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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전세 "석 달 지나도 안빠져"…역전세난 본격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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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 전세 "석 달 지나도 안빠져"…역전세난 본격화하나

    • 2019-01-20 15:05

    강남4구 올해 입주 2만6천가구 예년 2∼3배, 대출까지 막혀 전셋값 뚝뚝
    집주인도, 세입자도 고통…임차권 등기명령·전세금 반환보증 등 급증

     

    요즘 송파 헬리오시티 입주를 앞둔 주부 박모(49)씨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살고 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전세놓고 헬리오시티 잔금을 내려고 했는데 은마아파트 전세가 두 달 넘게 안나가고 있어서 잔금 마련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1주택 보유자인 박씨는 잔금 대출이 불가능해 전세가 빠지지 않으면 추가로 돈을 구할 데가 없다.

    박씨는 "평소 거래하던 은행을 전전하고 있는데 대출이 쉽지 않아 급매라도 집을 내놔야 할지 고민중"이라며 "전세를 시세보다 5천만원 낮췄는데도 안나가고 집도 안팔리는 분위기여서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주부 이모(38)씨는 지난해 말 살던 집의 전세계약이 만료됐으나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임차권 등기명령을 신청하기로 했다.

    이 씨는 "작년 6월 지방 근무로 인해 이사를 가겠다고 집주인에게 통보했는데 11월부터 집주인이 전화도 피하고 전세 만기가 지났는데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며 "이미 두차례의 내용증명을 보냈고 조만간 임차권 등기명령을 한 뒤 이사를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고통받고 있는 세입자와 집주인이 늘고 있다. 세입자는 제 때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이사를 가지 못하고 집주인도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신용대출을 받거나 살던 집이 안나가 새 아파트 잔금을 못 치르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지방은 이미 '깡통 전세'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최근엔 비교적 안정적인 임대차 시장을 유지해온 서울까지 역전세난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 강남권 입주물량 급증·대출 규제로 전세시장 난맥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9월 입주하는 강동구 고덕그라시움은 입주 8개월 전부터 벌써 전세물건이 나와 있다.

    전체 4천932가구에 이르는 대단지여서 헬리오시티처럼 입주 시점에 전셋값이 급락할 것을 대비해 집주인들이 발빠르게 전세를 내놓은 것이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59㎡ 전세는 처음 5억1천만원에 나왔다가 최근 4억8천만원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전용 84㎡도 7억원이던 전세가 현재 5억8천만원까지 내려갔다.

    고덕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학군 수요가 있는 한영외고 주변을 제외하고는 지금 전세물건이 넘쳐난다"며 "내놓은 지 서너달 째 안빠지는 전셋집도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최근 강남권을 중심으로 전세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증한데다 대출까지 막히면서 전세 관련 문제와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입주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올해 강남 4구 입주 물량은 1만6천여가구다. 그러나 사실상 이달부터 입주가 시작된 헬리오시티 9천510가구를 포함하면 올해 실질적인 강남권 입주 물량은 2만6천가구에 달한다.

    지난 2017년 강남4구 입주물량이 약 1만가구, 지난해 헬리오시티를 제외하고 6천300여가구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특히 송파구(1만500여가구)와 강동구(1만1천여가구)에 입주물량이 몰려 있다.

    미니 신도시급 충격파를 주고 있는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가 3월 말까지 입주하는 것을 비롯해 6월 명일동 래미안명일역솔베뉴(1천90가구), 9월 고덕그라시움(4천932가구), 11월 암사동 힐스테이트암사(460가구), 12월 고덕센트럴 아이파크(1천745가구), 상일동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1천859가구) 등 올해 대단지 신규 입주가 줄을 잇는다.

    여기에다 2년차 전세 재계약 물량까지 가세하는 형국이다.

    지난 2017년 3월 입주한 강동구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3천658가구)에서 2년 만기 전세 물건이 쏟아지면서 이 아파트 전용 84㎡ 전셋값은 지난달 초까지 7억원이던 전셋값이 현재 5억원대 초중반으로 하락했다.

    고덕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이 줄줄이 입주하고 입주 2년차 전세까지 나오면서 이 일대는 요즘 세입자를 못 구해 난리"라며 "지금 나오는 전세 물건은 몇 천만원 떨어진 정도지만 앞으로 입주가 줄줄이 이어지면 세입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고, 전셋값도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동에서도 당장 다음달 래미안블레스티지(1천957가구)를 비롯해 9월 디에이치아너힐스(1천320가구)까지 약 3천300가구가 입주해 인근 지역 전셋값을 끌어내리고 있다.

    재건축 대상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4㎡는 지난달 초 5억5천만∼6억원이던 전셋값이 한 달 만에 4억8천만∼5억원으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달 전용 76.8㎡의 전세 시세 수준이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헬리오시티 충격파에다 다음 달에는 개포 2단지 재건축 입주도 시작돼 전셋값이 급락했다"며 "새 아파트 입주를 해야 하는데 전세도 안나가고 집이 팔리지도 않아 고통스러워하는 집주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대출까지 막히면서 전세문제는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1주택 이상자는 규제지역에서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되면서 본인 거주 주택의 전세가 들어오거나 팔리지 않으면 잔금 마련이 힘들게 된 것이다.

    헬리오시티에는 이달들어 잔금 납부를 하려는 집주인들의 급전세가 급증하고 있다.

    전용 84㎡의 전셋값은 현재 5억원대로 내려왔고, 일부 4억원대 급전세도 등장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가락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전세물건이 한꺼번에 쏟아지다보니 물량 충격을 견디지 못해 잔금 납부 때문에 사정이 급한 사람들은 전세금을 계속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앞서 비싼 값에 일찌감치 전세계약을 맺었던 일부 세입자들은 전셋값이 계속 하락하자 입주 전에 전셋값을 낮춰달라는 요구와 분쟁도 늘고 있다는 게 현재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직장인 김모(53)씨도 요즘 전세가 나가지 않아 속앓이가 심하다.

    서초동의 아파트 전세 만기가 지나도록 임대가 안나가 신용대출을 받아 겨우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줬는데 석 달 넘도록 집이 안나간다.

    김 씨는 "고가주택에 전세까지 끼어 있으니 1금융권에서 추가 대출은 아예 불가능하다"며 "임차인을 못구해 빈 집으로 두고, 꼬박꼬박 이자만 물고 있으니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비강남권도 전세가 안 나가긴 마찬가지다. 서민 아파트가 밀집한 노원구 상계동 일대도 최근 전세 수요가 급감했다.

    동작구에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흑석뉴타운 아크로리버하임(1천73가구) 등 2천여가구가 넘는 단지가 입주하면서 전세 물건이 적체되고 있고 있다.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84㎡는 지난해 10월 7억2천만∼7억5천만원이던 전셋값이 12월에 6억∼6억8천만원으로 떨어졌다.

    ◇ 서로 고통받는 세입자-집주인…임차권 등기명령 신청도 급증

    전세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세입자와 집주인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송파구 잠실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세입자들은 만기를 앞두고 전세가 안 빠질까 봐 매일 집주인에게 보증금반환 독촉 전화를 하고, 집주인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자금을 융통하느라 전전긍긍한다"며 "신규로 전세를 얻는 세입자는 전세 가격이 싸져 유리해졌지만 기존 집주인이나 세입자는 많이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전세보증금 반환 분쟁도 늘고 있다. 최근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를 중심으로 임차권 최근 등기명령 신청도 크게 증가하는 분위기다.

    임차권 등기명령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이사를 해야 하는 세입자가 보증금 우선변제권을 잃지 않기 위해 등기를 해서 대항력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임차권등기가 완료돼 등기부등본 상에 임차권등기 내용이 등재되면 임차인이 해당 주택을 다른 임대인에게 임대해 확정일자 등을 받더라도 기존 세입자의 우선변제권이 유효하게 유지된다.

    직장인 김모(45)씨는 최근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임차권 등기명령을 신청했다.

    김씨는 "새 아파트로 입주를 해야 하는데 전세가 석 달 째 안나가 어쩔 수 없이 임차권 등기명령을 신청하고 나왔다"며 "대항력은 유지하겠지만 보증금을 못받고 나와서 추가 대출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전에 전세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가입하는 사람도 급증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금액 건수는 8만9천350건, 보증금액은 19조36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7년 실적(4만3천918건, 9조4천931억원)에 비해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건설사에는 새 아파트 입주 만기를 늦춰줄 수 없느냐는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대출금리가 아직 높지 않아서인지 입주율은 양호한 편이지만 최근 전세가 잘 안나가니까 잔금을 납부 기일을 늦춰줄 수 없냐, 연체이자가 얼마나 되느냐 등을 묻는 문의가 늘고 있다"며 "올해 입주 물량이 증가하면서 미입주에 대해 대비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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