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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고개 숙인 전명규 "그러나 성폭행 은폐 아니다"



스포츠일반

    두 번 고개 숙인 전명규 "그러나 성폭행 은폐 아니다"

    전명규 한국체대 교수(전 빙상연맹 부회장)가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빙상계 폭력·성폭력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최근 불거진 빙상계 폭력 및 성폭력과 관련해 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빙상계 대부' 전명규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 및 한국체육대학교 교수가 입장을 밝혔다. 오랫동안 빙상계를 이끌어온 지도자로서 국민들에게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했지만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전 교수는 21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심석희(한체대)의 성폭행 피해 폭로 등 최근 불거진 빙상계 성폭력 파문에 대해 사과했다. 법률 자문을 맡은 김진영 변호사와 함께 회견장에 들어선 전 교수는 먼저 "빙상 문제로 국민들께 아픔을 준 죄에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또한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에게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한 심석희에게 사죄하고 싶다"면서 "제자를 잘못 키워 감내하기 어려운 시련을 안겨준 것은 무엇으로도 용서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조 전 코치는 심석희와 대표팀 선수들을 상습 폭행해 구속 수감 중으로 최근 심석희가 17살 때부터 4년 동안 조 전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체육계 미투 운동으로 확산하고 있다.

    전 교수는 "적폐로 지목된 제가 국민 앞에 서면 또 다른 갈등과 분쟁의 씨앗으로 번질까 두려웠고 또 다른 곡해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특정 의도를 지닌 경기인과 일부 매체, 균형 감각을 상실한 사람들 속에 보도가 난무하고 있어 방치하는 것은 개인뿐 아니라 열심히 일한 선수, 지도자, 빙상인에게 누가 될 것이라 용기를 냈다"고 회견 배경을 설명했다.

    이 말을 마치고 전 교수는 두 번째로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이어 "오늘 아침 신문에서 빙상연맹이 (대한체육회 가맹단체에서) 퇴출된다는 기사를 봤다"면서 "빙상이 그동안 효자 종목이었는데 이렇게까지 되는 것은 있어선 안 되겠다 싶어서 나섰다"고도 했다.

    이후 전 교수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답변하는 형식으로 회견을 이어갔다. 대부분 각종 의혹에 대해 부인했고, 간혹 정확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답변을 얼버무리기도 했다. 또 다른 피해를 주장한 A 선수와 주고받은 문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전명규 한국체대 교수(전 빙상연맹 부회장)가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빙상계 폭력·성폭력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종민 기자

     

    일단 가장 큰 의혹은 심석희 등 빙상 선수들에 대한 폭행과 성폭행 사실을 알고도 은폐하려는 의혹이 있었느냐는 것이다. 젊은빙상인연대와 손혜원 국회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전 교수가 한체대 제자들인 피해자와 가해자의 일을 알고서도 은폐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 교수는 "성폭력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전부 알 수 없고 실제로 조 코치가 석희를 상습 폭행한 것도 몰랐다"고 부인했다. 이어 "어떻게 몰랐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석희가 어려서부터 배웠고 대학에 와서도 대표팀 소속으로 선수촌에 있었다"면서 "책임이 없다는 게 아니라 그런 부분에서 석희에게 미안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폭행에 대한 소송을 취하하기 위해서는 심석희 등 선수들을 압박해야 한다는 녹취에 대해서도 일부 시인은 하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전 교수는 "녹취에 나온 여러 과격한 표현들에 대해서는 오해의 소지가 있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조언을 전하는 상황에서 한 내용으로 전체적인 것을 펴서 보지 않으면 실제로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각종 의혹 제기에 불순한 의도와 배경이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전 교수는 "젊은빙상인연대가 하고 있는 행위들은 진정으로 진심으로 빙상 발전을 위한 건지 개인적으로 의구심이 든다"면서 "조 전 코치도 구속 전에 연대에서 '전명규의 비리를 주면 (감형에 대한) 합의서를 써주겠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그런 상황에서 '전 교수가 한체대 선수들의 성적을 내기 위해 폭행과 폭언으로 압박했다'는 내용의 조 전 코치의 옥중편지도 전 교수는 "거짓으로 썼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빙상계에 해묵은 파벌 싸움의 한 형태라는 것이다. 전 교수는 "각종 의혹 제기가 파벌 싸움과 관계가 있느냐"는 질문에 "내가 부족한데 남에게 떠넘기는 말 같지만 그 연장선에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전 교수는 한체대 조교들에게 강습비 분배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면서는 빙상 지도자로서 신념도 강조했다. 전 교수는 "제가 자신있게 말씀드리는 것은 국가대표 코치가 25살에 됐는데 부모님으로부터 커피 한 잔 받지 않겠다 마음 먹고 들어갔다"면서 "대학 와서 어떤 불랍리한 일에 쏠리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공개적으로 확인하고 있는데 그런 부분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당당하게 말씀드리겠다"고 자신했다.

    다만 전 교수는 김재열 전 빙상연맹 회장의 국제빙상경기연맹 상임위원 만들기를 위한 내부 자료 주고 받기 등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즉답을 피했다. 또 한체대 사퇴 의사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진지하게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약 30분 동안 이어진 회견 말미에 전 교수는 "추운데 훈련하는 선수들, 고생하는 빙상인들이 많이 있는데 포기하지 않고 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빙상이 퇴출되지 않고 효자 종목으로 남길 간절히 바란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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