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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덕환의 새해 소망 "제가 저를 옥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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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덕환의 새해 소망 "제가 저를 옥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노컷 인터뷰] '신의 퀴즈 리부트' 한진우 역 류덕환 ②

    지난 10일 종영한 OCN 오리지널 '신의 퀴즈 리부트'에서 한진우 역을 맡은 배우 류덕환 (사진=씨엘엔컴퍼니 제공)

     

    배우들과 인터뷰하다 보면, 자기 자신에 매우 엄격한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안정적인 캐릭터 소화력과 극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해 주는 연기를 선보였음에도, 칭찬에 매우 쑥스러워한다든지, 본인이 발견한 부족한 점 위주로 말하는 경우를 제법 마주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스 함무라비' 종영 인터뷰로 처음 만났던 류덕환도 그런 사람이었다. OCN '신의 퀴즈'에서 절대 빠뜨릴 수 없는 주인공 한진우 역을 매 시즌 훌륭히 소화하고도 예전에 연기한 모습만 보면 "죽겠다"고 할 정도니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하지만 새해에는 그도 조금 달라지고 싶은가 보다. 올해 계획 질문에 "저라는 인간이 저를 좀 옥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답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OCN '신의 퀴즈 리부트' 종영 기념 류덕환 인터뷰 내용을 옮긴다.

    일문일답 이어서.

    ▶ '신의 퀴즈 리부트'에선 첫 회부터 코다스(세계 최초 인공지능 사인분석 시스템)가 나온다. 무결한 기계와 부족함이 있는 인간 둘 중 어느 쪽에 서느냐 하는 문제를 다룬 것 같다. 본인은 어떤 쪽인가.

    박재범 작가님이랑 얘기 나눌 때, 제가 '알파고'라는 다큐멘터리를 재밌게 봤다. 그걸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과학적인 기술, AI나 인공지능이 발달하는 게 결국 인간이 원했던 것들인데도, (그들이) 인간을 뛰어넘는 것에 대한 공포심이 생기지 않나. 우리는 저걸 두려워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 들더라. 예를 들면 넷플릭스가 됐든, 구글이 됐든, 인스타그램에도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들어있지 않나. 제가 검색하는 것 위주로 정산해서 보여주는 것. 이미 이렇게 피부 가까이 느끼며 편히 지내지만, 내 눈앞에서 나를 뛰어넘는 걸 발견하면 굉장한 공포감이 생길 수 있는 거라고 봤다.

    AI 시스템 얘기를 한다고 했을 때 한진우에게 위기가 올 수 있겠구나 싶었고, 그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의문이 있었다. 작가님들은 결론적으로 한진우를 응원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결 구도는 더 이상 성립되지 않으리라고 보신 것 같다. 흐름상 그런 결론이 나왔고, 본체(코다스) 자체가 한진우에게 파생된 그런 결말을 택하게 되면서 인공지능은 무서운 대상만이 아니라고 희망을 안겨준 것 같다. 욕심을 버리고 어떻게 같이 생존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면 플러스 요인을 준다는 거다. 많은 고민을 통해서 (결론을) 도출해 주셔서 되게 감사했다. 저조차도 어쩌면 무서운 결말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해소해 준 면이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신의 퀴즈 리부트', 시즌 4, 시즌 3, 시즌 3, 시즌 1 (사진=OCN 제공)

     

    ▶ 극중 코다스는 75만 개의 사건 데이터를 130개 부검 프로토콜의 상반된 부검 소견을 바탕으로 결론을 내는 시스템이었다. 실제로 이런 게 존재하는지, 아니면 창작의 영역인지 궁금하다.

    누가 말을 했을 때 거기에 맞춰서 얘기하는 것까진 아직 불가능한데, 주입된 데이터에서만큼은 대화가 충분히 되는 시스템이 있다고 한다. 저도 되게 놀랐다. (극중에서 진우가) 경희(윤주희 분)에게 그 얘기 잠깐 하는 장면도 있다. 현재 이런 실험이 가능한 부분은 상당수 상용화되고 있다고. 저도 처음엔 너무 막연하지 않을까 했는데, 우연히 관련 업계 분과 만나게 돼 이야기를 들으니 가능한 일일 수도 있구나 생각했다. 다만 법의학, 인체학에만 국한돼 있는 것 같다.

    ▶ 마지막 회에서는 평소 절친한 배우 김재욱 씨가 특별출연했다. 어땠나.

    너무 좋았다. (웃음) 아, 김재욱을 드디어 망가뜨릴 수 있구나! 해서. 재욱이 형에게 너무 고맙다. 인간적으로 친한 것과 일적으로 도와주는 것은 굉장히 차이가 크다. 류덕환과의 관계 때문에 출연한 거라고 가볍게 얘기할 수도 있지만, 이번에 카메오로 출연해 준 진짜 마음을 너무나 잘 안다. 진짜 그 사람이 멋있는 점을 알려드리면, '손 더 게스트' 들어가기 전에 저한테 많이 물어봤다. 장르물도 처음이고 OCN하고도 처음 해 보는데 어떻겠냐고 했고, 저는 굉장히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장단점을 많이 말했는데, 그때 (재욱이 형이) 동생인 저를 리스펙트하는 마음이 많이 느껴지더라. 동생한테 그런 마음을 보여주는 게 쉽지 않은데 형으로서 되게 멋진 모습이었다.

    재욱이 형은 '신의 퀴즈'가 있었기 때문에 OCN도 많은 도전을 할 수 있었고, 대한민국에서도 이런 작품을 좋아해 줄 수 있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하더라. 제가 '신의 퀴즈 리부트' 들어간다고 했을 때부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아무거나 시켜달라고 하더라. 되도록이면 본인이 저를 깔볼 수 있는 역할을 달라고. (웃음) 항상 그런다. 본인이 할 수 있는 공격 방법이 그것밖에 없기 때문에. (웃음) 저는 재범이 형(박재범 작가)한테 이런 제안을 했다. 재욱이 형을 신입 연구원으로 해서, 제 대사 첫 마디를 "눈높이 맞춰"로 해 달라고. (웃음) 아무튼 재욱이 형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다. 이미지 타격이 있을 수도 있는데 오히려 '재밌을 것 같다'면서 흔쾌히 해 줬다.

    '신의 퀴즈 리부트' 마지막 회에서는 한진우가 강경희에게 증거물 반지로 프러포즈하는 장면이 나왔다. (사진='신의 퀴즈 리부트' 캡처)

     

    ▶ '신의 퀴즈 리부트'는 한진우와 강경희의 애정씬이 가장 많이 나온 시즌이기도 하다.

    저는 좋다. (일동 폭소) 제가 싫어할 이유가 어디 있겠나. 그런 미녀분과 제가 언제 같이 연기를 하겠나. 현장에서 사리사욕을 다 채운 느낌이다. 주희 누난 싫어했을 수도 있지만. (웃음) 아, 물론 누나랑 워낙 편하게 지내긴 한다. 누나랑 연기하면서 놀란 씬들이 너무 많다. 자기 남자한테만큼은 한없이 여자가 되는, 소녀처럼 변해버리는 씬들이 있었다. 이게 남자와 여자의 차이라면 차이일 수 있는데, 남자들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장난을 친다. 제가 진짜 생각 없이 한 행동들에 주희 누나는 '훅 들어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 적이 있다.

    이번에 누나나 저나 되게 이상한 경험을 했다. 마지막에 프러포즈하는 장면에서 "10년 동안 고생했어요. 10년 동안 미치도록 행복했어요"라고 하는데, 그때 (그 대사가) 류덕환-윤주희로서 되게 막… 마음을 두드리더라. 그 후에 제가 제 대사를 치면 되는데 누나가 우는 걸 보고 저도 손이 미치도록 떨렸다. 아, 지금 생각해보니까 추워서 떨었던 건가? (일동 폭소) 이게 정말, 여기가… 심장이 미치도록 떨리는 것 있지 않나. 다음 대사를 못 치겠더라. 그래서 제가 아마 "생각보다 되게 떨리네"라고 이상한 말을 했다. 누나도 절 보며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거다. 되게 이상한 희열을 느꼈다.

    ▶ 두 사람은 극중에서 결혼할까.

    뭐 알아서들 하겠지. 잘 모르겠다. (웃음) 박재범 작가님이 쓰셨으니까 아실 거다. 그분 번호 알려드릴까요? (웃음) 항상 고민이 많았다. '신의 퀴즈'의 멜로라는 부분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얘기를 하고, 사회의 부당함 때문에 울분이 터져서 살인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범죄자 이야기를 하고, 엄청나게 큰 빌런(악당)과 맞서야 한다. (멜로가) 이 극의 흐름을 망쳐버릴까 봐서 고민이 많았다. 조금씩 귀여운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다.

    많은 분이 결혼을 마지막으로 해 달라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저도 '결혼할 때 됐지' 그런 생각하긴 했는데 한진우가 턱시도를 입고 경희가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이 궁금하긴 하지만, 딱히 보고 싶진 않더라. (웃음) 저희 드라마 특성상 마땅한 그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러포즈 장면도 딱 '신의 퀴즈'스럽게 구성돼서 저는 나름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 류덕환에게 '신의 퀴즈'란.

    '신의 퀴즈'는 저한테 같은 맥락이다. 매번 같았다, 예전부터. 시즌 1 때도 그렇고, 일기장이란 말을 했다. 항상. 중고등학교 때 싸이월드 다이어리 쓴 걸 지금 보면 미치지 않나. 지금은 약간 허세 같지만 그것조차도 당시에 저는 진심이었다. '신의 퀴즈'도 약간 그런 게 있다. 저는 할 때만큼은 모든 걸 다 쏟아부어서 최선을 다했는데 돌아보면 살짝, 죽겠다. (웃음) 원래 모니터링을 안 하기도 하지만 (가끔 모니터링하면) 미칠 것 같다. 그때 당시의 저는 이게 정말 진심으로 했던 거고, 최선을 다했던 거다. 리부트도 잘 끝났으니까 시간이 지나면 좋은 추억이 되지 않을까.

    배우 류덕환 (사진=씨엘엔컴퍼니 제공)

     

    ▶ 차기작이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다. 이번에도 드라마다.

    군대에서 진짜 대중들과 2년 동안 밥 먹고 자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든 생각인데, 매체와 장르에 대한 구분이 존재하겠지만 저는 요즘 시대에 그게 그렇게 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뭐가 맞는진 저도 잘 모르겠다. 저도 과도기 겪고 있고, 아직도 대중의 마음을 모르겠다. 평생 모르겠지만. 결국 제가 어떤 장르와 매체를 하더라도 류덕환을 바라봐주는 관객의 기대는 크게 변하지 않는 것 같다. 딱히 드라마라서 다음 작품을 선택한 건 아니다.

    ▶ 새해 계획이 궁금하다.

    "대한민국의 근로자들이 다 행복했으면 좋겠다" (웃음) 그냥 뭐 미세먼지가 없었으면 좋겠다. 제발 좀. 이제는 그런 생각이 문득 들더라. 그리고 제발, 저라는 인간이 저를 좀 옥죄지 않았으면 좋겠다. 원래 잡생각이 너무 많다. 이제 조금은 나를 풀어줘도 되지 않나. 잘하려고 하는 고민들과 스트레스를 내가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쉽지 않을 것 같으니까 시도라도 했으면 한다.

    ▶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드나.

    결혼을 하고 싶다. 제 주변 친구들이 결혼을 많이 해서. 와이프, 애기들 얘기를 하는데 안 좋고 힘들었던 얘기까지도 부럽더라. 새로운 삶을 살고 있구나 싶어서. 새로운 삶을 사는 게 되게 의미 있고 값지다는 걸 몸소 느끼지 못해서 너무 궁금하다. 물론 과연 나랑 결혼해 줄 사람이 있을까, 나란 인간을 감당할 사람이 있을까 싶긴 하다. 아무튼 이제는 진짜 결혼하고 싶고, 정말 예쁘게 잘살아 보고 싶다는 욕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제가 애기를 너무 좋아하기도 하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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