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된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판사 출신 변호사를 추가로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달 기소 이후 본격화할 재판에 대비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최근 이상원(50·23기)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이 변호사는 1997년 서울지법 남부지원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해 2008년 서울고법 판사를 마지막으로 법복을 벗었다. 양 전 대법원장이 1999년 서울지법 파산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할 당시 같은 법원에 근무했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변호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박철언 전 의원의 사위로도 알려져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해 법무법인 로고스의 최정숙(52·23기)·김병성(41·38기) 변호사를 선임해 수사에 대비했다. 이들은 지난 11∼17일 검찰 소환조사 때도 동행했다. 검찰 출신인 최 변호사는 이번 수사를 총지휘하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연수원 동기다. 양 전 대법원장과 사돈 관계인 김승규 전 법무부 장관이 로고스 상임고문으로 재직 중인 점도 변호인단 구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법원이 예상과 달리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일각에서는 판사 출신 없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준비한 것도 패착 중 하나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은 영장실질심사가 열리기 전에 이상원 변호사를 선임했고, 심문 당일 변론전략 역시 이 변호사가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변호사는 지난 23일 오후 심문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에게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앞으로도 변호인을 추가로 선임할 가능성이 크다. 40개 넘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검찰과 다투고 있는 데다 변론을 위해 검토할 기록 역시 방대하기 때문이다. 사법농단 의혹 사건의 수사기록은 20만 쪽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농단 연루자 가운데 가장 먼저 기소된 임종헌(60)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대법원 재판연구관 경력의 황정근 변호사와 검찰 출신 김창희 변호사를 비롯해 11명으로 변호인단을 꾸렸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첫 소환조사를 마치고 나서 "소명할 부분은 재판 과정에서 하겠다"며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지만 전초전 격인 영장실질심사에서는 패했다.