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있다. 이한형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됐다. 전직이지만 헌정사상 사법부 수장이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4일 새벽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명 부장판사는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며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에 검찰은 영장실질심사 뒤 서울구치소에서 대기중이던 양 전 대법원장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집행해 수감했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실무진에서 한 일이라 알지 못한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실제로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1일 첫 검찰 소환시 검찰 포토라인 대신 대법원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선입견 없는 공정한 시각에서 이 사건이 해명되기를 바란다"며 검찰 수사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의 기대와는 달리 그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양 전 대법원장은 수감생활을 해야하는 처지가 됐다.
앞서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사법농단 의혹 사건의) 최종 결정권자이자 책임자로서 무거운 책임을 지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특히 일제 강제징용 재판을 거론하며 "(양 전 대법원장은) 단순히 지시하고 보고 받는 걸 넘어서 직접 주도하고 행동했다는 것이 (기타 관계자의) 진술 등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국가가 법관에게 부여한 엄청난 재량을 다른 목적을 위해 남용했다고 본 것이다. 법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하도록 돼 있는데,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재판하도록 강요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지난 2011년 이명박정부 시절 대법원장에 임명돼 사법부 수장 자리에 올랐고, 취임 이후에는 상고법원 설립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무소불위의 힘을 믿고 추진했던 상고법원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와 발목을 잡은 것이다.
청와대와의 '재판 거래 의혹' 역시 정권의 도움 없이는 상고법원이 불가능하다고 봐 고교, 대학 선배였던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고리로 엮어낸 것이었다.
검찰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혐의중 가장 중하다고 본 것은 '일제 강제 징용 소송'이었다.
검찰 수사결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정부와 재판 거래를 모의하는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심지어 소송의 당사자(일본측 대리)인 김앤장에 재판방향을 알려주는데도 거리낌이 없었다.
결국 그는 넘지 말아야할 선까지 넘어버렸고, 결국 사법부 최고 권력자에서 나락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