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연예 일반

    쉽고 통쾌했던 '조들호'가 그리워진다

    • 2019-01-20 16:23

    초반 복잡하고 음울한 전개에 코미디는 겉돌아
    "흥행 따른 임기응변식 시즌제는 한계 명확"

    동네변호사 조들호2 (사진=KBS 제공)

     

    아무리 불리한 상황에서도 유쾌·상쾌·통쾌하게 사건을 해결해내는 동네변호사 조들호에 시청자는 대리만족했다.

    그러나 3년 만에 돌아온 조들호는 쉽지도 통쾌하지도 못하다. 조들호의 트라우마와 얽힌 스토리는 복잡하고 무겁다. 연출도 코믹함과 진지함 사이에서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채 부유한다.

    ◇ 시즌1과 달라도 너무 다른 화법과 작법

    웹툰을 원작으로 한 시즌1은 법정극을 표방한 것 치고는 상당히 가볍고 유치했다.

    그러나 변호사 2만명 시대에도 가난한 이들을 위한 변호인은 없는 현실을 배경으로 의뢰인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한 몸 다 바치는 동네 변호사 조들호는 시청자 마음을 훔쳤다.

    재개발 명도 소송부터 아동학대, 하도급 비리, 밀실 살인, 재벌가 비리 등 묵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경쾌한 톤을 잃지 않은 덕분에 시청률이 방영 내내 두 자릿수를 유지하며 마지막에는 17%대(닐슨코리아)를 찍었다.

    물론 조들호 역 박신양이 극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끌어나간 덕분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박신양에 더해 고현정까지 합류한 시즌2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을 보면 작품 화법과 작법도 시즌1의 흥행에 작지 않은 역할을 했음을 깨닫게 된다.

    시즌2 속 조들호는 초반 시청자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초반 10회(프리미엄CM 구분 제외 5회)에 이르기까지 조들호의 과거 트라우마를 고리로 이자경(고현정 분)과 대립하게 되는 과정을 풀어내는 데 집중하느라 드라마 특유의 톤을 잃어버렸다.

    동네변호사의 친근하고도 분명했던 메시지가 흐려지면서 통쾌함을 기대한 시청자는 지루하고 주제 의식을 찾기조차 버거워졌다.

    연출 역시 혼란스럽다. 조들호와 강만수(최승경) 콤비의 코미디는 조들호의 무거운 개인사와 어울리지 못하고 억지스럽게 느껴지고, 정작 무게감 있어야 할 조들호와 이자경 투샷은 우스꽝스럽게 그려진다.

    박신양의 고군분투는 여전히 이목을 끌지만 오락가락하는 극 분위기에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는 모양새다. 재판에서 백승훈(홍경)을 보고 충격에 쓰러지는 중요한 장면조차도 옛 시대 공포영화처럼 연출되면서 힘을 잃었으니 말이다.

    고현정 역시 특유의 카리스마를 발휘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캐릭터를 만나 좀처럼 공감받지 못한다. 시청률은 5~6%대를 기록 중이다.

    ◇ 시즌제 드라마 안착, 아직 먼 길인가

    '동네변호사 조들호2: 죄와 벌'은 비록 속편 방영에 3년이나 걸리기는 했지만 국내에서 찾기 어려운 시즌제 드라마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최근 드라마 제작 편수가 급증한 상황에서도 시즌제 드라마는 찾기 어렵다. 너도나도 스타 캐스팅과 막대한 자본력에 기댄 대작 한 방으로 경쟁하려는 탓이다.

    시즌제 드라마는 외국 사례에서도 볼 수 있는 좋은 기획에 기반을 둔다. 메시지가 분명하고 캐릭터가 살아있다면 제작진에 일부 변동이 있더라도 초심을 유지하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 측면에서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서민 변호사의 속 시원한 정의구현이라는 분명한 메시지와 캐릭터를 지닌 좋은 기획이다. 덕분에 속편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시즌마다 결이 이렇게 달라서는 또 다른 시즌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스토리와 전개 방식의 변주도 어디까지나 첫 시즌에 시청자가 호응한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국내에도 가성비 좋은 시즌제 방식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비롯해 첫발을 뗀 작품들이 입지를 잘 다져야 한다. 초반 전개가 아쉬웠던 '동네변호사 조들호2'가 본래 매력을 되찾아 순항하기를 손꼽아 기대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콘텐츠 제작사 한 관계자는 20일 "안정적인 시즌제 드라마를 제작하려면 기획개발 단계부터 시즌제를 고려한 여러 장치가 필요하다"며 "다음 시즌을 위한 주요 제작진과의 사전 조율, 스토리의 확장 가능성과 복선 등 시청자를 묶어둘 치밀한 계산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그러면서 "최근 국내에서도 시즌제 드라마가 활성화하는 단계지만 흥행에 따른 임기응변식 시즌제 도입은 한계가 명확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