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극한직업'에서 마약반 트러블메이커 마형사 역을 연기한 배우 진선규.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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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의 잔혹한 위성락도, '극한직업'의 트러블메이커 마형사도 진선규에게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보통 캐릭터들에는 그 배우가 가진 특징이 보이기 마련인데 인터뷰 장소에서 만난 진선규는 두 캐릭터와도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이 말은 곧, 만약 연기라면 진선규는 어떤 누구라도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혜성처럼 등장해 쉼 없이 러브콜을 받고 있는 이유가 짐작이 가는 순간이었다.
차분한 웃음과 함께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지만 '극한직업' 현장을 재연할 때면 천상 코미디 배우로서의 기질이 다분하다. 진선규는 '범죄도시'에서 그랬듯이 '극한직업'의 마형사도 물 만난 물고기처럼 뛰놀게 만들었다.
2017년 청룡영화상에서 신인상을 받은 후 1년, 진선규는 위성락을 벗어나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상냥한 성품 속에서도 고집과 강단이 느껴진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젓기 보다는 주변을 보려는 생각이 지금의 진선규를 만들어냈다.
다음은 진선규와의 일문일답.
▶ 영화로는 처음 도전한 코미디였는데 '극한직업'을 고른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나.- 누군가를 죽이거나 때려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 유쾌하게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청룡영화상 조연상을 받고 대중적으로 알려진 후에 처음 받은 시나리오였고 이병헌 감독님은 '스물' 때부터 팬이었다. 내가 너무 재미있게 봤던 영화와 드라마에 나온 배우들과 함께하게 됐는데 이렇게 5인방이 뭉친 게 축복이라고 생각했다. '범죄도시' 후 차기작이 '극한직업'이라고 하니까 친구들은 방송 프로그램으로 오해하기도 했었다. (웃음)
영화 '극한직업'에서 마약반 트러블메이커 마형사 역을 연기한 배우 진선규.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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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배우들끼리 호흡이 좋아도 만남 자체가 축복이라는 이야기를 하기가 쉽지 않다. 정말 좋았다는 게 느껴진다. 마약반 4인방을 만나기 전 상상했던 게 있었을텐데 실제 만나보니 뭐가 달랐나.- 소위 '케미'라고 많이 하는데 정말 이번에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4인방 개개인이 너무 좋았다. 류승룡 선배가 '5형제 다 모였다' 하는 말에 '딱' 맞았던 거 같다. 굉장히 빨리 친해졌고 어떻게 하자는 말 없이 대사만 쳐도 서로 호흡이 맞았다. 제가 아직은 운이 좋은 것 같다. 무섭게 할 것을 고민했던 '범죄도시'의 '케미'와는 또 달랐다. 우리가 가진 호흡에 현장감이 존재했고 유기체처럼 움직였다. 두 영화 모두 정말 내 생애 이렇게까지 좋은 팀워크를 만날 수 있을까 싶은 작품들이다.
▶ '극한직업' 중심에서 활약하면서 코미디와 액션, 무엇 하나 놓칠 수 없는 역할을 담당했다. 캐릭터를 어떻게 준비하고 빚어냈는지 궁금하다. 캐릭터별 개성이 뚜렷해 이병헌 감독의 디렉팅도 있었을 것 같은데.- 웃긴다는 게 사실 너무 어렵다. 그냥 마음을 내려놓고 다른 유경험자 배우들의 코미디 감각을 지켜봤다. 그들을 믿고 마음을 내려 놓았다. 나는 거기에 잘 묻어갈 수 있도록. (웃음) 제가 하는 말이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디렉션을 들었었다. 보통 모임 내에서 '그만 좀 해'라는 생각으로 볼 수 있는 캐릭터. 액션은 아직 내 나이 또래에 비해서는 힘차게 잘 움직일 수 있다. 대학교 때는 거의 선수가 된 것처럼 기계체조를 배워서 동아리도 만들었었다. 아크로바틱도 한 3년 안했지만 가능할 것 같다.
▶ 지금 이렇게 대화를 나누다보면 '범죄도시'나 '극한직업' 캐릭터 중 어디에서도 본인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연기에 빠져들어 내가 아닌 다른 삶을 경험하다 보면 어떤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나.- 이름도 '선규'고 사람들이 어렸을 때부터 '선규는 착하다'고 이야기했었다. 어머니에게 배운 게 아직도 인이 박혀있어서 착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어색한 거다. 고등학교 때 극단에 놀러가서 대본을 외웠는데 그게 너무 짜릿했다. 화도 내보고, 안할 법한 이야기도 하면서 내가 아닌 배역으로 있는 게 좋았던 거다. 연기는 내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나는 분장을 빨리 받고 가만히 앉아 있는 걸 좋아한다. 그러면 그 인물의 사고로 생각하게 된다. '가위손'의 에드워드처럼 아예 전체를 바꿔버리는 역할도 해보고 싶다.
영화 '극한직업'에서 마약반 트러블메이커 마형사 역을 연기한 배우 진선규.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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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도시'에서 함께했던 윤계상도 그렇고, 이번에 함께 한 류승룡도 그렇고 공통적으로 '진선규가 너무 착해서 걱정'이라는 이야기를 하더라.
- 사람이 주는 느낌을 좋아해서 오히려 그런 거에 예민하다. 나와 잘 맞지 않으면 굳이 나를 드러내거나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물도 싫어해서 깊은데 가면 얕은데로 다시 돌아가서 물장구 치고, 케이블카나 흔들다리 같은 것도 안 좋아한다. 조심성이 상당히 큰 편이다. 그래서 사기는 당하지 않지 않을까. (웃음)
▶ 2017년 청룡영화상 남주조연상을 받은 지 1년의 시간이 흘렀다. 스스로 달라진 부분을 체감하기도 할 것 같다.- 말도 안되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출발선상에 서게 됐다. 물 들어올 때 노도 저어야 하고, 책임질 것도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내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물 들어와서 노를 젓기 전에 지도를 꺼내서 봐야 한다는 거다. 원래 어떻게 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역할이 커졌다고, 사람들이 나를 알아본다고 달라질 건 없다. 나는 그대로이지만 주위분들 상황이 달라진 건 있겠다. 예전에는 후배들을 만나도 내가 돈이 많지 않은 걸 아니까 '더치페이'로 모임을 가졌었다. 그런데 이제 내가 후배들을 사줄 수 있는 그런 환경으로 변했다.
▶ 예정된 작품 일정을 바쁘게 소화하는 와중에도 연극계 후배들을 챙기나보다. 꾸준히 그 후배들과 관계를 유지하는 게 진선규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배역에 대해 깊이 있게 말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연극이 아직 많다. 유명한 배우들과 연기하는 내 모습을 부러워할 수도 있지만 나처럼 되기를 원하는 후배들도 많다. 내가 여기(영화)에서 다 소진하고 나서 그들과 같이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면 다시 갔을 때 더 잘할 수 있고 초심도 잃지 않을 수 있다. 극단 지방공연은 지금도 꼭 한다. 배를 타면 지도도 다시 봐야 하는데 이 배 자체를 혼자 타면 안되는 것 같다. 같이 타는 동료가 있는게 제게는 제일 중요하다. 결이 맞는 동료를 만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니 그렇게 한 사람씩 만난 동료들과 내 배에 태워서 함께 항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