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서울 독립문 부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새해 들어 평일 오전에 근무하는 아르바이트 학생을 2명 늘렸다.
장사가 잘 돼 아르바이트를 더 뽑은 것이 아니다.
주 근무 시간이 15시간을 넘으면 주휴수당까지 줘야 해서 아르바이트생 한 명당 주간 근무시간을 15시간 미만으로 유지하려고 한 고육지책이었다.
이렇게 '근무 쪼개기'를 하는 곳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의점이다.
작년과 올해 최저임금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인건비를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점주나 그 가족이 직접 근무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0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올해 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로 아르바이트생들이 편의점에서 일자리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경기 불황과 과당 경쟁 등으로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인건비 부담까지 안게된 편의점 점주들이 아르바이트 고용을 부담스러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은 8천350원으로 지난해보다 10.9% 올랐다. 여기다 주휴수당을 지급하는 경우 시간당 임금이 1만30원에 달한다.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모임 온라인 카페에서는 "10시간씩 주 5일은 일해야 돈이 되는데 그런 편의점 아르바이트 자리가 잘 안 나온다", "많았던 평일 야근 아르바이트 자리도 씨가 말랐다"는 등 편의점 아르바이트 구직난을 푸념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편의점가맹본부 관계자는 "최근 2년간 최저임금이 사실상 30%나 오르고 주휴수당마저 지급해야 하는 분위기가 되면서 점주들이 아르바이트 인건비 때문에 고민이 큰 게 사실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다보니 아르바이트 자체가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점주들이 아르바이트 근무시간을 주휴수당 지급의 기준이 되는 주 15시간 미만으로 쪼개는 현상이 퍼지고 있다.
25년 동안 편의점을 운영했다는 A 씨는 "IMF 때보다 편의점 상황이 더 어려운 지경이다"라며 "합법적으로 인건비를 줄이려다 보니 아르바이트 근무 시간을 쪼개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가 운영하는 독립문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숫자는 지난해까지 평일 근무자가 오전, 오후, 야간 합쳐서 총 3명이었으나 올해 2명을 늘려 5명이 됐다.
주휴수당을 피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2명을 새로 뽑은 것이다.
근무 시간이 이전보다 줄어들고, 이 때문에 임금이 감소했는데도 구직자들은 줄을 잇는다. 이런 일자리라도 잡으려고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A씨는 "지난해까지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뽑기가 쉽지 않았다"며 "구인 광고를 내고 2∼3주가 지나야 5∼6명 지원했는데 올해는 구인 공고를 아르바이트 사이트에 올린 즉시 조회 수가 수백회를 기록하고 수십통의 이력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다른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이 현실화하기 전이다"라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점주들이 많은데 좀 더 견디기 어려워지면 근무 쪼개기가 활발해지고 직접 점포를 챙기는 점주들이 더 늘어날 것 같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