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규(64) 전 세계일보 사장이 '정윤회 문건' 보도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압박으로 부당하게 해임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억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3부(김형훈 부장판사)는 조 전 사장이 "3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세계일보는 2014년 11월 최순실 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 씨가 청와대 비서관 3인방 등과 모처에서 수시로 비밀리에 만나 국정을 논의한 정황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문건(정윤회 문건)에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조 전 사장은 이 보도가 나간 지 석 달 후인 2015년 2월 세계일보 사장직에서 해임됐다.
조 전 사장은 "정윤회 문건 보도를 허용했단 이유만으로 부당하게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됐는데, 이 과정에서 공무원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이 세계일보에 나를 해임하라고 압박을 가했다"며 지난해 8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박 전 대통령 등이 조 전 사장의 해임과 관련해 어떤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선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조 전 사장의 해임에 박 전 대통령이 관여했다고 인정하기에 증거가 부족하단 이유로 탄핵소추 사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탄핵심판 청구인인 국회 측이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통일교 총재에게 조 전 사장의 해임을 요구했다"고 주장하면서도 누가 요구한 것인지 밝히지 못한 점, 조 전 사장이 탄핵심판 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해 구체적으로 청와대의 누가 압력을 행사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진술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관련 소송에서 "청와대가 세계일보 등에 유·무형의 압력을 가해 조 전 사장이 해임됐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오기도 했지만, 재판부는 이것 또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할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봤다.
앞서 조 전 사장은 세계일보가 자신의 해임 경위를 외부에 알리면서 허위로 해임 사유를 공표한 것과 관련해 소송을 제기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냈고, 이는 지난해 6월 확정됐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관련 소송에서 세계일보가 청와대로부터 압박을 받았음을 자인했다고 해서, 조 전 사장이 박 전 대통령 등의 해임과 관련한 구체적 위법 행위를 주장·입증하지 않은 이 사건에서 이를 그대로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