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7일로 예정된 자유한국당 당 대표 선거가 한달 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력 당권주자의 핵심 측근들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통상 정치권 거물급 인사들이 주요 고비 때마다 내린 결론은 가까운 측근들 의견이 반영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한국당 입당 이후 초반 당권구도가 친박계에선 황 전 총리, 비박계에선 오세훈 전 시장으로 쏠리는 분위기다. 홍준표 전 대표의 출마 변수가 남아 있지만, 현재로선 2파전 양상이 펼쳐진 셈이다.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 모두 당 대표 출마를 앞두고 자신들이 몸 담았던 조직에서 인연을 맺은 측근들을 전진 배치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 총리는 국무총리 시절 함께 일했던 '총리실' 출신을, 오 전 시장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근무했던 '서울시' 출신 인맥을 발탁한 것이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黃, 이태용 전 민정실장에 힘 실어황 전 총리와 가장 가까운 측근 인사는 이태용 전 총리실 민정실장이 꼽힌다. 경남 하동 출신인 이 전 실장은 한양대 졸업 후 신민주공화당 공채 당직자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민자당 지방자치국장과 자민련 정책국장, 한나라당 부대변인 등을 거쳤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는 박관용 전 국회의장 정무수석비서관을 역임했고,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총리실 민정실장으로 재직하며 황 전 총리와 인연을 맺었다.
행시 27회 출신의 심오택 전 총리 비서실장은 황 전 총리 취임 당시 2015년 7월 비서실장으로 발탁돼 함께 근무했다. 또 측근으로 거론되는 오균 전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도 행시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초기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 국정과제비서관을 역임했다.
원내에선 황 전 총리의 창원지검장 시절인 2009년 창원시장으로 인연을 맺은 박완수 의원과 총리실 국무조정실장을 맡았던 추경호 의원 등이 꼽힌다.
현역 정치인이 아닌 당직자 및 공무원 출신 등을 핵심에 배치시킨 점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미리 '경우의 수'를 계산해 실수를 최소화하는 행보엔 유리하지만, 현실 정치에서 '과감한 도전'을 통해 이슈 주도권을 확보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더군다나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진 황 전 총리의 지지 기반이 우파 기독교와 당내 태극기 세력, 친박계 의원 등을 중심으로 형성된 상황에서, 관료 출신 책사들이 이를 넘어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친박계 한 초선의원은 19일 CBS 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입당식에서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던져야 하는데 애매하게 피해가는 걸 보면서 이게 바로 '공무원 출신의 한계'라고 느꼈다"며 "말의 책임성을 생각에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모습을 보이지만, 정치 영역은 더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吳, 강철원 전 정무조정실장 기용
2000년 16대 총선 당선으로 정치권에 입문한 오 전 시장의 핵심 측근은 초선의원 시절부터 보좌관을 맡았던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이 거론된다. 광주일고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강 전 실장은 오 전 시장과 함께 16대 의정 생활을 마무리했다.
오 전 시장이 2006년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를 꺾고 서울시장에 당선되자, 강 전 실장은 서울시장 직무 인수위원회 간사를 거쳐 2010년까지 서울시 홍보기획관을 담당했다. 오 전 시장이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한명숙 전 총리를 상대로 신승을 거두며 재선 성공 후, 이듬해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자진 사퇴할 때까지 정무조정 실장을 맡았다.
또 한 명의 측근으로 꼽히는 서장은 전 주(駐)히로시마 총영사는 오 전 시장의 고대 법대 후배로 2009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역임했다. 서 전 총영사는 한나라당 제4정책 조정위원회 부위원장과 여의도연구소 감사, 서울시당 대변인에 이어 정무부시장 퇴임 이후엔 새누리당 국민공감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은 바 있다.
원내 인사 중 오 전 시장과 가장 가까운 사람은 정진석 의원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오 전 시장, 오 전 시장 부인 송현옥 씨 등과 고대 동문으로, 대학시절 인연으로 지금도 사석에선 서로 이름을 부르는 등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졌다.
당 국가미래비전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 전 시장이 최근 임명한 13명의 위원 중 '고대 출신'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해당 위원 중 고대 출신은 김선동, 주광덕, 이양수 의원 등이다.
오 전 시장 또한 측근에 주로 관료 출신들을 배치하면서 '개혁 성향'을 드러내지 못하는 가운데, 이를 극복하는 게 주된 과제로 꼽힌다. 입당 전부터 보수통합을 명분으로 한 오 전 시장의 '태극기 세력'에 대한 우호적인 언급 등이 지나친 '눈치보기'의 일환이라는 의미다.
정치권 입문 전 오 전 시장은 1993년 환경운동 변호사로 활동하던 와중에 대기업을 상대로 한 '일조권 재판'에서 승소하며 이름을 알렸다. 관료 출신 측근에 둘러싸여 이같은 '개혁 성향' 강점이 제대로 드러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