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진이 만든 삼황화린니켈 단일층의 모습. (사진=기초과학연구원 제공)
기초과학연구원(IBS)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 박제근 부연구단장(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팀이 그동안 이론으로만 예측돼 온 기묘한 물질의 특징을 실험으로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21일 밝혔다.
세계 최초로 정현식 서강대 교수, 박철환 서울대 교수와의 공동연구를 통해서다.
기묘한 물질은 고체와 액체, 기체 등 우리가 기존 알고 있던 상(相)과는 매우 다른 새로운 상태를 말한다.
주변 쇠붙이를 끌어당기는 자석을 가열해 온도를 매우 높이면 자성을 잃고 보통의 쇠붙이처럼 변하는데 이런 '자성 상전이' 현상을 입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이해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세 가지 모델을 만들었다.
고체가 액체로, 액체가 기체로 변하는 것처럼 물질의 한 상태가 다른 상태로 변하는 것을 상전이라고 한다. 여기서 자성 상전이는 임계온도 이하에서 규칙적으로 정렬돼 자성을 띄던 물질이 특정 온도 이상에서는 정렬이 풀려 자성을 잃어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그중 원자의 스핀이 2차원 평면 위에서 시곗바늘처럼 360도의 방향성을 갖는 것을 뜻하는 XY 모델은 가장 독특한 특성으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팀은 XY 모델의 독특한 자성 상전이 현상을 실험으로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우선 삼황화린니켈(NiPS3)을 이용해 단일층 자성물질을 제작했다. 삼황화린니켈은 층상구조를 가진 물질로 점착테이프를 반복해 붙였다 떼어내며 원자 한 층 두께의 시료를 만들 수 있다.
삼황화린니켈은 인접한 스핀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정렬돼 특정 온도 이하에서만 자성을 띠는 반강자성체다.
수 마이크로미터 두께를 가진 얇은 시료의 자성을 관찰하기 위해 연구팀은 라만 분광법(Raman spectrocopy)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원자층의 개수에 따른 자성 변화를 관찰한 결과 수 원자층 두께의 시료에서 관찰되던 자기 상전이가 단일 원자층 시료에서는 나타나지 않음을 확인했다.
덩어리 형태의 삼황화린니켈은 155K(-118.15℃) 이상의 온도에선 반강자성 정렬이 풀리는 자성 상전이 현상이 나타났으나 이와 달리 단일층 시료는 실험에서 측정한 가장 낮은 온도인 25K(-248.15℃)에서도 자성 상전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박제근 부연구단장은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달을 관측하는 도구를 개발해 지동설이란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낸 것처럼 이론을 실험으로 증명하는 과정에서는 인간이 예측하지 못했던 중요한 발견이 이뤄진다"며 "이번 연구는 2차원 원자층 물질의 자성 현상에 대한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한 것으로 향후 자성 반도체, 스핀전자소자 등의 개발에도 응용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21일 오후 7시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