뷰 그 영상을 보여주는 정도에 그치면 된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굳이 그 사람의 과거 SNS를 파헤쳐서 개인의 사진을 넣어주고 그리고 김승련 앵커는 이렇게도 말하거든요. “실제로 인스타그램을 보면 자신의 유도에 대한 사랑도 보여주고 그런 내용이 좀 많았거든요”라고 말을 해요. 그러면서 SNS 글에서도 여러 가지 생각을 엿볼 수 있다라면서 과거 SNS를 또 읽어줍니다.

    ◇ 정관용> 이런 건 다 사생활 침해다?

    ◆ 김언경> 그렇죠. 할 필요가 없는 내용입니다. 한국기자협회와 여성가족부가 만든 성폭력, 성희롱 사건 보도 아까 제가 말씀드린 그 가이드라인에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 등의 사생활에 대한 보도는 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어 이슈가 된 사건의 피해자 등이라고 해서 그의 사생활 영역까지 국민의 알 권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사건의 본질과 상관없는 영상이나 사진 등을 본인의 동의 없이 보도하는 것은 사건을 왜곡하고 자칫 피해자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본인이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밝히고 스스로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지만 과거 사진을 다 뒤져서 이것들을 무분별하게 인용하라고 그것까지 허락한 것은 아닙니다.

    ◇ 정관용> 전혀 아니죠.

    ◆ 김언경> 그리고 설사 저는 한 명도 이것을 동의를 구해서 사용한 언론은 없을 거라고 보이는데요. 설사 동의를 해 줬다 하더라도 사실은 언론사 스스로가 피해자를 이렇게 부각하고 피해자의 과거를 뒤져서 영상이나 사진을 보여주는 것은 좋지 않다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다른 실천요강에 다 나와 있는데 지키지를 않는군요.

    ◆ 김언경> 안 지킵니다. 그리고 MBN은 고교 코치의 성폭행이라는 1월 14일 보도가 있었는데요. 이 보도에서 신유용 씨가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언급을 합니다. 그러면서 지금 무슨 공부를 하고 무슨 활동을 하고 있다까지 얘기가 나오거든요. 제가 일부러 방송에서 말씀을 안 드리는 건데요. 신유용 씨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성폭력 사건의 실체를 드러내는 것과 무관합니다. 전직 유도선수였다라는 것만 알려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사건과 무관한 것들을 너무 많이들 보도를 하는군요.

    (사진=자료사진)

     


    ◆ 김언경> 그렇죠. 성폭력 사건의 대상으로 이 피해자를 무기력하게 보도하는 것은 좋지 않고 이분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뭔가 하고 있다라는 건 말할 수는 있지만 그 과정에서 그 개인의 사생활을 너무 많이 드러내는 것은 또다시 2차 피해를 입힐 소지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이 다 선의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미투를 하면 사실은 피해를 받는 경우도 많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 김언경> 그렇기 때문에 굳이 밝힐 필요 없다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종편 시사토크쇼도 굉장히 많이 다뤘죠?

    ◆ 김언경> 많이 다뤘습니다.

    ◇ 정관용> 거기는 문제 없었습니까?

    ◆ 김언경> 있었죠. 그중에서 TV조선의 보도본부 핫라인이라는 1월 9일 방송에서 조재범 성폭행 의혹을 약 13분간 다뤘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전형적인 문제가 발생했는데요. 이 코너의 제목이 ‘코치의 나쁜 손’이었습니다. 이 나쁜 손. 이런 표현을 하지 말라고 돼 있습니다.

    ◇ 정관용> 실천요강에?

    ◆ 김언경> 네. 왜냐하면 이것은 명백한 범죄이기 때문에 나쁜 손이라는 말은 필요 없다는 것이죠. 한국기자협회의 아까 제가 말씀드린 그 실천요강을 보면 가해 행위를 미화하거나 모호하게 표현하여서 가해자의 책임이 가볍게 인식되게 하거나 가해 행위의 심각성을 희석하는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이 실천요강에는 나쁜 손을 하지 말라는 구체적으로 이 표현하지 말라고 써있었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그걸 제목으로 뽑았다고요?

    ◆ 김언경> 그런데 이제 TV조선 제목으로 뽑은 거고요. 게다가 이 진행자 엄성섭 앵커가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 이분이 20대 초반이에요, 심석희 선수가. 그런데 미성년자 때부터 몹쓸 짓을 당한 게 아닌가라는 분석들이 나옵니다”라고 설명을 합니다.

    ◇ 정관용> 몹쓸 짓, 몹쓸 짓 이것도 쓰면 안 되는 것 같은데요.

    ◆ 김언경> 마찬가지예요. 이것도 딱 꼬집어서 써 있습니다, 실천요강에. 사용하지 말라고. 이런 말을 했고요. 그다음에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좌측 상단 코너에는 계속 제목에 코치의 나쁜 손이 지속적으로 노출됐고요. 저희가 시간을 좀 따져봤더니 이 의혹을 다루는 13분 시간 중에 절반이 넘는 7분간 이 나쁜 손이라는 자막이 계속 떠 있었고요.

    ◇ 정관용> 실천요강 읽어보지도 않나요?

    ◆ 김언경> 전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리고 또 아쉬운 점이 있었던 게 제가 계속 피해자한테 주목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계속 이제 피해자에게 주목하는 내용들이 많고요. 특히 과거 평창동계올림픽 인터뷰 당시에 심석희 선수가 잘 살아 있어준 자신에게 감사하다라고 말한 장면을 보여주면서 그 발언의 의미를 성폭행 폭로와 맞물려서 해석하는 등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심석희 선수의 팬미팅 현장 모습까지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과연 조재범 성폭행 의혹을 보도하는데 이렇게 심석희 선수에 방점을 찍는 것이 필요한가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제작진이 사용한 영상과 자료 화면의 시간을 좀 따져봤습니다. 그랬더니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의 자료화면의 80%가 심석희 선수였습니다. 그리고 조재범 코치를 한 것은 11% 정도가 되더라고요. 나머지는 두 사람이 동시에 나오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건 명백하게 화면 쓰는 것만 봐도 피해자 중심으로 보도하고 있다라고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나쁜 손, 몹쓸 짓, 이런 말을 쓰는 거나 피해자 중심으로 보도하는 것. 모두 가이드라인을 전혀 모르거나 알면서도 무시하고 있는 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재범 전 쇼트트랙 코치 (사진=연합뉴스 제공)

     


    ◇ 정관용> 미성년자가 더 피해를 당했다는 걸 종종 강조하잖아요. 그건 괜찮습니까?

    ◆ 김언경> 그것도 사실은 부적절하다는 문제의식이 많습니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서 연령대를 이야기하거나 그리고 이 피해자의 직업을 부각하는 것도 사실 좋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직업이 유흥업소에 나간다 그러면 괜찮다. 또는 나이가 많은 여성은 성폭력을 해도 덜 심각하다 이런 식의 관점이 우리에게 사실 굉장히 많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것을 부각하는 보도가 좋지 않다라고 보는 건데요.

    저는 어린이 성폭력, 청소년 성폭력이 더 나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누구나 화가 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계속 어린이 성폭력에만 천인공노할 문제라고 공감해 주고 성인에 대한 성폭력은 뭔가 사귄 거 아니야? 여지가 있었던 것 아니냐,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더라는 것이죠. 그래서 성폭력 피해자가 어린이나 청소년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선의를 가지고 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자칫 오해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죠.

    ◇ 정관용> 지나치게 강조하면 안 된다, 그런 얘기네요. 참 이 성폭력 보도 어려운 얘기인데 어쨌든 오늘 외워야 할 것은 피해자 위주로, 피해자 중심으로 하면 안 된다는 것 하나. 그다음 나쁜 손, 몹쓸 짓, 이런 표현 쓰면 안 된다는 거. 실천요강에 다 있으니까 제발 좀 읽어보고 보도했으면 좋겠어요. 수고하셨어요.

    ◆ 김언경> 감사합니다.

    ◇ 정관용>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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