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 (사진=연합뉴스)
"제게도 충격적인 장면이었어요."
황희찬(23, 함부르크SV)에게 조별리그는 악몽이었다. 3경기 모두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지만, 공격포인트를 하나도 올리지 못했다. 특히 키르기스스탄과 2차전에서는 노마크 찬스에서 크로스바를 때렸다.
황희찬 스스로도 "충격적인 장면이었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아쉬움이 가득했다. 비난의 목소리도 커졌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황희찬 기 살리기에 나섰다. 키르기스스탄전을 마친 뒤 황희찬을 불러 20분 가까이 원포인트 레슨을 진행했다. 황희찬의 장기인 드리블과 스피드를 살리라는 주문이었다.
베테랑 기성용(뉴캐슬 유나이티드)도 고개를 숙인 황희찬의 어깨를 다독였다.
22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 바레인전.
"공격수로서 골을 넣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던 황희찬이 날아올랐다.
0대0으로 맞선 전반 43분 답답했던 공격을 풀었다. 손흥민(토트넘 핫스퍼)이 오른쪽 측면으로 내준 공을 이용(전북)이 크로스로 연결했고, 황의조(감바 오사카)가 달려들었다. 공은 황의조가 아닌 골키퍼를 맞고 흘렀다.
흘러나온 공은 황희찬에게 향했다. 황희찬은 침착했다. 키르기스스탄전 같은 실수는 없었다. 오른발로 바레인 골문을 활짝 열었다.
결정적인 순간, 골이 필요한 순간 해결사로 나섰다.
비록 후반 32분 동점골을 내줬 결승골의 주인공이 되진 못했다. 황희찬도 후반 35분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과 교체됐다. 하지만 연장 전반 터진 김진수(전북)의 결승골로 2대1로 승리, 벤투호가 8강에 진출했기에 값진 골이었다.
무엇보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비슷했다.
아시안컵 조별리그처럼 아시안게임 결승 한일전 전까지 황희찬은 비난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에서도 골로 만회했다.
말레이시아와 2차전에서 1대2 충격패를 한 뒤 상대와 인사를 하지 않아 비매너 논란에 휩싸였다. 키르기스스탄과 3차전에서는 상대를 무시하는 듯한 사포 기술로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우즈베키스탄과 8강에서는 골 세리머니로 논란이 됐다. 황의조가 얻은 페널티킥을 손흥민이 차려고 하는 과정에서 황희찬이 "자신있다"면서 키커로 나섰다. 골은 넣었지만, 이후 세리머니가 "조용히 해"라는 제스처처럼 보였다. 게다가 유니폼 상의를 벗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가 하는 세리머니를 따라한 탓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 황희찬의 골이 터졌다.
대회 내내 비난을 한 몸에 받다가 한국의 금메달을 이끄는 한 방을 쐈다. 결승 한일전 1대0으로 앞선 연장 11분 2대1 승리를 만드는 결승골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