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1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뒤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사진=박종민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서 추진하는 법관 탄핵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은 최근까지 사법농단에 연루된 법관 6명을 추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등과 추진하기 위해 물밑에서 설득을 시도해 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은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됐다는 것은 그만큼 범죄 혐의가 상당히 소명됐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법관 탄핵에 소극적인 분들께서 '시기상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오히려 더 탄력 있게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으로 사법농단의 실체가 상당 부분 인정된 만큼 법관 탄핵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회 법사위 소속 다른 민주당 의원도 "탄핵안은 일단 발의를 하고, 야3당과 협의를 이어갈 것"이라며 법관 탄핵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반대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이 정치권의 탄핵 명분을 더 약화시켰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법관 탄핵과 관련해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민주평화당에서 이런 분위기가 강하다.
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임종헌 전 법원행청처 차장에 이어 양 전 대법관까지 구속됐다. 사실상 '사법농단'의 핵심들이 모두 구속된 것"이라며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영장은 기각됐지만, 재판에서 법의 심판을 받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법관 탄핵이라는 제도는 사법부가 자정능력을 상실했을 때 정치권에서 발동하는 것인데,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으로 사법부의 자정능력이 어느정도 진행되고 있다는 게 확인된 것"이라며 "정치권이 소 잡는 칼로 닭을 잡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사법농단들의 주범들이 구속되고 법의 심판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권이 종범(從犯)을 잡기 위해 탄핵 제도를 이용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뜻이다.
법관 탄핵에 대한 민주당과 민평당의 온도차가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으로 더 벌어진 형국이어서 국회에서 법관 탄핵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기가 더욱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최근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과거 법사위원 시절 지인의 아들 재판과 관련해 국회 파견 판사를 통해 임 전 차장에게 재판민원을 넣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법관 탄핵을 하는 민주당의 입지도 좁아진 게 사실이다.
바른미래당은 재판청탁 의혹과 관련해 진상규명 특별위원회까지 설치하고 민주당을 비판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진상규명 특위 위원장은 24일 양 전 대법관의 구속사실을 언급하며 "서영교 의원 등 다수 의원의 재판 청탁 사실로 법원과 국회와의 검은 유착이 입증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법관 탄핵안 처리는 국회의원 전체 의석의 과반이 가결해야 한다.
현재 전체 의석은 298석.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의원직을 박탈당한 이군현 전 의원과 故 노회찬 전 의원의 자리는 공석 상태다.
법관 탄핵안이 처리하는 데 필요한 의석은 149석으로, 민주당과 평화당, 정의당의 의석을 모두 합쳐도 147석. 최근 탈당한 손혜원 의원의 의석을 합쳐도 148석이다.
민주당은 바른미래당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모자란 의석 수를 채우겠다는 계획이다. {RELNEWS:right}
비례대표 신분으로 당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사실상 민주평화당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바른미래당 박주현·장정숙·이상돈 의원 등을 최대한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물밑 협상에서는 바른미래당과 평화당 등이 법관 탄핵안 처리를 선거제 개혁과 묶어 논의하자는 제안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상황이어서 법관 탄핵 논의에 난항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