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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이 되고 싶어"… 자폐 소녀, 진실을 위해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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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인이 되고 싶어"… 자폐 소녀, 진실을 위해 말하다

    [현장] 영화 '증인' 언론 시사회

    21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증인' 언론·배급 시사회가 열렸다. (사진=롯데컬처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확대이미지

     

    "엄마, 나는 말도 잘하고 글도 잘 읽지? 그렇지만 나는 아마 변호사는 되지 못할 거야. 자폐가 있으니까. 하지만 증인은 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증인이 되고 싶어. 증인이 되어서 사람들에게 진실이 뭔지 알려주고 싶어."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지우(김향기 분)에게 세상은 지나치게 거칠고 시끄럽고 거대하다. 청력이 일반인보다 훨씬 발달해 있기에, 작은 시계 초침 소리도, 행인의 전화통화 목소리도 두렵게 다가온다.

    하지만 지우는 자기가 보고 들은 것을 말함으로써, '진실'을 밝히려고 한다. 자기 세계를 벗어나 안전하지도 아늑하지도 않은 법정이란 낯선 곳에 또다시 증인으로 선다.

    21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증인'(감독 이한)의 언론·배급 시사회가 열렸다. 생후 29개월 김향기와 광고 촬영 때 만났던 정우성이 다시 만난 영화로 이미 화제가 된 '증인'은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이한 감독은 "롯데 시나리오 공모전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다가 '증인' 시나리오를 보게 됐고, 주제나 캐릭터에 굉장히 마음이 움직였다. 이 이야기를 좀 더 상업적으로… 라고 말하긴 뭐하지만 지금 현세대를 사는 많은 사람에게 어떻게 공감되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며 준비했다"고 말했다.

    극중 순호는 한때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파이터로 불렸으나 아버지의 보증으로 인한 빚 등으로 현실에 순응한 대형 로펌 변호사다.

    더 잘 나가기 위해서는 때가 묻어야 한다는 로펌 대표 말에 따르고, 뛰어난 실력으로 유력한 살인 용의자 미란(염혜란 분)의 무죄를 끌어낸다. 자기만의 '정의' 기준이 있고, 되도록 '좋은 사람'으로 살려고 하는 캐릭터다.

    매력적인 캐릭터지만 혹시 부담을 느끼진 않았냐는 질문에 정우성은 "특별한 각오는 필요 없었던 것 같다"고 담담하게 답했다. 이어, "시나리오 읽었을 때 지우와 순호가 나누는 감정, 아버지(박근형 분)와 나누는 감정이 너무나도 따뜻하더라. 그 따뜻함을 한참 느끼면서 시나리오 읽었을 땐 제가 어떤 치유를 받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정우성은 "지난 몇 년간 제가 해 왔던 작품과는 상반된, 여유를 갖고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시나리오였다. 그냥 촬영을 바로 하고 싶은 영화였다. 촬영장에서 지우를 만나,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고 표현하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좋은 사람'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어디에 주안점을 뒀는지 묻자, 정우성은 "순호가 좋은 사람으로 비쳐지는 건 맞지만 그래야 하기 때문에 절제하진 않았다"면서 "제가 해 왔던 캐릭터 중에서 가장 원 없이 감정 표현을 하지 않았나"라고 밝혔다.

    정우성은 "지우와 (순호의) 관계 안에서의 순수함이 바탕이 됐다"며 "이전 캐릭터는 극중 상대와 대화 주고받을 때도 내 감정을 들키지 않게 해서 만들어지는 리액션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순호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어서 아주 원 없이 자유롭게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증인'의 이한 감독 (사진=롯데컬처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확대이미지

     

    김향기는 살인 의혹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로 자폐를 가진 소녀 지우 역을 맡았다.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이나 말하고 읽는 방법 등 남들과 다른 특성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지만, 한 번 본 것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엄청난 기억력을 지녔다.

    김향기는 "지우와 같은 친구들의 부모님이나 그들의 지인들이 봤을 때 불편함이나 뭔가 안 좋은 감정이 든다면 서로 상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부담은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생각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향기는 "그럴수록 상황에 따라 지우의 모습을 정말 있는 그대로 표현을 잘하고, 그 순간 감정에 충실해서 그런 상황에서 지우가 할 수 있는 행동과 보여줄 수 있는 표정, 말을 잘 표현해내면 오히려 그게 더 맞겠단 생각이 들었다. 촬영하면서 감독님과 대화하고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연기하면서 지우를 표현했던 것 같다. 촬영에 들어가니까 심적 부담, 저도 몰랐던 긴장된 떨림이 좀 덜어졌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극중 순호는 지우에게 단순해 보이지만 쉽게 답할 수 없는 묵직한 질문을 자주 듣는다. "아저씨는 좋은 사람입니까?"라는 물음은 극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대사다.

    이한 감독은 "지우만 할 수 있는 말이 있을 것 같았다"며 "되게 희한했던 게 뭐냐면 그 대사를 쓰고 나서 저도 생각하게 되더라"라고 말했다.

    정우성은 "지우라는 아이는 장애를 갖고 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아주 순수하고 맑은 사람인 것 같다"며 "다음 세상을 책임져야 할 세대에게 '아저씨는 좋은 사람입니까?', '우리는 정당한가?' 하는 질문을 들은 거다. 그래서 그 질문이 더 무겁고 크게 와닿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김향기는 "굉장히 간단한 질문이지만 크게 다가오지 않았나. 지우가 그런 질문을 건넸다는 것 자체가 순호 아저씨가 좋은 사람인 것 같다는 판단을 해서일 것"이라고 전했다.

    영화 '증인'은 오는 2월 1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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