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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퀴' 류덕환 "한진우에 대한 확신, 한 번도 무너진 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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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퀴' 류덕환 "한진우에 대한 확신, 한 번도 무너진 적 없어"

    [노컷 인터뷰] '신의 퀴즈 리부트' 한진우 역 류덕환 ①

    지난 10일 종영한 OCN 오리지널 '신의 퀴즈 리부트'에서 한진우 역을 맡은 배우 류덕환 (사진=씨엘엔컴퍼니 제공)

     

    과거 OCN은 영화 전문 채널로 인식됐다. 하지만 '오리지널' 시리즈를 꾸준히 방송하면서 조금씩 이미지를 바꿔나갔다. 특히 수사물, 법의학물을 비롯해 샤머니즘, 엑소시즘, 사이비 종교 등 다른 곳에서 다루기 힘든 소재와 장르를 다루며 '장르물에 강한 채널'로 발돋움했다.

    천재 법의학자 한진우(류덕환 분)를 중심으로 미궁에 빠진 죽음을 추적하고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신의 퀴즈'는 OCN 장르물의 시작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아직 시즌제라는 개념이 생소했던 지난 2010년, 첫 시즌이 주 1회-총 10부작 드라마로 편성된 이래 비교적 안정적으로 시즌제를 이어갔다.

    2014년 시즌 4를 마지막으로 '신의 퀴즈'가 없는 시간이 꽤 오래 흘러갔다. 4년 만인 지난해 11월에야 5번째 시즌 '신의 퀴즈 리부트'가 방송됐다. 한진우 역의 류덕환은 변함없이 '한진우' 그 자체였다. 그간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류덕환을 만났다. 5번의 시즌을 거치면서 이제는 한진우라는 인물에 어느 정도 익숙함과 여유를 느낄 법한데도, 그는 '한진우로 산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도 한진우라는 인물에 대한 확신은 한 번도 무너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신의 퀴즈' 시즌 5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지난번 '미스 함무라비' 종영 인터뷰 때 만약 출연을 안 한다면 대본이 재미없어서일 거라고 답했는데, 출연한 걸 보니 대본이 재미있었나 보다.

    처음에 1, 2부만 보고, 시놉시스에 사실 끌렸다. 코다스(극중 등장하는 세계 최초 인공지능 사인분석 시스템)라는 AI 시스템, 인공지능 시스템을 다룬다는 게 궁금했다. 우리나라에서 어떤 판타지적인 히어로물을 다루기는 아직 낯간지러운 부분이 있지 않나. 다만 AI라고 하면 가능한 부분이 있다고 봤다. 박재범 작가가 판타지적인 부분을 어떻게 재밌게 넣을까, 새로 오신 작가님들과 어떻게 풀지가 궁금했다. 가장 중요했던 건 한진우-강경희(윤주희 분)라는 이 두 캐릭터가 어떻게 발전하고 어떤 성장을 보여줄까 하는 것이었다.

    극중 한진우는 시즌 4에서 위기에 처했으나 누명을 벗었다. 시즌 5는 시골에서 은둔 생활을 즐기고 있던 한진우가 미스터리한 사건을 맞닥뜨 3개월 동안 임시 촉탁의 자격을 얻고 사무소에 복귀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사진='신의 퀴즈 리부트' 캡처)

     

    ▶ 이번 시즌은 시즌 5라고 나온 게 아니라 '리부트'란 이름이 붙었다. 원작의 연속성을 버리고 새롭게 재구성한다는 뜻이다. 새로 재정비했으니 당연히 다음 편도 나온다는 의미인가.

    전 항상 그렇다. '신의 퀴즈' 끝나고 2주, 3주까지는 "절대 안 해!" 한다. '신의 퀴즈'가 싫어서가 아니라 너무너무 과부하가 온다. 제가 감당할 수 없는 역할이라 너무 힘들다. 대사 외우고 이런 건 당연히 천재 역할을 맡았으니까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진우가 겪는 일들은 결코 만만하지 않은 엄청 거대한 사건이지 않나. 감정 소모하는 게 굉장히 힘들다. 제 육신을 굉장히 지치게 만들다 보니까, 매 시즌 "누가 뭐래도, 죽어도 안 할 거야!", "절대 안 해" 이래 온 건다. 그게 뭐가 의미가 있겠나. 벌써 5까지 했는데. (웃음) 지금까지도 되게 잘 흘러왔고, 때가 되면 찾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제 그만해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니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에게) 맡기고 싶다.

    ▶ 이번에는 박재범 작가가 아닌 강은선-김선희 작가가 메인 작가로 나섰는데 혹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새로운 작가님들이 많이 힘드셨을 거다. 여태까지 해 왔던 시즌 기반으로 (대본을) 쓰니까. 차라리 새로운 거면 편안하게 쓸 수 있을 텐데 원래 있는 기존 역할과 구성을 갖고 쓰는 건 되게 어려웠을 텐데도 그걸(틀을) 잃지 않고 잘 써 주신 것 같다. 당연히 박재범 작가님이 많이 감수해준 부분도 있다. 새로 오신 작가님들이 이 이야기를 쓰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제가 뭔가 요구를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분들이 쓴 글을 믿고 간다는 마음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연기할지에 구도 잡을 때는 박 작가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

    ▶ '리부트' 시리즈는 지금까지와 어떤 점이 달랐다고 생각하는지.

    한진우라는 친구가 모든 것에 연관돼 있는 인물이라는 특성이 있지만 ('리부트'부터) 일주일에 2회, 처음으로 16개라는 긴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한진우 혼자만의 얘기를 가져가면 관객(시청자)들이 지칠 것 같았다. 방법적인 부분에서 택해 본 우리의 시도였다. 다양한 인물들이 어떻게 진우와 어우러지는지를 중점적으로 많이 풀려고 했던 것 같다. 항상 한진우 얘기를 하기보다는, 현상필(김재원 분), 곽혁민(김준한 분), 가족의 일환인 조 소장님(박준면 분) 등 조금 더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게 목표였다. 전 그게 적절하게 잘 나왔다고 본다.

    ▶ 어떻게 보면 '신의 퀴즈'에서 한진우는 인간 실험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류덕환이 한진우라는 삶을 산다면 어떨까.

    어후 못 살죠. (웃음) 이런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하게 돼 진짜 무한히 감사한 부분이 있는데, 이건 제 깜냥이 아닌 것 같다. (웃음) 누가 연기를 해도 다 이런 마음일 거다. 대사나 용어에 대한 어려움도 있겠지만 감정노동이 심하다. 감정적으로 이렇게까지 많은 경험을 하는 친구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거다. 이런 생을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버겁고 힘들다. 박재범이라는 주체가 류덕환이라는 배우를 실험체로 삼아서 (웃음) 쓰지 않았나. '신의 퀴즈' 할 때는 실제로 제가 실험체가 된 느낌이다. (웃음)

    배우 류덕환 (사진=씨엘엔컴퍼니 제공)

     

    ▶ 이번 시즌에서는 한진우의 어린 시절 이야기도 나왔다. 실제 본인의 어린 시절과 비교한다면.

    비슷한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제 기억으로 연기 시작하게 된 이유가… 어머니 말씀으로는 사실 병적으로 숫기가 없었다고 한다. 어느 정도였냐면 보통 어른들이 아기를 보고 '아, 예쁘다' 하고 만지려고 하면, 울고 끝나면 상관이 없는데 제가 토하고 그랬단다. 그 정도로 너무 싫어했다고. 저는 이 세상에 인간이라는 존재는 할머니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엄마 아빠가 일을 나가시니까 엄마 아빠가 와도 울고 낯을 가렸다고 한다. 어머니가 고민 끝에 연극을 시키게 되셨는데, 제가 이상하게도 (웃음) 극장에 가서 그 형들이랑은 무대에서 재밌게 잘 놀고 있더란다. 제 첫 작품이 '벌거숭이 임금님'에서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외치는 애기 역이었는데. (일동 폭소) 그래도 즐거워하는 걸 보니 뭔가 있나 보다, 하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웃음) 어머니한테 감사하다. 그런 걸 생각해 보면 어쩌면, 진우의 어린 시절하고 비슷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진우는 굉장히 외롭지 않았을까.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까… 얘도 숫기가 없어서 되게 끌려가는 대로 살면서 지금까지 온 것 같다. 저도 몰랐던 한진우의 7세 전의 이야기를 경험하면서, 어쩌면 (실제 저와) 비슷한 부분이 있었을 수도 있단 생각을 했다.

    ▶ 한진우는 통찰력이 뛰어난 캐릭터다. 그게 극중에서는 '촉'이라고 표현되기도 하는데, 본인은 배우로서의 촉이 발달된 편이라고 보는지 궁금하다.

    촉이 발달되어 있진 않다. 저는 뭔가 마주했을 때, 많이, 많이, 많이! 조금 많이 고민해서 그다음에 결론을 도출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 진우랑 완전히 다를 수도 있는 부분이자, 어머니의 성향을 물려받은 것 중 가장 큰 게 있다. 첫인상으로 봤던 이 사람의 이미지가 거의 맞을 때가 맞다. 사람을 잘 보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저 혼자서 그냥 이 사람을 굉장히 의심스럽게 생각해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일 수도 있고.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들을 보다 보니까 첫인상 이미지를 조금 잘 맞히게 되는 것? 안 그래도 어머니와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때도 어머니는 제 뒤통수를 한 번 때리시더라. '그 사람의 첫인상 이미지가 원래 이미지가 아니라 네가 만나고 싶은 그 사람과의 관계 이미지'라고 말씀해주시더라. 그게 정답인 거 같기도 하고. 사실 촉은 없는 것 같다.

    ▶ 2010년 시즌 1, 2011년 시즌 2, 2012년 시즌 3, 2014년 시즌 4, 2018년 시즌 5. 시즌 사이 공백기가 가장 길었는데 혹시 부담감은 없었는지.

    한진우에 대한 확신이 한 번도 무너진 적이 없었다, 단 한 번도. 제가 무너지면 절대 안 된다. 막연한 자신감이라고 할까. 책임감이 따르는 자신감이었던 것 같고. 4년 만에 했든, 10년 만에 했든, 두 달 뒤에 다시 이걸 한다고 해도 똑같은 마음으로 책임감을 가진다. 절대 부담감으로 시작하진 않을 것 같다. 이걸('신의 퀴즈'를) 부담으로 느낀다는 건 마음 한구석에 '내가 그만해야 하는데 또 해야 한다' 그런 느낌? 그건 아닌 것 같다.

    이번 시즌에서 제가 고민했던 부분들은 한진우도 나이를 먹고 나도 나이를 먹었다는 점이었다. 시리즈물에서 항상 고민되는 건, 처음부터 (시청자들이) 좋아해 주셨던 기본 캐릭터와 드라마 색깔과 이미지와 특성이 있는데, 이걸 갑자기 바꿔버리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거다. 똑같이 하기에는 나이도 들었고, 나이 먹음을 확연하게 보여주자니 4년밖에 안 흘렀고… 4년이면 정권 바뀐 거 말고는 바뀐 거 없으니까. (일동 폭소)

    진우를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 그런 고민은 항상 있었다. 작가님들한테 부탁드렸던 게 있다. '나 이제 까부는 거 안 해' 이런 건 아니고, 잘못된 사회에 불만 갖고 분노하는 건 있되 (그동안은) 장 교수(최정우 분)가 의문을 풀어줬다면 이제 (한진우가) 자기 생각을 한 번쯤 보여줄 때가 됐다는 거였다. 미묘한 부분이라 되게 비슷해 보이지만, 늘 '왜 이럴까' 의문만 들었던 진우가 자기만의 철학으로 '이런 것 같다'고 하는 성장한 모습을 살짝 비쳤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극중 한진우의 은사인 장규태 교수 역의 최정우, 가족과도 같은 사이인 조영실 소장 역의 박준면 (사진='신의 퀴즈 리부트' 캡처)

     

    ▶ 이번 시즌엔 돌아가신 장 교수가 종종 등장했다. 만약 다음 시즌에도 장 교수가 나온다면 어떤 역할이길 바라나.

    귀신 역할 괜찮지 않나? (웃음) 잘하시던데… (웃음) 시청자분들이 어떻게 반응해줄지 모르면서 연기하긴 했지만, 저는 역할에 이입할 수밖에 없는 게 최정우 선배님 덕이다. 같이 연기하면 전 진짜 책임감이 1도 없게 된다. 그만큼 제가 엄청 기대게 되고 뭘 해도 너무 자연스럽게 한다. 최정우 선배님이 '신의 퀴즈'에 애정이 많으셔서, 본인 죽었을 때 엄청 짜증 내셨다. (웃음) 자기가 자기 머리에 총 쏘고 죽는 장면인데, 촬영할 때 계속 안 쏘시더라. 안 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애정이 있는 분이기 때문에, 그런 따뜻한 부분이 잘 나왔을 거다. 방송은 못 봤지만.

    ▶ 촬영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이 무엇인지.

    조영실 소장이 살아난 장면에서 준면 누나가 배우로서 되게 반칙 같은 연기를 했다. 너무 반칙이지 않나, 그렇게 울어버리면. 누나가 정말 애기처럼 울었다. (실제로) 아버님 돌아가시고 여러 가지 슬픈 일이 있었겠지만 ('리부트'에서) 가족을 다시 만난 것 때문에 현장에서 애처럼 그렇게 우는데 전 약간 태아처럼 보이더라. 누나가 되게 새롭게, 다시 태어난 느낌? 제가 집중 못 하고 감정 씬 찍은 게 처음인 것 같다. 눈물이 안 멈추고 막 터지더라. 기뻐서 운 건지 진짜 슬퍼서 운 건지 잘 모르겠다. 자연스럽게 동화돼서 (감정이) 훅 올라온 걸 보면, 일로서 이 사람들을 만났지만 진짜 가족처럼 느낄 정도로 이상한 관계를 만들어준 작품임에는 틀림없구나 싶었다. 굉장히 감동적인 순간이었던 것 같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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